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은 세종시 카드 안 꺼냈나”···국민의힘 ‘메가서울’ 여론전

문광호·조문희 기자 2023. 11. 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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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1일 이르면 이번주 내로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특별법을 발의하고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당은 김포시뿐 아니라 경기도 다른 일부까지 서울시로 편입하는 ‘메가 서울’ 띄우기에 나섰다. 서울로 편입됐을 때의 장밋빛 전망을 제시해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편입의 조건으로 쓰레기 매립장, 소각장 등 혐오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안 받을 수도 있다”며 선을 그었다. 당내에서는 애초 편입론이 나온 이유였던 교통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지도부가 모른 척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며 대안으로 ‘행정 대개혁’을 제안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각 상임위원회 여당 간사들과의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메가도시는 세계적 트렌드(추세)”라며 “서울을 어떤 사이즈(크기)로 발전시킬까 하는 문제는 그 문제대로 우리가 같이 고민하고 관심 가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향후 특별법 발의 등 논의는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주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금주 중 특별법을 발의하고 관련된 TF를 당대표 직속기구로 구성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윤 원내대표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국토 대전략 차원의 행정 대개혁’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이건 지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당이 응답했다는 차원”이라며 “행정체계 개편 얘기는 오래 있었지만 조금 사안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 인사들도 ‘메가 서울’ 띄우기에 동참했다. 서울 양천갑 당협위원장인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광명 주민들이 어제(10월31일) 연락을 줬다. 광명의 행정구역이 서울이 되는 것은 편입이 아니라 행정구역 정상화라는 말씀도 주셨다”며 김포에 이어 광명의 서울시 편입을 주장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오신환 혁신위원(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행정권과 생활권이 불일치해 서울 주변 도시 주민들의 불편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특히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그레이트 한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서울이 김포를 편입하게 된다면 해양도시, 글로벌도시로 외부로 뻗쳐나갈 토대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김포가) 근접 지역에 있는 서울로 속한다고 한다면 서울시가 (교통문제를) 더 해결하기가 좋은 면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은 세종시 카드를 안 꺼냈나. 김포시민들은 교통문제에서부터 여러 가지를 늘 얘기해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박수를 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편입을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홍철호 국민의힘 김포을 당협위원장은 MBC 라디오에서 ‘편입되면 김포에 쓰레기 매립지가 들어선다는 얘기가 있다’는 사회자의 말에 “누가 그렇게 얘기를 하나”라며 “편입을 하고 난 다음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이 문제는 우리가 받아줄 수 없다’ 하면 못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안 받을 수도 있다는 건가’라고 묻자 “당연하다. 최종 순간에는 협의 조정할 것”이라며 “김포가 지금 이걸 주장했다고 해서 이렇게 소아병적으로 조그만 문제로 보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교통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지도부가 이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포 시민들 입장에서 숙원 사업은 5호선, 9호선 연장인데 서울시로 편입되게 되면 이게 광역전철이 아니라 도시철도가 된다”며 “그러면 연장 사업이 (오히려) 되게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김포가 경기에서 서울로 소속이 바뀌면 국비 지원 비율이 줄어들어 숙원사업 추진 가능성이 오히려 낮아질 것이라는 논리다. 국토교통부 ‘도시철도의 건설과 지원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60%까지 국비 지원)와 달리 총사업비의 40%까지만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광역철도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 사업비가 국비 70%, 지방비 30% 수준이다.

이 전 대표는 “이걸 국민의힘에서 알고 던진 것이지, 모르고 던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에서 누군가는 계속 끼워 맞춰서 예타(예비타당성 조사) 면제하고 국비를 더 지원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식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SNS에서 “대구·경북을 통합해 대구특별시로 만드는 등 지방 시·도를 통합해 메가시티로 만드는 것은 지방화 시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바람직할지 모르나 대통령께서도 지방화 시대 국토균형발전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삼는 마당에 이미 메가시티가 된 서울을 더욱 비대화시키고 수도권 집중 심화만 초래하는 서울 확대 정책이 맞나”라며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 아닌가. 뭐가 뭔지 어지럽다”고 지적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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