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주담대 내준 농협은행 손실 구간 진입... 대구은행도 원금회수 만만찮을 듯
영풍제지 주가가 끝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로 대양금속에 돈을 빌려준 농협은행이 키움증권에 이어 손실을 보게 됐다. 영풍제지가 1~2일 더 급락하면 더 큰 규모로 주식담보대출을 내준 대구은행도 큰 손실을 볼 전망이다.
은행권이 증권사보다 더 아픈 것은 금전상의 손실보다 리스크 관리 능력에 물음표가 붙었다는 점 때문이다. 은행이 주가만 보고 대규모 대출을 내줬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구은행은 올해 들어 문서 위조·증권 불법 계좌 개설 등 내부통제 부실이 발생했던 만큼, 또 한 번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대구은행 관계자는 “해당 기업의 업황, 재무 건전성, 채무상환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상적인 심사 절차를 거쳐 대출이 취급되었다”고 말했다.
1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대양금속은 영풍제지 주식 총 1112만5000주를 담보로 3회에 걸쳐 대구은행에 340억원을 빌렸다. 총 대출금액을 주식 수로 나눈 주당 주가는 3056.18원이다. 이 중 80만주는 주당 6250원, 832만5000주는 2402.40원, 200만주는 주당 4500원에 빌렸다. 1일 개장하자마자 하한가로 직행한 대양금속 주가는 5720원으로, 80만주에 대해서 대구은행은 이미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대양금속이 대구은행과 체결한 계약 기간은 2026년 9월 25일까지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대양금속이 계약을 끝까지 이행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 담보물 가치 급락으로 대구은행이 주식을 전부 반대매매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달 31일부터 대구은행과 계열사 관계인 하이투자증권 계좌를 통해 매물이 나오고 있다. 주가가 빠른 속도로 급락하고 있어 대구은행이 담보주식을 모두 처분해도 전액 회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은 증권사 등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주식담보대출(주담대) 계약을 맺을 때 담보유지비율을 따로 설정하지 않는다. 담보유지비율을 설정하면 대출금액이 담보유지비율에 미치지 못할 때 반대매매로 주식이 강제 처분된다. 대양금속이 골드스퀘어제일차주식회사(골드스퀘어)와 체결한 120억원 규모의 주담대 계약을 보면, 담보비율이 300%로 설정돼있다. 이에 따라 360억원(120억원*300%)을 담보 주식 수(200만주)로 나눈 값인 주당 1만8000원 밑으로 주가가 내리면 담보비율을 맞추기 위해 반대매매가 시행된다. 담보유지비율에 미치지 못한다고 반드시 반대매매가 시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골드스퀘어가 반대매매를 시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양금속은 지난 5월 10일 농협은행에서도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로 100억원을 빌렸다. 주당 6000원에 166만6667주를 담보로 맡겼다. 이 계약에서도 담보유지비율은 설정되지 않았지만, 1일 기준 주가가 5000원대로 내려앉으면서 농협은행은 손실 구간에 들어섰다. 1일 기준 농협은행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이 매도 창구에 없는 것을 볼 때, 주식을 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은행은 근질권이 설정됐기 때문에 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영풍제지 주가가 급락하고는 있지만, 전부 팔면 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영풍제지는 5일째 하한가를 기록 중인 1일 오전에도 전체 유통주식수보다 많은 2880만주의 하한가 매물이 쌓여 있다. 2일에도 하한가를 기록하면 4005원까지 떨어지게 된다. 대구은행 또한 자신할 수 없는 주가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4만8400원에 장을 마친 영풍제지는 18일 갑자기 하한가를 기록했고,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실이 알려지며 19일부터 25일까지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같은 달 26일 거래 재개 후 이달 1일까지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5000원대까지 내렸다. 1일 주가는 5720원으로, 지난달 18일 종가 대비 88%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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