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인데 2년간 팔지도, 이사도 못갔다" [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사업승인 아직 無…정부의 특별법 추진 약속에 연장여부 촉각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선정 기쁨도 잠시, 2년여 소중한 시간이 거래도 끊기고 재산권 행사도 못한 채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고 있다. 연일 고공행진 중인 아파트 시세를 보며 한숨만 푹푹쉬는 주민들의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다."
이번 [발로 뛰는]의 주인공은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입니다. 워낙 찬반이 팽팽한 이슈인터라 손대기가 살짝 겁났습니다만, 지난 주말이었네요. 직장인에게는 꿀잠시간일지도 모르는 토요일 오전 11시 서울정부청사 앞에 2000여명이나 모여 '중단없는 추진'을 외쳤다는 소식에 냉큼 잡았습니다.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이건 또 무엇인고-라고 물으실 분들을 위해 간단 설명부터 갑니다. 전 정권이었죠,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는 역세권·저층주거지·준공업지역 등 노후도심지를 정비해 2025년까지 주택 약 83만호 공급부지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었는데 혹시 기억나시나요.
기존 재개발방식으로는 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곳들을 공공 주도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안을 내놨던 터라 시장에서는 '일단 환영'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자 '공공'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주세요. LH 등 공공이 시행자가 되어 주민 토지를 수용하고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아파트 등 신규 건축물로 보상하는 순으로 진행합니다. 대신 용적률 규제완화(상향) 및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배제, 절차 간소화,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사업성을 높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선정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보지도 적지 않았습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 9차 후보지까지 총 57곳(8만3203가구)을 도심공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지정했습니다...만 그 다음 단계로 잘 넘어가질 못하고 있네요.
현재까지 지구 지정이 완료된 곳은 서울 △은평 증산4구역 △연신내역 인근 △도봉구 방학역 인근 △영등포구 신길2구역 등 6개 선도지구를 합쳐 10곳 뿐이고, 일부는 국토부와 서울시의 사전검토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는 등 사업 추진에 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업승인 받은 데는 있지 않겠느냐-고 물으신다면...네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여기에 째깍째깍 모래시계까지 떨어지고 있는 상태인데요. 도입 후 3년간 한시적으로 사업지를 지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던터라, 별도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내년 사업지 선정 작업은 종료될 운명입니다.
물론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기간 연장을 위해 특별법 개정을 추진 중이거든요. 윤석열 정부는 기존 공공주도 도심복합사업을 신탁사나 리츠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민간영역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법 개정 추진에 속도가 붙지 않자 지난달 28일 '도심복합사업 전국지역연대'로 뭉친 2000여명이 사업 기간을 늘리는 동시에 추진 속도를 높여달라고 호소의 목소리를 높인 겁니다. 전국 55개 사업지 중 41개 지역에서 참가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법 개정으로 △권리산정일의 합리적 개정 △사업에 분양가상한제(이하 분상제) 적용 배제 △입주권 확보되는 매매 1회 허용 △저층주거지 사업지구(주택공급활성화지구) 사업성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응? 이건 또 무슨 말이냐고요?
사업이 2년여건 지지부진 답보 상태인 건 현금청산과 후보지 철회 등 갈등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현금청산부터 갈게요. 정부가 투기방지 차원에서 권리산정기준일을 2021년 6월29일로 정했는데, 이 기간 이후 주택을 매수하면 모두 현금청산대상자가 되는터라 거래가 막혀버렸습니다. 정부가 저 날짜 이후로도 추가후보지를 지정한 탓에 미래의 개발 이슈(?)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주택을 구입한 이들까지 자동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버려 논란이 컸습니다.
여기에 통상 시세보다 낮은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책정된 현금보상액에도 반발이 큽니다. 이에 공공이 아닌 민간개발로 선회하겠다며 철회를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지적들이 터져나오자 정부는 '후보지 발표 전 매수한 1주택 소유자'에 한해 특별공급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했지만 일시적 2주택자나 다주택자 재산권 침해는 여전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습니다.
황재성(양천구 목4동 추진위원장) 도심복합사업 지역연대 공동회의 의장은 "사업성이 열악한 저층주거지 구도심 재개발을 위해 신속하게 도심복합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며 "사업지 주민들은 제도개선을 위한 법령개정을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또한 "권리산정기준일을 합리적으로 개정해 억울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입주권이 주어지는 매매를 1회 허용함으로써 원주민들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고,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의 새로운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사업이 모두의 환영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는 부분에 정부도 고민이 깊을 것 같습니다. 공공이 아닌 민간으로 진행해야 조합원 이익이 커진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센데다가 올해 '철근누락' 사태로 인해 사업추진 주체인 LH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다는 부분도 부담입니다.
"정부믿고 선택한 도심복합공공사업인데, 내 집인데 팔지도 못하고 이사도 못갔다"며 2년여간 애타게 기다렸다는 이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관련 내용이 확정되어 '정책의 안정성'이라도 약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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