[단독]현직검사 얼굴에 조직원 음성 입힌 ‘딥페이크 사기’까지 연습

김규태 기자 2023. 11. 1. 11:5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찰이 지난 6월 중국 항저우(杭州)에 근거지를 둔 최대 보이스피싱 조직 한국인 일당을 검거했을 때만 하더라도 범죄 규모는 피해자 133명, 피해금 200억 원대였다.

1일 충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7년 4월 항저우에 76명(한국인, 조선족 등) 규모의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만든 뒤 같은 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검찰·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1891명을 상대로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혀 내두를 보이스피싱
AI 동원 주기적 범행 수법 연구
가짜 검사실 꾸며놓고 영상통화
피해자 대출 유도해 가로채기도
매주 ‘베스트 드레서’ 뽑아 포상
주급 1억 등 피해금으로 돈잔치
그래픽 = 권호영 기자

경찰이 지난 6월 중국 항저우(杭州)에 근거지를 둔 최대 보이스피싱 조직 한국인 일당을 검거했을 때만 하더라도 범죄 규모는 피해자 133명, 피해금 200억 원대였다. 그러나 최근 미제사건 5439건이 모두 이들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피해액은 1491억 원으로 불어났다. 단일 조직으로 피해자 수와 피해 금액이 역대 가장 많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대출을 유도해 이체시키는 수법을 처음 적용해 대규모 사기를 벌였다. 또 ‘가짜 검사실’을 만들어 ‘사기 무대’로 활용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인 ‘딥페이크’를 활용한 신종 수법을 개발해 예행연습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충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7년 4월 항저우에 76명(한국인, 조선족 등) 규모의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만든 뒤 같은 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검찰·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1891명을 상대로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2년여간 이들을 추적한 끝에 한국인 총책 조모 씨 등 44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3단계 현혹법’을 활용했다. 1단계는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조직원이 범죄 현장에서 대포 통장이 발견됐고 피해자가 공범으로 연루됐다며 통보하는 것이다. 이어 검사를 사칭한 다른 조직원이 구속 영장 등을 제시하며 “정상 현금인지 일련번호를 확인해야 한다”며 계좌 인출을 유도하면, 마지막으로 검찰과 합동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금융감독원 직원이 나와 돈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이들은 현금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상대로 “정상 대출이 되는지 확인돼야 한다”며 대출을 받게 해 이 돈도 가로챘다. 피해자들은 초기엔 휴대전화를 통해 112나 검찰청에 사실 확인을 했지만, 조직원들은 미리 설치한 악성 앱을 통해 전화를 가로채 의심을 원천 차단했다. 또 피해자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법복과 법전, 검사 명패까지 놓인 가짜 검사실에서 영상통화를 하기도 했다.

피해자 상당수는 교수, 의사, 삼성전자 등 대기업 직원, 세종시 소속 고위 공무원 등이었다. 2021년 한 공기업 간부였던 A 씨는 부모님 유산으로 받은 현금 10억 원을 이들 일당에게 빼앗겼다. 여기에 아파트 담보 대출과 신용 대출 등으로 받은 14억 원까지 이들에게 보내면서 피해금이 24억 원에 달했다. 세종시 3급 공무원 B 씨도 5억 원가량을 이 조직에 송금했다. 피해자 5명은 극단 선택까지 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조직원 중 전문 해커가 고소득 직군을 노려 각종 연락망을 해킹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기업처럼 주기적으로 최신 수법을 연구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갔다. 특히 검거 직전에는 방송 등에 출연한 검사의 얼굴에 보이스피싱 조직원 음성을 입힌 딥페이크 피싱 범죄까지 연구해 실전 테스트를 진행 중이었다. 이들은 범죄 수익으로 ‘돈잔치’를 벌였다. 조직원들은 주급 형태로 5000만∼1억 원씩을 받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대학교수를 초빙해 주기적으로 성 평등 강의를 하고 매주 ‘베스트 드레서(포상 100만 원)’를 선정하기도 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