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언론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포럼]

2023. 11. 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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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기초했고 제3대 대통령까지 지낸 토머스 제퍼슨의 이 명언은 신문의 사회적 역할과 중요성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디지털과 모바일 기술에 기반을 둔 인터넷 매체와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가 뉴스 이용 매체의 대세가 계속된다면 조만간 종이신문의 사회적 역할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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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기초했고 제3대 대통령까지 지낸 토머스 제퍼슨의 이 명언은 신문의 사회적 역할과 중요성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디지털과 모바일 기술에 기반을 둔 인터넷 매체와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가 뉴스 이용 매체의 대세가 계속된다면 조만간 종이신문의 사회적 역할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984년 이래 매년 발표하는 ‘언론수용자 조사’에서는 2015년까지만 해도 TV, 종이신문, 라디오, 잡지를 4대 매체로 분류해 조사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잡지와 라디오에 이어 종이신문마저도 빠지고, TV와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 유튜브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서비스가 주 이용 매체로 분류된다. 이를 입증하듯이 1996년 69.3%였던 종이신문 구독률은 2022년에는 8.4%로 집계돼 10가구 가운데 1가구도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 종이신문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대다수 국민은 비록 종이신문을 읽지 않지만, 네이버나 카카오톡, 심지어 TV 종편을 통해 신문사들이 공급하는 기사를 매일 접하고 있다. 이제 종이신문은 뉴스를 직접 전달하는 ‘매체’적 기능 대신에 뉴스의 생산자나 공급자로 역할이 바뀌었을 뿐, 신문의 역할과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들어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 언론사를 표방하는 일부 온라인 매체 등에서 정치적·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의도적이고 편향적으로 거짓 내용을 기사화하는 이른바 ‘가짜뉴스’가 횡행한다. 이런 때일수록 사실성과 전문성 등 전통적인 저널리즘 가치를 지켜온 기존 언론사들의 보도 내용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신문사들은 전통적인 저널리즘 가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자, 이의 계승과 발전을 위한 교두보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매체 간의 과도한 경쟁 등으로 인해 현재 신문은 과연 사회적 소임과 책무를 충실히 수행했는가 하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부터라도 신문의 정론 역할을 다시금 새기고 이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우선, 신문은 정치권력과 자본 권력을 감시하며 건강한 사회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워치도그(watchdog·파수견)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 1인 미디어에서부터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까지, 뉴스를 생성하는 창구가 차고 넘치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 신문 같은 정통 언론의 게이트키핑 역할은 더욱 필수다.

신문의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뉴스의 저급화 경향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뉴스 소비가 일상화한 상황에서 뉴스 내용은 갈수록 연성화하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고, 이런 저품질의 뉴스가 포털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됨에 따라 국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극적인 소재에 길들게 된다. 그 결과 정작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지역 간 갈등과 보수-진보 간 정치적 갈등, 그리고 세대 간 갈등, 젠더 갈등 등 언론이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난제들은 국민의 관심사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사회적 공론화의 장(場) 마련, 이를 통한 사회 통합과 발전 기여 등 언론의 책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 중심에 저널리즘의 본산인 신문이 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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