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골프 오디세이 <153> | [Interview] 소렌스탐과 주니어 대회, 스타 총출동 월드 매치 연 박세리 | “내년 미국서 ‘박세리 LPGA 대회’…벌써 설레고 두근거려”
“나는 정말 운도 좋고 인복도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은퇴 후 하고 싶었던 그리고 도전해 보고 싶었던 분야를 도전할 기회가 나에게 찾아왔고 하나씩 실현해 나가며 하루하루 감사해하며 살고 있다. 리치 언니라는 말은 사실 돈 많은 언니, 돈 잘 쓰는 언니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나에게 ‘리치(rich)’라는 말은,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지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과 여유를 나는 리치라고 생각하고 있다.”
은퇴 후 골프 관련 활동 외에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리치 언니’란 애칭으로 불리며 활약하는 ‘한국 골프의 선구자’ 박세리(46)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박세리는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후 한국 골프의 풍경을 바꿔 놓은 인물이다. 극소수 부자 아저씨들의 사치성 놀이로 여겨지던 골프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로 고통받던 국민에게 용기를 주는 희망의 스포츠로 바뀌었다. 박세리를 비롯해 그를 본받아 골프의 길을 걷는 ‘세리 키즈’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비롯해 세계 골프 무대를 점령했다. 국내 골프 대회 수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골프장 신축도 봇물이 터지는 등 국내 골프 산업이 천지개벽했다.
올해 2회째 맞는 ‘마음 박세리 월드 매치’
10월 7일 부산 기장군 돌 게이트 CC에서 열린 ‘2023 Maum(마음) 박세리 월드 매치’에는 LPGA투어에서 통산 72승을 거둔 ‘골프 여제’ 소렌스탐(53·스웨덴)과 ‘여자 백상아리’라 불리며 41승을 올린 카리 웹(49·호주) 등 박세리와 함께 ‘빅 3’라 불렸던 골프의 전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빅 3 외에도 로라 데이비스(60·잉글랜드), 미셸 위(34·미국), 수잔 페테르센(42·노르웨이), 에이미 앨콧(67·미국), 청야니(34·대만) 등 해외 스타들과 박지은(44), 한희원(45), 김주연(42), 최나연(36), 김하늘(35) 그리고 국내 스포츠 스타인 이형택(47), 진종오(44), 박태환(34), 현정화(54), 이동국(44), 김택수(53), 모태범(34), 윤석민(37), 김승현(45), 윤성빈(29), 신수지(32) 등이 참가했다. ‘리치 언니’ 박세리의 국내외 인맥이 총동원됐다고 보면 된다. 2인 1조로 짝을 이뤄 번갈아 샷을 이루는 포섬 방식을 했는데 최나연과 테니스 스타 이형택이 이븐파 72타를 합작해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한 최나연과 이형택 이름으로 스포츠·문화·예술 공존의 가치를 위한 기부처에 조성된 기부금 1억원을 전달했다. 올해 2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는 수많은 팬이 골프장을 찾아 국내외 스타들과 가을을 만끽했다.
이번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투자 회사 ‘마음 캐피털 그룹(MCG)’은 지난해 박세리 월드 매치에 서브 스폰서로 참여한 데 이어 올해 2회째 참여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MCG는 알파벳(구글) 이사회 의장인 존 헤네시, 안데르센 호로위츠 펀드의 마크 안드레센, 야후 창업자 제리 양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투자 회사로 브라이언 구(한국명 구본웅)가 의장을 맡고 있다. 박세리와 브라이언 구 의장의 각별한 관계가 대회 후원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MCG는 한국 및 아시아 문화와 콘텐츠 관련 기업들을 세계에 알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고, 웹 3.0, 헬스케어,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있다. 이번 마음 박세리 월드 매치 등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 관련 투자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세리는 “LPGA투어에서 내 이름을 걸고 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며 “벌써 두근거리고 설레지만,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 할 일도 많을 것이다. 열심히 준비해서 미국 LPGA 대회도 잘 마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 주니어 세계 무대 등용문 열어
‘박세리 월드 매치’에 앞서 10월 3일부터 사흘간 충북 청주시 세레니티 골프앤리조트에서는 제1회 ‘박세리&안니카 인비테이셔널 아시아(SERI PAK & ANNIKA Invitational Asia)’가 열렸다.
박세리 희망재단과 안니카 소렌스탐 재단이 공동 주관한 이 대회는 박세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박세리 희망재단과 안니카 소렌스탐 재단이 미래 골프 유망주들을 위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공동 주최한 주니어 대회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대한골프협회(KGA)가 공식 후원하는 이 대회는 태국, 중국, 대만, 필리핀, 일본 등 아시아 지역 월드 아마추어 골프 랭킹(WAGR) 상위권 선수들을 비롯한 국내 아마추어 주니어 총 78명이 출전했다. 우승자에게는 미국주니어 골프협회(AJGA) 대회 출전권이 주어진다. 이 대회는 아시아 주니어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대회 경험을 제공하고 세계 무대로 도약할 수 있는 등용문이 된다는 점에서 뜻깊다.
박세리의 말이다. “지난해 박세리 월드 매치에 참가한 소렌스탐이 아시아주니어대회를 같이 열어 보자고 요청했다. 함께 대회를 열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 같았다. 준비기간이 촉박했지만, 함께 큰 보람을 느꼈고 앞으로도 알찬 대회로 만들어 가자고 뜻을 모았다. 소렌스탐이 한국에 좋은 선수가 많아서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
직원들 위한 ‘세리 도시락’
박세리는 2016년 공식 은퇴했다. 골프 선수였던 시절이 대부분이라 여전히 늦잠은 못 잔다고 한다. 특별한 일정이 없어도 아침 7시면 일어나서 간단히 운동하고 ‘댕댕이’ 강아지를 산책시킨다. 생각이 잘 정리되는 아침 시간을 좋아한다. 시간 나면 남들처럼 집 청소하고 정리하고 좋아하는 TV 프로그램도 본다. 남들과 다르지 않은 일상생활을 보낸다고 했다.
특별한 게 있다면 직원들을 위한 ‘세리 도시락’이다. “평일에 쉬게 되면 아줌마처럼 직원들은 뭘 먹을까 걱정한다. 만날 똑같은 식사를 사먹을 텐데. 집밥처럼 가득가득 요리해서 사무실 직원들에게 직접 도시락 배달을 한다. 회사 식구가 아닌 가족 이상으로 나를 도와주고 내 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직원들이 항상 고맙다.”
박세리의 미래는 무엇일까.
“나는 박세리다. 골프 선수를 오래 했고 그 길만 밟아왔던 사람이다. 골프를 제외하고 나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주니어 골프 육성을 위한 지원 체계, 골프의 생활체육화, 내 이름을 걸고 하는 다양한 대회 개최 등 골프 발전을 위해 내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을 것 같다. 나의 소탈하고 꾸밈없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소소히 소통하는 박세리의 모습도 있을 것 같다. 내 소중한 목표를 위해 내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나의 본모습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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