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무대를 경험하고 오니"…항저우 AG+레전드 유격수의 지도, '최다 실책' 특급유망주를 각성시켰다
[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큰 무대를 경험하고 오니 여유가 생겼다"
NC 다이노스 김주원은 3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2차전 KT 위즈와 원정 맞대결에 유격수, 9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공·수에서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김주원은 타석에서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는데, 이 안타가 승리에 끼친 영향은 매우 컸다. 김주원은 NC가 2-0으로 앞선 3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첫 번째 타석에서 KT 선발 웨스 벤자민과 7구 승부 끝에 145km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낮은 코스에 형성되자 거침 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김주원은 벤자민의 직구를 힘껏 밀어쳤고, 타구는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로 쭉쭉 뻗어나갔고, 이를 제대로 갈랐다. KT 외야수들이 잡아내기 힘든 절묘한 코스로 향했던 만큼 김주원은 2루 베이스를 지나 3루까지 내달렸고, 3루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후속타자 손아섭의 1루수 방면의 땅볼 때 KT 박병호의 실책이 발생, 홈을 파고들면서 추가점을 만들어냈다.
김주원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타격보다 더 빛났던 장면은 수비였다. NC가 3-2로 턱 밑까지 추격을 당한 9회말 2사 만루. KT 오윤석이 친 빗맞은 타구가 유격수 방면으로 떠올랐다. 타구가 워낙 깎여 맞았던 만큼 유격수 방면에 내야 안타 또는 좌익수 쪽으로 절묘하게 빠지는 안타가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때 김주원이 날아올랐다.
김주원은 오윤석의 타구가 떠오르자마자 움직이기 시작, 끝까지 타구를 쫓은 끝에 '슈퍼 다이빙 캐치'를 선보이며 타구를 건져냈다. NC 선수들은 경기를 매듭짓는 수비가 나오자 그라운드에 쏟아져나와 기쁨을 만끽했는데, 여기서 비디오 판독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변은 없었다. 오윤석의 타구가 땅에 닿기 전에 김주원이 잡아냈고, 마침내 NC가 3-2로 승리했다.
'5툴 플레이어'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김주원은 올해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렸고,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승선했지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책 30개는 분명 '옥에 티'였다. 최다 실책 2위 이재현(삼성) 보다 무려 10개가 많은 수치. 하지만 대표팀에서 국제대회 경험을 쌓고 돌아온 뒤 포스트시즌에서 김주원의 수비는 군더더기가 없다.
김주원은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부터 화려하면서도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그물망 수비'를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SSG 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3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실책을 기록했고, KT와 플레이오프에서는 승부를 결정짓는 엄청난 수비를 선보이는 등 '미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수비적인 면에서 눈에 띄게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주원. 급격한 성장의 배경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영향이 매우 컸던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끝난 뒤에도 탄탄한 수비에 대한 질문에 "아시안게임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단기전으로 진행되는 중요한 대회를 하고 오니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안 떨고 내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김주원은 고척스카이돔에서 '레전드 내야수' 출신의 류중일 감독으로부터 직접 지도를 받기도 했다. 김주원은 "감독님께서 '내야수면 실책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고, 많이 배우면서 공감이 됐다. 그리고 (김)혜성이 형과 (박)성한이 형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윤석의 타구에 다이빙 캐치를 선보인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김주원은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하고 오니 나도 모르게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그리고 중요한 경기인 만큼 매 순간 집중하게 돼 실수가 없었던 것 같다"며 "마지막에 바운드로 공을 잡으면 주자가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과감하게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싱긋 웃었다.
계속해서 김주원은 "위기 상황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으니 기분도 좋다. 무엇보다 이겼다는 것이 가장 좋다. 다른건 생각하지 않았다. 무조건이 공이 뜨자마자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컸다"며 '위기 상황에서 자신에게 공이 왔으면 좋겠느냐, 안 왔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내게 공이 와서 내가 처리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사령탑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인권 감독은 "너무 힘들고 진정이 안 된다. 맞는 순간 안타인 줄 알았다"며 "수비 위치 선정도 좋았고 김주원의 다이빙도 좋았다. 형들이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는데, 막내인 김주원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주원은 "마지막까지 타이트하게 해서 경기를 승리하다 보니 분위기가 더 올라온 것 같다. 아시안게임과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올라가면 더 긴장될 것 같다"며 APBC 대표팀과 한국시리즈에 대한 질문에 "둘 다 하고 싶지만, 한국시리즈 진출한다면 팀이 우선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먼저 생각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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