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CR-V 하이브리드 | 높은 상품성에 탄탄한 기본기, 혼다 영광 다시 살릴까

2023. 11. 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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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 혼다코리아

국내에서 혼다는 최근 몇 년간 부침이 심했다.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해 일본 차를 기피하는 흐름이 만들어지면서 부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 혼다는 다양한 신차를 선보이고 온라인 플랫폼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CR-V는 그 선봉에 선 차다.

혼다 CR-V는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여러 시장에서 도요타 라브4와 경쟁한다. 혼다 CR-V는 회사의 주요 수익 모델이면서 국내에서는 2008년 수입차 최초로 연간 1만 대 판매를 달성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만큼 높은 상품성과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효율과 운전의 재미 동시 추구

일본 차는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이 분야에서 도요타의 위상이 가장 높고, 혼다 역시 수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의 지향점은 살짝 다르다. 도요타가 효율의 극대화를 노린다면 혼다는 효율성을 추구하면서도 운전의 재미까지 놓치려 하지 않는다. 혼다가 6세대 CR-V 하이브리드를 국내 출시했다. 비 오는 날 경기 가평군 일대에서 이 차를 만났다.

외관은 최신 혼다 디자인이다. 무난하면서 튀지 않는 선들로 구성됐다. 과거 유려한 선들로 화려함을 뽐냈던 것과는 다르게 정돈된 모습이다. 혼다는 최근 모든 차급에 디자인 통일성을 보이고 있다. 육각형 그릴 한 모서리에 헤드램프를 잇고, 그릴 하단의 공기흡입구의 디자인을 강인하게 표현한다.

옆면은 1990년대 출시된 1세대 CR-V의 느낌이 살짝 난다. 반듯한 박스카 형태다. 최근 자동차들은 과거 디자인을 신형에 적용하는 레트로 디자인이 유행이다. 6세대 CR-V 역시 이 흐름을 타고 있다. 뒤쪽은 혼다를 상징하는 세로 리어램프가 눈에 확 들어온다. 트렁크 문이 커다란 점은 실용성을 강조한 부분이다.

디자인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차체가 커 보인다. 이 차의 크기는 길이 4705㎜, 너비 1865㎜, 높이 1690㎜, 휠베이스(앞뒤 바퀴 중심 간 거리) 2700㎜로, 경쟁 차 라브4에 비해 105㎜ 길고, 10㎜ 넓다. 실내 공간에 영향을 주는 휠베이스도 10㎜ 길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내부. 사진 혼다코리아

첨단 디지털 색채 약해

실내는 넓어 보이는 수평 구조다. 다만 외관이 잘 정돈된 것과 다르게 다소 어수선한 점이 아쉽다. 디지털을 강조하는 요즘 추세에 비해 어딘지 뒤떨어진 느낌이다. 디스플레이 크기를 키웠지만, 첨단 분위기는 아니다. 높게 솟은 기어 레버 역시 과거 디자인이다. 물론 다이얼이나 버튼이 아닌, 봉 형태의 기어 레버를 더 좋아하는 소비자도 많기에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실내 각 소재는 저렴해 보이지 않도록 나름 신경을 쓴 부분이 역력하다. 또 약간의 디자인 재미를 준 부위도 있다. 그물망 디자인의 송풍구가 그렇다. 검은색 일색의 실내 색상은 약간 답답한 느낌이지만,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가죽이 닿는 느낌은 평범하다. 그래도 재미를 주기 위해 가죽 이음새를 주황색 바느질로 마무리했다.

공간은 여유롭다. 뒷좌석에서 트렁크까지는 준중형 SUV가 맞나 싶다. 적재 공간은 기본 1113L로, 뒷좌석을 모두 접을 경우 두 배 이상인 2166L로 넓어진다. 편의 품목으로는 보스의 12 스피커 오디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핸드프리 파워 테일게이트 등을 갖추고 있다. 다만 5000만원 이상의 차에서 국내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통풍 시트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CR-V는 최고 147마력, 최대 18.6㎏f.m를 내는 2.0L 가솔린 엔진에 최고 184마력, 최대 34.0㎏f.m의 힘을 갖춘 2모터 시스템을 조합했다. 가솔린 엔진이 주를 이루는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차에 비해 전기모터 비중이 더 높다는 게 특징이다. 조금 더 전기차적인 감각으로 운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두 개의 모터는 각각 엔진 옆에서 발전과 구동 역할을 한다.

엔진은 고압 직분사와 멀티 스테이지 분사를 결합한 연료 공급 시스템으로 주행 상황에 따라 효율과 성능을 다르게 낸다. 덕분에 연료 효율은 복합 14㎞/L로 준수한 편이다. 시승 구간 중에는 짧은 시간 급가속과 급제동, 고속 주행 등이 잦았지만, 시스템상 표시 연비는 15㎞/L로 좋았다.

조용한 실내, 편안한 주행감

변속기는 전자식 무단 변속기(E-CVT)로, 신형에서는 고속과 저속으로 클러치를 구분, 효율적인 주행을 추구한다. 자연스럽게 가속과 감속을 오가는 질감이 상당히 뛰어나다. 편안하게 운전하기 좋다는 얘기다.

주행 감각은 편안함에 중점을 뒀다. 주력 시장인 미국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스티어링 휠(운전대)의 무게는 적당해 돌리기 쉽다. 하체 역시 진중하게 노면의 충격을 걸러낸다. 미국 도로는 국내 도로에 비해 노면이 매끄럽지 않고, 균열도 많아 잔진동을 잘 흡수하는 차의 선호가 높다.

주행 모드는 일반(노멀), 경제(ECON), 눈길(스노), 스포츠 등 네 가지를 지원한다. 모드별 차이가 확실하다. 설정에 맞는 성능 변화가 두드러지는 편이다. 운전대 뒤 스위치로 조절 가능한 회생 제동 기능은 네 단계로 변화하며, 가장 강한 회생 제동 기능을 적용하면 페달 하나로 가속과 정지를 할 수 있는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조용한 실내도 장점이다. 하이브리드차라는 특징을 고려해도 꽤 조용하다. 혼다는 CR-V에 회사에서 처음으로 우레탄 커버와 소음 진동 흡수재 등을 잔뜩 넣었다고 한다. 광각 카메라와 레이더 등을 활용해 2단계 자율주행을 하는 혼다 센싱은 비교적 그 기능에 충실하지만, 가끔 차선이 흐릿한 구간에서는 다소 부정확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비가 많이 왔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혼다는 가장 기본에 충실한 차를 만드는 데 능한 회사다. CR-V 역시 과거부터 쌓아온 기본기가 돋보이는 차다. 혹자는 일본 차가 시대에 뒤떨어져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느낄 법하다. 하지만 CR-V는 자동차의 진짜 가치는 화려함보다는 완성도에 있다고 강조한다. 패밀리카로서 손색없는 상품성도 장점이다. 가격은 5590만원. 경쟁 차 도요타 라브4보다 100만원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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