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선배님처럼 생각을 읽는다"...'강철 매직'도 통하지 않는다, ‘포스트 양의지’의 두뇌가 지배하는 가을야구 [PO]
[OSEN=수원, 조형래 기자] “양의지 선배님이랑 하듯이 내 생각을 읽는 것 같다. (김)형준이가 가위 바위 보를 잘하나보다.”
‘포스트 양의지’로 불리는 NC 다이노스 김형준(24)이 두뇌싸움으로 가을야구를 지배하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주전 포수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전 경기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경험치가 쑥쑥 오르고 있다.
김형준은 올해 포스트시즌 타석에서 3개의 영양만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김형준의 진가는 홈플레이트 뒤에 앉았을 때 더 발휘되는 편이다. 포수 조련사 NC 강인권 감독은 김형준의 볼배합에 대해 “경기 전체적인 부분 보다는 타자의 상황에 맞춰서, 또 투수의 상황에 맞춰서 운영을 하는 것들이 보여진다. 대부분의 포스들은 1회부터 9회까지 타자들의 전체적인 상황을 보면서 볼배합을 하고 경기를 운영하는데 김형준은 지금까지 타자의 상황, 투수의 그날 컨디션에 맞게 경기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NC는 에이스 에릭 페디의 6이닝 12탈삼진 1실점 완벽투와 타선의 조화에 힘입어 9-5로 승리했다. 페디의 구위에 김형준의 볼배합이 더해졌다. 김형준은 페디의 주무기인 투심과 스위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주심이 우타자 바깥쪽 코스를 잘 잡아주자 투심과 스위퍼의 탄착군을 바깥쪽으로 형성시켰다.
강인권 감독은 “그만큼 노하우가 많이 생겼다. 경기를 많이 뛰지는 않았지만 큰 경기를 경험하고 나서 타자들을 상대하는 모습,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모습들을 보면 정말 발전했다”라면서 김형준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포수와의 호흡과 볼배합을 중요시 하는 KT 이강철 감독에게도 김형준의 볼배합이 신경 쓰인다다. 상대와 싸우는 것은 물론 김형준의 머리와도 싸워야 하는 KT의 현 상황이다.
이강철 감독은 20승과 200탈삼진의 주인공인 페디를 만나도 허무하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규시즌에서 페디를 비교적 잘 공략한 팀이 KT였다. 하지만 정규시즌 페디의 KT전 선발 포수는 3경기 모두 박세혁이었다. 김형준이 이끄는 페디의 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 감독은 “포수가 바뀐 것을 선수들도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어제는 패스트볼보다 스위퍼를 더 많이 쓴 것 같다. 특히 알포드한테도 투심이 잘 들어갔다. 외국인이 고집을 부리면 자기가 알아서 던지는데”라면서 “‘약약강’으로 승부를 했다. 저희가 연구를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⅓
이러한 김형준의 볼배합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선발 등판한 동갑내기 신민혁과 환상의 호흡을 발휘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5⅔이닝 무실점, 그리고 이날 플레이오프에서는 6⅓이닝 단 1피안타에 무실점 피치을 펼치면서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과시했다. 신민혁의 호투에 힘입어 NC는 3-2로 신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NC는 포스트시즌 최다 연승 기록 타이인 9승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후 김형준은 “(신)민혁이 장점이 체인지업이다. 체인지업을 어떻게 잘 활용해야할지 고민이었다”라면서 “오늘 커터를 많이 던졌는데 타자들이 유리한 카운트에서 변화를 주는데 거기서 잘 먹혔다. 페디에게 커터를 배우고 난 뒤 잘 먹히더라. 오늘은 커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리한 카운트에서 저도 민혁이를 믿고 변화구 사인을 낼 수 있었다.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는 투수라서 제가 편하게 사인을 내며 스트라이크를 잘 던졌다”라면서 신민혁의 투구를 칭찬했다.
신민혁도 김형준과의 신뢰를 언급했다. 그리고 한때 호흡을 맞췄고 한국 최고의 포수인 양의지와 비교를 했다. 그는 “형준이가 리드를 잘 해줬고 잘 이끌어줬다. 믿고 던졌던 게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며 “형준이는 (양)의지 선배님이랑 하듯이 내 생각을 읽는 것 같다. 내 생각 맞춰서 볼배합을 해주니 형준이 믿고 호흡이 좋다. 볼배합이 가위바위보 싸움이라고 하는데 아마 형준이는 가위바위보를 잘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9~2020년 양의지 곁에서 많은 것을 배운 김형준이었지만 상무에서 전역한 이후 양의지는 친정 두산으로 컴백했다. 양의지처럼 투수들의 심리, 그리고 상대 타자의 심리를 꿰뚫는 능력은 가을야구를 치르면서 일취월장하고 있다.
강인권 감독은 신민혁의 투구를 평가하면서 김형준까지 동시에 칭찬했다. 강 감독은 “신민혁이 이렇게 잘 던질 줄 예상 못했다. 확실히 큰 경기에 강한 선수 같다”라면서도 “신민혁도 호투를 한 것 했지만 김형준의 운영과 투수들을 이끌어가는 모습 덕에 신민혁이 더 빛날 수 있었다”라고 김형준의 공헌도를 치켜세웠다.
김형준의 두뇌가 가을야구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가을, 김형준이 왜 ‘포스트 양의지’라고 불렸는지 거듭 확인하고 있다. 김/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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