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청년'을 구하라···"지원 늘었지만 정책 실효성 따져봐야"
[편집자주] 정부와 국민의힘이 9월 19일 ‘청년 복지 5대 과제’를 확정해 발표했다. 보육원에서 자라다가 성인이 되어 홀로 서야 하는 자립준비청년, 어린 나이에 몸이 아픈 부모나 형제자매를 돌보는 ‘가족돌봄청년(영 케어러)’, 고립·은둔 청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지원 대상이다. 이들은 사회에 나올 때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지원책이 필요할까. <더리더>에서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보육원이라는 기관에 있다가 하루아침에 혼자 생활을 하려니 막막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막막하다.’ 시설 보호로부터 분리돼 홀로 서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공동생활가정·가정위탁 등을 통해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가 넘어 보호가 종료되는 청년을 의미한다. 2022년 법이 개정돼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조건 없이 더 머무를 수 있다. 전국적으로 해마다 2000여 명이 넘는 자립준비청년이 사회로 나온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진 건 지난해 8월 광주에서 보육시설을 퇴소한 청년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면서다. 올해 6월과 7월 충남 천안에서 2명의 보육원 출신 청년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들 대부분은 죽기 전 경제적인 어려움을 주변 지인들에게 토로하거나 유서에 남겼다.
자립준비청년 캠페인인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에 참여하는 손자영 캠페이너는 보육원에서 퇴소하던 날 ‘막막하다’는 감정을 느꼈다고 전했다. 다른 자립준비청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경제 문제였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전남은 1명당 136.8명, 강원도 1인당 담당 청년이 94.6명이나 됐다. 반면 광주(37.9명), 인천(48.7명), 대구(50.8명), 대전(51.2명)은 양호한 편이었다.
한 명당 전담하는 인원이 많은 탓에 지원전담기관 전담인력 퇴사율도 높았다. 평균 근속기간은 5개월도 못 미쳤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10월 4일 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1~9월 전국 자립지원 전담인력 정원 180명 중 40.0%인 72명이 퇴사했다. 퇴사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4.9개월이었다. 특히 정원 24명 중 6명이 퇴사한 서울의 경우 평균 근속기간이 1.7개월에 불과했다.
지급 기한도 보호종료 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됐다. 또 정부는 내년까지 자립지원 전담인력을 230명 확충, 1인당 지원 자립준비청년 수를 약 1명당 50명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보호종료 전부터 사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자립정착금 지급 교육 등을 통해 자립지원 전담인력이 대상자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기관을 운영할 방침이다.
손 캠페이너는 “거주지 지원·자립수당 등 경제적인 지원은 분명 자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지원금으로 취미 생활을 찾거나, 이전까지 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해 사회로 나가는 게 수월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영국을 보호종료청소년 지원의 모범 사례로 꼽았다. 영국의 경우 보호대상 아동에게 개인상담사를 지정하고 만 25세까지 지원하고 있다. 개인상담사는 8주마다 보호종료청소년과 면담하고 이들이 주거지를 옮기면 7일 이내에 방문해 주거가 적절한지 등을 평가한다. 보호종료청소년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심리적 만족감을 느낄 만한 공간인지 등을 확인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법률인 ‘위탁보호자립법’을 마련하고 연방의 재정지원으로 각 주(州) 정부에서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이 10월 24일 발표한 ‘미국의 자립준비청년지원 입법례’에 따르면 텍사스주에서는 ‘체험형 생활기술 훈련’, ‘금융이해력 프로그램’ 등 자립 프로그램의 내용을 주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자립준비청년의 실질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인턴십 시범 프로그램’ 제도를 새롭게 입법했다.
손 캠페이너는 “집을 구할 때 계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물어볼 어른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단순히 지원금을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에 나왔을 때 사람들과 어울리고, 갈등을 해결하는 실효성 있는 교육이 자립 전부터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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