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자율방범 봉사했는데…경찰, "과태료 부과하겠다"?
전주시 효자1동 자율방범대 자격 상실
해당 방범대, 자율방범연합대 가입 거부
경찰, "(가입) 반대면 활동 못 한다"
현행법상 연합대 구성은 재량…의무 아냐
"12년 봉사 활동이 불명예로 전락…경찰은 협박"
묻지마 범죄 증가…정부, "자율방범 확대"
십수 년 동안 지역의 범죄예방을 위해 자원봉사를 해온 지역 자율방범대가 일선 경찰서로부터 자율방범대 자격을 받지 못했다.
해당 자율방범대는 방범대의 연합 단체인 '자율방범연합대'에 가입하지 않고 활동했는데, 경찰이 자율방범대법 제정 이후 법적 강제가 아닌 연합대 가입을 강요하자 마찰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율방범대는 "'과태료를 부과하겠다', '법에 저촉된다'는 경찰의 말이 협박처럼 느껴졌다"며 "12년의 봉사가 불명예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사라지는 구도심 자율방범대…12년째 이어진 야간 순찰 끝
17명으로 구성된 효자1동 자율방범대는 일주일에 최소 세 번, 월·수·목·금요일을 위주로 오후 8시 30분부터 11시까지 야간 순찰을 했다. 순찰 기록도 사진으로 남겨 착실히 SNS에 올렸다. 3.1절에는 시민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고 식목일에는 식수정리도 했다.
효자1동은 구도심으로 골목이 많고 가로등이 어둡다. 방범대의 순찰 활동이 필요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어느 자율방범대보다 왕성히 활동했다고 자부하는 효자1동 자율방범대는 이제 방범 봉사를 이어갈 수 없다. 전주완산경찰서와 마찰로 자율방범대 신청을 철회해 자율방범대법에 따라 자격을 잃었기 때문이다.
경찰, "연합대 가입 반대하면 배제"
효자1동 자율방범대장을 맡고 있는 임정애(53)씨는 "완산경찰서에서 자율방범연합대에 가입할 것을 요구해 왔다"며 "4년 전쯤 견해 차이로 연합대를 탈퇴했고, 연합대 가입이 의무도 아니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고 했다.
이어 "정확한 이유는 모르나 경찰이 관리의 편의를 위해 연합대 가입을 요구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경찰이 '연합대 가입 거절'을 '방범 활동 거부'로 여기고 우리 방범대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통화 녹취에서 전주완산경찰서 관계자는 "연합대 가입을 반대하는 (방범) 대원은 배제하고 (위촉식)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임 방범대장에게 말했다. 또 "(연합대 가입이) 전원 반대라고 하면, 자율방범 활동을 못한다"며 연합대 가입이 위촉의 필수조건인 것처럼 전했다.
연합대 가입 법적 의무 사항 아닌데…경찰, "조속히 복귀하라"?
지난 4월 시행된 자율방범대법의 제12조는 기초자치단체에 시·군·구자율방범연합대를, 광역자치단체에 시·도자율연합회를, 전국 단위의 자율방범중앙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칫 이 조항이 기초자치단체의 자율방범연합대가 자율방범대의 상위 기구로 운영되며 방범대 가입이 필수인 것으로 보이나, 이 조항은 "설립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으로 강제성이 없다.
또한, 이 법 제2조는 자율방범대를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해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로 제4조에 따라 '경찰서장에게 신고한 단체'로 정하고 있다. 즉, 자율방범대는 자율방범대법 제정 이후에도 과거와 같은 신고제로 허가제가 아니다.
심지어 읍·면·동 단위로 1개의 자율방범대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원칙이나, 여러 여건을 고려해 2개 이상의 자율방범대가 활동할 수도 있다.
"12년 봉사했는데 불명예…경찰이 협박하는 느낌"
그는 전주완산경찰서가 효자1동 자율방범대에 연합대 가입을 권고하는 과정에서 보내온 문자 등을 두고 "'협박'이라고 느꼈다"며 "찍어 누르는 듯했으며, 기분이 몹시 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10년이 넘도록 방범 활동을 하면서 쉬고 싶을 때도, 빠지고 싶을 때도 많았는데, 지역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버텨왔었다"며 "그동안의 봉사활동이 불명예스럽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누가 알아달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봉사가 허무하게 사라지는 게 화가 난다"며 "열심히 봉사한 효자1동 방범대를 전주완산경찰서가 쳐내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전주완산경찰서, "협박 없었다…절차에 맞게 처리"
경찰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해당 자율방범대에 7월까지 연락했으나 연락을 받지 않고 무시했다"며 "연락이 닿은 방범대장에게 의사를 물어보니 '자율방범대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효자1동 자율방범대가) 자진해서 신고서를 철회했다"며 "(연합대 가입을) 협박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결속을 위해 연합대에 가입해 같이 하는 게 어떠냐'고 물은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연합대에 가입하지 않으면 자율방범대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효자1동 자율방범대는 "경찰 측에서 6월 말 또는 7월 초까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며 "지구대의 행정반장이 바뀌면 1년에 한두 번씩 연락이 오는 것 말고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반면,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자율방범대의 연합대 가입은 자유이며 의무 조항이 아니다"라며 "연합대를 가입하지 않아도 자율방범대 활동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효자1동 자율방범대와 직접 대화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최근 이상 동기 범죄(묻지마 범죄)가 전국적으로 증가하자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대책으로 폐쇄회로(CC)TV 등 기반 시설 확충과 자율방범대 확대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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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송승민 기자 sms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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