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이후 빠져도 공모가는 비싸게…고평가 논란 자초

조슬기 기자 2023. 11. 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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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침체 아랑곳 않는 공모주…시장 빠지던 말던 '최대한 높게'

신규 상장 종목을 중심으로 '공모가 뻥튀기'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같은 약세장에도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공모가를 최대한 비싸게 책정해 고평가 논란을 자초하는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증시 입성을 위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유진테크놀로지, 비아이매트릭스 등 기업공개(IPO)에 나선 8개 기업들은 공모가를 일제히 희망 공모가 범위보다 높게 설정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먼저 이달 13일 코스닥 상장을 앞둔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기업이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한국 파트너사인 에이직랜드는 최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희망 범위(1만9천100∼2만1천400원) 상단을 초과한 2만5천 원으로 확정했습니다. 

이차전지 정밀금형 부품 및 소재 전문 업체인 유진테크놀로지도 지난달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당시 희망 범위(1만2800원~1만4500원) 상단가를 넘어선 1만7천 원에 공모가를 올려 잡았습니다.  

또 비아이매트릭스·퀄리타스반도체·유투바이오 등 지난달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들은 공모가를 일제히 희망 공모가 하단 대비 20~30% 높게 책정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통상 IPO에 나서는 기업들은 주관사와 상의해 희망 공모가 범위를 제시하고 이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공모가를 최종 확정하지만, 최근 공모주 시장 분위기는 공모가 밴드 이상 가격대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미국발 고금리 기조 장기화 우려 등의 여파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외 변수에 상대적으로 노출되지 않은 신규 상장주로 기관 투자자들이 몰리며 반짝 상승세를 이어간 영향이 크다"며 "IPO 기업들도 시장에서 물량 소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공모가를 올려잡는 관행이 형성됐다"고 전했습니다. 

장기적인 주가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상장 첫날 주가는 크게 오른다는 인식이 각인되면서 IPO 기업들 사이에 공모가를 비싸게 잡아도 된다는 기류가 형성됐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유진투자증권이 지난 3분기 증시에 상장한 19개 기업(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스팩 제외)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관투자자가 첫날 시초가에 해당 종목을 매도했을 경우의 수익률이 평균 80%가 넘을 정도로 신규 상장주 첫날 수익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신규 상장 종목의 상장 당일 가격 변동폭을 공모가의 400%까지 상향 조정한 것도 IPO 기업들의 공모가 상향 조정을 부추긴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종전 260%였던 최대 상승 폭이 대폭 커지면서 공모주 대박을 노린 시중 유동성이 IPO 시장으로 몰려드는 데 구조적인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규 상장 기업들이 대체적으로 초반에 반짝 반등하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체로 낙폭을 키우며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공모가 상단을 뛰어 넘은 가격 책정은 결과적으로 공모가 부풀리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증시 여건에 따라 기관 수요예측에서 높은 가격에 사고자 하는 기관투자자가 많다면 희망 공모가 범위의 상단에서, 수요예측이 저조한 경우에는 하단에서 공모가가 확정되어야 함에도 적정 공모가 밴드를 무시한 채 기업들이 공모가를 책정함으로써 뻥튀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비상장 기업일 당시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높이는 행위는 상장 이후 해당 주식 투자자의 기대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기업들이 적정 공모가를 책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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