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시성비’ 뜬다…분초사회에서 경험경제 강화되는 2024년
2024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트렌드코리아 2024
김난도 외 10인│미래의 창│1만9000원│416쪽│10월 12일 발행
“병원 가려고 반반 반차 쓰고 나왔어요.” 시간 대비 성능 효율을 의미하는 ‘시성비(시간+가성비)’가 중요해지는 2024년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장이다. 분초사회에 사는 직장인들은 출근과 동시에 업무 시간을 철저하게 조각내서 모듈화시킨다. 흔히 급여를 월급이라고 표현하지만, 이제는 시급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해질 만큼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게 된다. 2024년은 경제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경험으로 확실하게 넘어가면서 ‘시간은 곧 돈’인 사회가 시작된다.
분초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트렌드 예측’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팀이 예측한 2024년 트렌드는 바로 ‘용의 눈(DRAGON EYES)’이다. △분초사회(시간 가성비 추구) △호모 프롬프트(질문하는 인간) △육각형 인간(강박적 완벽함)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최저가 아닌 최적가) △도파밍(끝없는 즐거움) △‘요즘남편 없던아빠’(가정 중심 남성) △스핀오프 프로젝트(실패 부담 없는 프로젝트) △디토소비(실패 위험 적은 따라하기 소비) △리퀴드폴리탄(유연도시) △돌봄경제 등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그중 내년도의 가장 큰 이슈는 생성 AI(Generative AI)로 인한 ‘호모 프롬프트’의 등장이다. 호모 프롬프트는 인간만이 보유한 고유의 창작성을 고양하는 방향으로 AI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AI가 일차적으로 내놓은 기술적 결과물에 매몰되지 않고, 다시 제대로 질문을 하고 변형시켜서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낼 것인가는 여전히 인간의 손에 달렸다는 의미다. 결국 내년에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업무를 극적으로 짧은 시간에 수행할 수 있는 속도의 혁명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겪는 동안 부(富)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때문에 노력의 신화도 무너졌다. 발버둥 치는 ‘노오력(노력을 비꼬는 신조어)’이 사라진 자리에는 집안, 외모, 실력 등 태어날 때부터 남다른 실력을 겸비하고 있는 것이 우상시된다. 이른바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특기 등 어느 것 하나 빠질 게 없는 ‘육각형 인간’의 등장이다. 내년에는 집안 대대로 전통적인 부를 물려받은 부자를 의미하는 ‘올드머니’ 따라잡기 열풍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애쓰지 않고도 다방면으로 타고난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육각형 인간’에 대한 선망을 담고 있다.
가정에서 반려자,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6시 땡’ 하면 퇴근하는 ‘요즘남편 없던아빠’도 등장한다. 가정 친화적인 아빠의 모습은 이제 지향점을 넘어 당연한 것이 됐다. 가뜩이나 바쁘게 살아가는 시기에 가장 소중한 사람들(가족)에게 시간을 오롯이 쓰고 싶은 요즘 아빠들이야말로 분초사회의 주인공이다. 또 결혼관, 가족관의 변화로 ‘각방살이’를 넘어 ‘각집살이’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육아하기 어려운 요즘 시대에는 친정이나 시댁 근처에 살면서 독립된 생활을 하는 ‘위성가족’의 모습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 낭비를 줄이려는 2024년 도래
낭비되는 시간이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이다 보니 결론부터 미리 보는 ‘두괄식 사회’도 등장한다. 같은 맥락으로 ‘실패 없는 쇼핑’도 시대의 떠오르는 트렌드다. 실패한 쇼핑은 곧 돈과 시간을 한꺼번에 버리는 일이니 피해야만 한다. 결국 믿고 사는 쇼핑몰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등장한다. 소비시장에서 대체할 수 없는 막강한 파워를 가진 인물 혹은 브랜드가 등장한다. 이른바 ‘디토소비’다.
왜 이렇게 시간은 소중해진 것일까. 단지 바빠져서가 아니다. 소유 경제에서 경험경제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넘어가면서 시간이 돈만큼이나 중요한 자원이 됐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비싼 소유물을 과시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여행지, 맛집, 핫플레이스의 인증샷으로 자랑하는 시대다. 모두 시간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부가 양극화되고 있는 시대에 유일하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있는 것은 시간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간은 가장 평등하고 소중한 자원이고, 그것을 아껴 쓰고 시간의 가성비를 추구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기업 실적보다 더 중요한 경제 흐름 읽는 법
세계 인플레이션 시대의 경제지표
에민 율마즈│신희원 옮김│시크릿하우스│1만7000원│220쪽│10월 4일 발행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코노미스트가 경제를 배워나가는 초보 독자들을 위해 진짜 경제지표를 읽는 법과 이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책을 냈다. 투자자나 금융기관이 참고하는 핵심 경제지표, 지표를 읽을 때 도움되는 경기복합지수, 경기를 읽는 단서가 되는 기업 등을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세계경제가 출렁일 때 책을 통해 변화의 시그널을 잡아보자.
세계 최연소 대만 디지털 장관의 사고력 비법
틀을 깨는 사고력
양첸룽·오드리 탕│이에스더 옮김│미디어숲│1만7800원│256쪽│10월 10일 발행
2016년 35세의 나이로 대만 사상 최연소 디지털 담당 장관으로 임명된 오드리 탕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태어나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 첫 번째 신인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오드리 탕의 하루 실제 스케줄 등을 낱낱이 공개한다.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어떻게 개방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독서하고, 일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소비 권력이 장악할 글로벌 마케팅 트렌드
잘파가 온다
황지영│리더스북│1만8000원│256쪽│10월 6일 발행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규모가 큰 인구 집단인 잘파 세대(Generation Z+Alpha)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책이 나왔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함께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로, 학계에서는 ‘MZ’보다 유의미한 집단으로 판단한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로블록스, 주식, NFT 등을 경험하며 자본주의 감각을 키웠다. 잘파 세대가 열광하는 트렌드를 소개한다.
식물을 사랑하는 자를 위한 과학 고전
파브르 식물기
장 앙리 파브르│조은영 옮김│휴머니스트│2만5000원│464쪽│9월 25일 발행
20세기의 위대한 자연주의자 장 앙리 파브르는 ‘파브르 곤충기’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가 식물학 박사 학위를 받고 식물을 깊이 연구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 책은 지상 생명의 아름다운 조화를 흥미진진한 서사로 보여주는 과학 고전이다. 파브르 탄생 20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출간됐다. 책을 통해 자연과 접점을 선명하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가부장제 체제의 부상과 쇠락,이후의 새로운 질서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
낸시 폴브레│윤자영 옮김│에디토리얼│2만5000원│440쪽│10월 13일 발행
매사추세츠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인 저자가 수십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책으로 냈다. 원서의 부제인 ‘교차정치경제학(Intersectional political economics)’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제시하는 이론적 도구다. 분석 대상은 ‘가부장제 체제’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저평가 됐던 여성의 돌봄 노동, 젠더 불평등 등의 문제를 역사적 맥락과 주요 경제 이론을 활용해 분석했다.
정치색으로 쪼개진 미국의 현주소
미국을 증오하는 민주당
(The Democrat Party Hates America)
마크 레빈│트레숄드 에디션스│17.59달러│397쪽│9월 19일 발행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이 정치 성향과 연령별로 의견 차이가 확연하게 갈라지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고문을 지낸 미국의 대표적 보수주의자이자 현재 미 보수 진영에서 팟캐스트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저자가 민주당을 공격하는 내용의 책을 냈다. 그는 민주당이 미국의 오랜 기본 가치를 위협하는 정치와 프로그램으로 나라를 ‘해체’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