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컬래버노믹스 <21>] 정보 전쟁의 승패는 컬래버에 달려있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2023. 11. 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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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전쟁의 승패는 군사력의 우열에 좌우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보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게 대부분이다. 정보력 우세 덕분에 약자가 강자를 이긴 전쟁 사례는 수없이 많다.

정보화 사회 진입 이후 세계 각국은 국가 정보 조직을 강화해 왔는데, 공통점은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첩보 위성, 통신 감청, 사이버 역량 강화, 안면 인식 기술, 인공지능(AI) 활용 등이 전반적인 추세다. 이런 첨단 기술은 첩보 역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실례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러시아 장군 여러 명이 저격수에 의해 사살됐는데, 첩보 위성과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안면 인식 기술이 이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되자 전통적인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는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휴민트란 적 진영에서 활동하는 첩자에 의한 정보 활동을 말한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 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10월 7일(이하 현지시각)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대규모로 기습 침공했다. 콘서트장에서 공연을 즐기던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해 수백 명을 살해하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납치하여 세계인을 경악시켰다. 이스라엘은 즉각 보복을 선언하였고 하마스는 결사 항전 태세다. 세계인이 주목한 것은 어떻게 그 막강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미국 CIA의 정보망이 동시에 무력화되었느냐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마스가 상대방의 정보망을 뚫은 비결은 첨단 기술 대신 철저히 재래식으로 대응한 것이었다. 첨단 통신 장비 대신 전령과 손 편지를 이용하였다. 땅굴을 파서 이동하고 지하에서 훈련하였다. 침공 방식도 패러글라이더, 낙하산,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였다. 이스라엘이 세워놓은 스마트 장벽은 불도저로 밀며 뚫고 들어왔다. 이스라엘이 중추적으로 의존해 온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돔’은 미사일 대신 수천 발의 대포를 쏘아 무력화시켰다. 최첨단 방어시스템을 구식 장비와 무기로 뚫어버린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가 대규모 공세를 취하기 전 미국 CIA가 두 차례 관련 첩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측에 로켓 공격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게 9월 28일 작성된 보고서다. “하마스가 폭력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공격 개시 이틀 전인 10월 5일 작성된 보고서다. 이 두 건의 보고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백악관 고위 관계자에게까지 보고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평소 수많은 미확인 첩보가 수집되면서 정보 과부하에 걸린 탓이다. 정보 과잉은 정보 판단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번에 정보 판단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치게 첨단 기술에 의존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첩보 기술과 장비를 가지고 있고, 아이언돔이라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오판을 한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은 이러한 자신감과 자만심을 재래식 장비와 방법으로 손쉽게 무너뜨렸다. 또 한 가지 원인은 정보기관에 정치가 너무 개입되었다는 것이다. 정보기관은 적을 주시해야 하는데, 정치권력을 주시하게 되면 제대로 정보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이번 하마스 공격 사태로 우리나라 안보 상황에도 비상이 걸렸다. 만약 북한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재래식 장사정포 수천 발을 한꺼번에 쏜다면?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무동력 항공기 AN2 수백 대가 동시에 침공한다면? 패러글라이더와 낙하산으로 수백 명이 침투한다면? 소리 없이 수백 척의 잠수정으로 해안을 침투한다면? 이런 징후는 첨단 기술만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국가 정보나 기업 정보나 지나치게 첨단 기술에만 의존하면 큰 화를 당하게 된다.

정보 전쟁의 핵심은 컬래버다. 첫째, 첨단 기술과 재래식 기술의 컬래버가 중요하다. 둘째, 인적 정보와 기술 정보의 컬래버다. 셋째, 동맹국 정보기관과의 컬래버다. 이번 하마스 침공에서 나타난 이스라엘과 미국의 정보 실패는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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