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영입? 육성?' 132승 좌완 레전드 은퇴…후계자 경쟁 시작된다

김민경 기자 2023. 11. 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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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두산 베어스 이원재, 이병헌, 백승우, 김호준 ⓒ 두산 베어스
▲ 장원준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좌투수 성장에 기대감이 있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31일 이천베어스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장원준(38) 후계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장원준은 지난달 28일 두산 구단을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 장원준은 올 시즌을 마치기 직전 이 감독에게 은퇴 의사를 전달했고, 지난달 17일 두산의 정규시즌 최종전인 인천 SSG 랜더스전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5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장원준 본인은 사실상 은퇴 경기라는 마음으로 등판을 마쳤고, 마운드를 내려온 뒤 흐르는 눈물을 선수단에 끝내 숨기지 못했다.

이 감독은 "부임하고 첫 은퇴선수다. 시즌 끝나고 은퇴한다고 들었을 때 본인은 '할 것 다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지막에 본인이 가진 것은 다 태우고 은퇴하길 바랐다. 본인은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코치진 입장에서는 (올 시즌) 3승이라는 숫자가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승리를 못 했던 것을 알고 있는데, 2군에서 기회를 잡았다. 3승을 해준 게 큰 힘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수고했다고 이야기했지만, 정말 팀을 위해 헌신해 줬다. 묵묵히 자기 임무를 해줘 감사하다. 워낙 조용한 성격이라 다른 것(은퇴식 등)은 안 하겠다고 하더라. 쉬면서 다음 인생을 설계하면 좋겠다. 100승 이상을 한 선수고, 워낙 좋은 선수다.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이자 선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슬퍼할 틈도 없이 장원준 후계자 찾기에 나서야 한다. 장원준은 KBO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좌완 에이스였다. 2004년 부산고를 졸업하고 롯데 자이언츠에 1차지명으로 입단했고, 2015년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4년 84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하고 이적해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왕조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긴 슬럼프에 빠지는 바람에 기록에 손해를 보긴 했지만, 프로 통산 성적은 446경기, 132승119패, 1세이브, 14홀드, 2000이닝, 평균자책점 4.28이다. KBO 역대 11번째, 좌완 역대 4번째로 130승을 달성한 투수로 이름을 남겼고, 나이 37세9개월22일로 역대 최고령 130승 좌완 투수다. KBO 역대 9번째로 2000이닝을 돌파하는 등 업적을 남겼다.

이런 장원준을 대체할 선수를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장원준은 은퇴하면서 "다만 후배들을 생각하면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우리 팀에는 유능한 후배들이 많으니 성실하게 훈련해 팀 도약을 이끌어 주길 응원하겠다”고 당부하는 말을 남겼다.

▲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 이천, 김민경 기자
▲ 최승용 ⓒ 두산 베어스

이 감독 역시 생각이 복잡하다. 다음 시즌 왼손 선발투수로는 최승용(22)을 0순위로 낙점해 뒀다. 최승용은 올해 3승밖에 챙기지 못했지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4경기에 등판해 111이닝,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하는 안정감을 보여줬다. 특히 후반기 15경기에서 1승, 1세이브, 47⅓이닝, 평균자책점 1.90으로 맹활약하면서 이 감독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문제는 왼손 불펜투수다. 이 감독은 올해 호주 스프링캠프 때 좌완 출신 일본 투수 인스트럭터 다카하시 하시노리를 초빙해 좌완 육성에 공을 들였는데, 냉정히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 가장 기대했던 2022년 1차지명 강속구 투수 이병헌(20)은 36경기에서 5홀드, 27이닝, 평균자책점 4.67로 부진했다. 2022년 2라운더 이원재(20)는 1군 딱 1경기에 대체 선발투수로 나섰고, 2018년 육성선수 출신인 김호준(25)은 3경기에서 기회를 얻었으나 고질적인 제구 문제로 중용되지 못했다. 올해 신인인 백승우(23)는 6경기에서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긴 했으나 중요한 상황에 내보내기에는 안정감이 떨어졌다.

이 감독은 "전력으로 쓸 수 있는 선수가 이병헌, 백승우, 김호준, 이원재 이 4명 정도다. 나도 좌타자 출신이라 클러치 상황에서 까다로운 좌투수가 나오면 정말 힘들다. KIA를 봐도 좌타자가 많고, 3~5번이 쭉 좌타자다. 막아줄 수 있는 좌투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병헌이는 안 좋을 때가 많고, 백승우는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시범경기 끝나고 (정식 선수가 아니라) 등록을 하지 못해서 한 달이 흘렀는데 그때 망가졌다. (이)원재도 아직 부족하고, (김)호준이도 제구를 아직 다듬어야 할 게 많다. 지금은 그 4명이다. 넷이서 성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병헌 ⓒ곽혜미 기자

마무리캠프 동안 4명에게 확신을 얻지 못한다면, 외부 영입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올해부터 부활하는 2차 드래프트를 비롯해 트레이드, FA 등 필요한 선수만 풀린다면 외부 영입 방법은 다양한다. 물론 내부 성장이 가장 가성비가 좋다.

이 감독은 이와 관련해 "내년에는 병헌이가 그래도 4명 가운데는 가장 많이 나온 선수다. 헤드샷의 기억도 있고, 성공보다 실패한 기억이 더 많지만 야구선수는 안 좋을 때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병헌이가 우리 팀 주축으로 발돋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불펜에서는 일단 이병헌을 기대해 보겠다"며 일단은 내부 선수들의 성장을 기대해 보겠다고 했다.

사령탑의 바람대로 이병헌이 치열한 장원준 후계자 경쟁에서 살아남을까, 아니면 새 얼굴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까. 가을부터 봄까지 이 감독과 두산은 신중히 고민하며 좌완 유망주들의 가능성을 지켜볼 예정이다.

▲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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