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위기 넘을 ‘정치 대혁신’ 절실하다[사설]

2023. 11. 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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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는 무능 정치, 野는 괴담 정치 탈피해야

글로벌 신냉전과 AI시대 진입 등 문명사적 전환기에 접어든 가운데, 대한민국은 재도약과 정체의 기로에 섰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세계 일류 수준에 진입했다. 문제는 정치다. 창간 32주년을 맞은 문화일보는 정치가 대혁신을 통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치 불신은 늘 심각했지만, 제21대 국회는 최악이라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다. 끝없는 정쟁 속에서 국민이 위임한 책무를 저버리고 정치 혐오만 부추겨왔다. 집권세력 책임이 무겁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시정연설을 계기로 야당 측에 먼저 손을 내밀고 나섰지만,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웰빙·무능·영남당 행태는 여전하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후 혁신위원회를 발족했지만 혁신에 반발하는 기득권 행태가 더 돋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압도적 의석을 보유한 원내 제1당으로서, 이에 합당한 역량을 보이긴커녕 국정 발목을 잡는 데 집중했다.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비칠 정도다. 입으론 민생을 외치면서 실제는 ‘이재명 방탄’에 치중해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표 이재명’과 ‘피고인 이재명’을 확실히 분리해야 한다. 광우병·천안함·사드·탈원전부터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에 이르기까지 고질병이 돼버린 후진적 괴담 선동정치도 버려야 한다.

여야는 특권 의식도 내려놓아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불체포·면책 특권 포기는 이번 국회에서 실천돼야 한다. 포퓰리즘을 버리고 국가 백년대계와 국민 통합을 실행할 방안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 국민은 진정으로 변화하려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민생 살리기 위한 초당적 실천 나서야 할 때

경제가 무너지면 안보도 복지도 통합도 불가능해진다. 그런데 한국 경제는 위태로운 지경이다. 대내외적 악재가 짓누른다. 물가는 급등세가 진정됐다고 하지만, 전기요금 등 불안 요인들이 여전하다. 특히 미국 주도의 고금리 장기화가 금융시장을 포함한 경제 전반을 압박한다. 기업·가계 부채는 위험수위다. 글로벌 공급망 개편 진통 속에서 수출마저 고전 중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무역·경상 수지 적자를 면하기도 힘겹다. 올해가 두 달도 안 남았는데 주요 국가들의 평균치 이하인 성장률 목표치 1.4%조차 과연 달성할지 미지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라며 경고하는 정도다. 그야말로 복합위기다.

윤 대통령이 경제·안보 현안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기업과 가계 입장에선 뭐가 좋아지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실천과 성과다. 그나마 경기가 반등할 기미를 보인다는 희망적인 소리가 들린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소비·투자가 조금씩 반등하고, 반도체도 감산 효과 등에 힘입어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3차 오일 쇼크가 닥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금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민생 위기의 장기화를 피할 수 없다. 여야의 실질적 협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더 중요해진 동맹

안보 정세도 심상치 않다. 미국이 아시아 핵심동맹국인 한국·일본, 그리고 유럽의 자유 진영 국가들과 안보 및 경제에 이르는 전방위 협력을 구축하는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 및 북한 등 권위주의 독재국과 밀착하며 체제 경쟁을 전면화하는 형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 계속되고, 하마스 테러에 대한 이스라엘 대응이 본격화하며 중동지역의 전운도 짙어진다. 동북아 불안정성도 커질 우려가 크다. 김정은이 하마스식 도발을 벌일 수 있는 데다가 시진핑 중국 주석은 대만 카드로 위기 탈출을 시도할 수 있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도 문제다.

이럴수록 동맹이 중요하다. 한미동맹과 자유 진영과의 협력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을 넘어야 한다. 그래야 핵 가진 북한의 도발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반발해 원자재 무기화에 나서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아세안을 비롯한 아프리카, 남미와의 협력 강화로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에도 주력해야 한다. 원전 연료 러시아 의존 탈피를 위해 저농축우라늄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한미 협력도 경제안보 차원에서 가속화해야 한다.

문화일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과 원칙이라는 대의를 수호하면서, 정치개혁을 통해 전방위 위기를 넘어 나라가 재도약하게 하는 데 앞장설 것을 거듭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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