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필요한 분야 “국회>노조>대통령실>정부>기업” 順

나윤석 기자 2023. 11. 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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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32주년 특집
新부민강국 - 무엇부터 개혁해야 하나
“후진정치·노동 경직성 혁신을”
“4년 중임제 권력 구조가 적절”
절반이상 중간평가 필요 응답
그래픽=송재우 기자

대한민국의 여론 형성을 주도하는 112명의 리더는 부민강국(富民强國)을 위해 가장 혁신이 필요한 분야로 ‘국회’와 ‘노동단체’를 지목했다. 후진적인 정치 문화와 노동 경직성을 바로잡지 않으면 성장론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혁신이 시급한 분야’를 묻는 설문에서 가장 적은 응답자의 선택을 받은 것은 글로벌 경제 전쟁터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기업과 재계’였다. 부민강국에 어울리는 권력구조로는 ‘4년 중임제’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소수에 그쳤다.

문화일보가 창간 32주년을 기념해 오피니언 리더 112명(일부 복수응답·무응답)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부민강국을 위해 어느 분야 혁신이 시급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53명이 국회를 꼽았다. 충실하고 밀도 높은 정책 논쟁보다 ‘진영 논리’에 입각한 소모적 정쟁으로 일관하는 정치권을 1순위 개혁 대상으로 언급한 셈이다. 두 번째로 많은 응답자가 지목한 분야는 ‘노동단체(32명)’였다. 근로자 일반의 처우 개선은 뒷전인 채 정치 투쟁을 일삼으며 노동 경직성을 심화시키는 ‘귀족 노조’를 대수술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뒤이어 대통령실(20명)·정부 부처(관료집단, 13명)·언론계(8명) 순이었으며 꽉 막힌 규제 속에서도 자체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고 있는 ‘기업 및 재계’는 불과 3명만이 ‘혁신이 시급한 분야’라고 답했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이 같은 인식은 ‘정치개혁의 우선순위를 매겨 달라’는 질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국회 개혁’과 ‘권력구조 개편(대통령제 개혁)’, ‘정당 개혁(정당 민주화)’과 ‘선거제 개편(사실상 다당제 도입)’ 등 네 가지 항목에서 1순위부터 4순위 답변을 차례로 3·2·1·0점으로 수치화해 집계한 결과, ‘국회 개혁’이 가장 높은 210점을 기록했다.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 ‘가짜뉴스’ 유포를 남발하고, 의정 활동 대신 지역구 챙기기에 몰두하는 국회를 개혁하는 것이 부민강국을 향한 첫걸음이라는 조언이 담긴 결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도 의원들의 특권 폐지 논의가 이뤄져 왔으나 ‘구호’에만 그칠 뿐 성과를 맺지는 못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의 민형배·김용민·유정주·장경태 의원 등은 지난해 1월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내려놓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권력구조 개편과 정당 개혁은 각각 174점·158점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고질적 병폐 극복과 일반 국민의 뜻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정당 민주화 역시 정치 개혁의 선결 과제라는 의미다. 다당제 도입을 통해 정책 스펙트럼이 유사한 거대 양당의 독점 구조를 타파하고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군소 정당이 활동할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는 ‘선거제 개편’은 101점을 얻었다. 내년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으나 선거제 협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맴돌고 있다. 여야는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를 뽑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에만 공감대를 형성했을 뿐, 준(準)연동형 폐지 및 비례대표 의석 확대 여부를 놓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0대 총선까지 적용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추진하는 국민의힘에 맞서 민주당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되 지역구 당선자 수를 제외한 의석의 일부만 연동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수하고 있다.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급조된 위성정당이 비례의석을 대거 차지한 뒤 선거 이후 거대 양당에 흡수되는 부작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선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이 동시에 늦어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치 신인들한테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부민강국을 건설하는 데 가장 적절한 권력구조로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62명이 ‘4년 중임제’를 지목했다. 한 차례 임기를 마친 뒤 일종의 중간평가를 통해 대통령제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절충형으로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 외치(外治)를, 행정부 수반인 총리가 내치(內治)를 담당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안한 오피니언 리더도 26명에 달했다. 국민이 입법부를 선출하면 의회 다수당 대표가 총리로서 행정부를 구성하는 ‘의원내각제’ 역시 20명의 선택을 받았다. 직선제를 향한 열망으로 탄생한 ‘1987년 체제’의 산물인 대통령제를 없애거나 최소한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인사가 46명에 이른 셈이다.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꼽은 응답자는 4명에 불과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설문에 참여한 112인의 오피니언 리더

△정치 분야(18명) = 김교흥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상훈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김영주 국회부의장, 김진표 국회의장, 김철민 국회 교육위원장, 김태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재정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정우택 국회부의장,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

△외교·안보 분야(13명) =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정책실장, 신상태 향군회장,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호영 한미동맹재단 회장,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조윤수 동북아역사재단 국제관계와역사대화연구소장,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행정 및 지방자치 분야(20명) = 김관영 전북지사,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김영록 전남지사,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김영호 통일부 장관, 김진태 강원지사,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김태흠 충남지사, 박완수 경남지사, 박종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박진 외교부 장관, 박형준 부산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유무봉 국방부 국방혁신기획관, 유정복 인천시장, 윤종진 국가보훈부 차관, 윤희근 경찰청장, 이장우 대전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이해선 국민통합위원회 기획분과위원장

△경제·산업 분야(22명) = 권태신 전 국무조정실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광수 전국은행연합회장,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박재완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주현 산업연구원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한동환 KB경영연구소장,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문화·체육 분야(15명) =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장,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 김희옥 한국농구연맹(KBL) 총재, 박명성 신시 대표, 박태희 하이브 CCO,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이광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조남규 대한무용협회 이사장, 조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최응천 문화재청장

△시민사회 분야(3명) =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박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

△학계·기타(21명) =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도연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김동원 고려대 총장, 김재구 한국경영학회장,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염재호 태재대 총장, 유지범 성균관대 총장,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차기 한국정치학회장)

(분야별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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