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일자리·투자 늘려 수도권 독점이라는 판 뒤집어야 저출산 해결”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이자 전세계 꼴찌 수준인 0.78명을 기록했다. 가정 당 아이 1명을 낳지 않는다는 뜻이다. 올해 2분기 합계 출산율은 0.7명이며, 지난 8월 국내 출생아 수는 1만 8984명이었다. 전년 대비 2798명(12.8%)이 더 줄었고, 1981년 월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향후 0.7명 선도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출생·고령화 문제는 국가 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로 심화되고 있다.
현실로 다가온 인구 절벽 위기 속에서 저출생 극복을 취지로 한 ‘아이가 행복입니다! 해피투게더 경북’ 캠페인이 지난달 27~28일 경북 안동시 안동탈춤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조선일보가 2018년부터 시작한 ‘아이가 행복입니다’의 지역 확산을 위한 행사로, 경북에선 지난해 경주에 이어 두번째로 열렸다. 조선일보와 경북도·안동시가 공동 주최하고 교육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학교안전공제중앙회 등이 후원했다.
조선일보는 그간 지면을 통해 총 4000여명 아이의 탄생을 축하·응원했고 저출생 극복을 위한 특집 기사를 비롯해 의료·교육 전문가 기고 등 고급 육아 정보를 제공했다. 후원 기관들과 다양한 캠페인도 열었다
◇전국에서 6500여명 안동 찾아
하회마을과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 서애 류성룡의 병산서원 등이 자리한 안동은 ‘한국 정신 문화의 수도’로 불린다. 안동에서 열린 아이가 행복입니다! 해피투게더 경북 행사는 가을 단풍이 물드는 정취 속에서 가족 간에 단란한 추억을 만드는 자리였다. 개막식이 열린 2500석 규모의 안동탈춤공연장은 전국에서 몰려든 가족들로 금새 가득 들어찼다.이틀간 행사장을 찾은 가족들은 6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개막식의 포문은 ‘내가 육아스타K 에세이 공모전’ 시상식이 열었다.
지난 9월부터 한 달간 경북을 포함해 전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느낀 기쁨을 담은 육아 에세이 700여건이 출품됐고, 최종 심사를 거쳐 6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상(大賞)은 이윤재(72·대전)씨가 쓴 ‘조부(祖父)의 육아’였다.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를 대신해 손자를 키우며 느낀 소회를 담은 글이다. 손주를 데리고 어린이집을 오가며 같은 처지의 할머니랑 친해지는 즐거움도 있었고, 손자에게 밥을 차려주고 함께 먹다 보면 밥상머리 교육이 자연스레 이뤄지는 경험도 썼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손자가 주변 사람들의 칭찬을 받을 때면 육아의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씨에겐 상금 300만원이 수여됐다.
최우수상은 최영아(경남 창원)씨 가족의 ‘미완성이 아니다, 풀완성이다’, 이미주(대구)씨 가족의 ‘거울을 품은 가족’이 각각 선정돼 상금 200만원씩을 받았다. 출산 2주 전에 남편과 사별한 최씨는 “육아, 살림, 경제활동 중 육아가 단연코 제일 어려웠다”면서도 “다른 집 아이들보다 두 배 더 사랑하며 키울 거다. 그래서 한 부모 가정은 결코 미완성이 아니며 풀완성이다”라고 했고, 이씨는 “우리 가족에게 무한한 행복을 주는 딸들에게 감사하다”며 “부부간에 힘든 일이 있어도 딸들이 힘을 줘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우수상은 홍경달씨(경북 영주) 가족의 ‘효녀’, 이수연씨(경북 김천) 가족의 ‘설레임’, 정신혜씨(대구) 가족의 ‘뿌지직’이 선정됐다. 홍씨는 “(나도)부모님께 사랑과 응원을 많이 받았는데, 이젠 내 아이들에게 사랑을 많이 주겠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출산을 망설이는 부부들을 기다려주는 여유로운 사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세 가족은 각각 상금 100만원씩을 받았다.
이어 열린 ‘31초 우리 가족 행복담기’ 사진·영상 공모전 시상식도 눈길을 끌었다. ‘다시 잇는 빨래터’라는 작품으로 특별상을 수상한 서민정(43)씨는 결혼 후 5년간 아이가 없다가 경북 청도군으로 귀농해서 딸 둘을 얻었다. 임신 때부터 마을 어르신들이 더 기뻐했다고 한다. 서씨는 “봄에 낳아서 조은봄(6), 여름에 낳아서 조은여름(4)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영상 작품엔 이웃 할머니와 딸 은봄이가 냇가에서 빨래하는 정겨운 모습을 담았다. 육남매 가족의 단란한 모습을 담은 전은영씨는 “주변에서 아이 여섯을 키우면 힘들지 않냐고 하는데, 좋은 추억도 힘든 추억도 아이들과 함께라면 둘다 행복 그 자체”라고 했다.
이날 수상자들에게는 꽃다발과 수상 작품이 신문에 실린 모양의 ‘조선일보 리프린트’가 수여됐다.
◇”수도권 독점판 뒤집어야 저출생 해결”
이날 행사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기창 안동시장, 김영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축사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지방에 일자리와 투자를 늘려 수도권 독점이라는 판을 뒤집어야 한다”고 했다. 뒤이어 이 지사가 “동생 없는 어린이 여러분은 집에 가서 동생 낳아달라고 부모님에게 꼭 말하라”고 하자, 행사장이 아이들 웃음 소리로 가득 찼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경제, 정치, 문화 등이 지방 중심으로 바뀌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저출생 해결을 위한 지방 분권·재정 분권을 이루는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이곳에 모인 아이들 모습을 보니 암울한 생각이 사라진다”며 “우리나라에서 ‘옆집 아이들 울음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못살겠다’는 말이 나올만큼, 아이들로 가득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은 “저출산 문제에 대해선 정부, 지자체, 기업 등이 합심해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며 “아이들로 인한 행복이 경북에서 들불이 되어 전국으로 번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에 이어 수상자와 내빈들이 함께 나와 ‘변화’ ‘극복’ 등 저출산 극복을 염원하는 단어가 쓰인 큐브 조각을 결합하는 퍼포먼스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행사에는 김경도 안동시의회 부의장, 정훈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이사장 등도 참여했다.
◇체험 프로그램과 전문가 강연도 눈길
27~28일 이틀간 안동탈춤공원 일대에선 다양한 공연과 체험프로그램도 열렸다. 영유아 대상 자전거 대회인 ‘제2회 스트라이더 대회 컵 in 경북’의 예선과 결선대회가 진행돼 부모와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안동탈춤공연장에선 어린이용 연극인 ‘브레드이발소 싱어롱쇼’와 ‘핑크퐁 댄스파티’가 열려 성황을 이뤘다. 상설 행사장에선 범퍼카 운전과 에코백 만들기 체험 등도 이뤄졌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선 ‘출산·육아·다문화사회 전문가에게 물어봐’라는 주제의 콘퍼런스도 열렸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역의 오늘이 대한민국의 내일”이라며 “정부도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가톨릭상지대 유아교육과 박성은 교수는 “서툴어도 괜찮다는 말과 진심어린 칭찬이 아이를 성공으로 이끈다”고 말했다. 경북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장흔성 센터장은 “다문화 가정 및 이주민은 지방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맞춤형 정책을 통해 이들을 글로벌 인재로 키워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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