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사회공헌 지출 늘렸지만…다른 은행은 되레 줄었다
4대 시중은행에서만 2284억원 늘어…여타 은행은 감소세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정치권에서 은행들의 이자 이익 급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이 사회공헌활동 금액을 늘리며 이를 상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이 사회공헌에 푼 금액은 1조2000억원대로, 이 중 4대 은행에서 1년 새 늘린 사회공헌액만도 2300억원에 육박한다. 다만 농협은행과 지방·외국계은행 등 여타 은행에서는 사회공헌액 규모가 줄면서 은행별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으로는 은행별 격차가 좁혀지고 은행권 전반의 사회적 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이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은행 초과이익 환수나 횡재세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 초과이익을 서민금융원에 강제 출연하는 법안은 여러건 발의된 상태다.
실제 이자이익도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은행권의 이자 이익은 2020년 41조 2000억원에서 올해 58조 8000억원으로 42.7%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1일 은행연합회에서 발표한 ‘2022년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은행 및 금융공기업 등)에서 사회공헌활동에 쓴 금액은 총 1조2380억원으로 전년(1조617억원)과 비교해 1763억원(16.6%)가량 증가했다. 이는 2019년(1조1359억원) 이후 가장 많은 금액으로,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은행들의 순이익 규모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며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출금리 인상에 따라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서다. 자연스레 은행들이 고금리를 틈타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중됐다. 그 일환으로 은행들에 사회공헌 활동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계속됐다.
무엇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사회공헌 확대가 눈에 띄었다. 4대 은행의 지난해 사회공헌액은 8066억원으로 전년(5782억원)과 비교해 39.9%(2284억원)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권 전체 사회공헌액 중 4대 은행의 비중은 54.4%에서 65.1%로 증가했다.
심지어 지난해 4대 은행의 사회공헌액 증가폭(2284억원)은 전체 은행권 증가폭(1763억원)과 비교해서도 더 많았다. 4대 은행을 제외한 여타 은행권에서 순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회공헌 규모를 줄였다는 얘기다.
예컨대 2021년 1911억원의 사회공헌활동액을 지출했던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086억원을 사회공헌활동에 썼다. 1년 만에 약 825억원(43%)이 줄어든 수치다. 특히 소외계층 등에 지원하는 지역사회·공익 부문 공헌액이 2021년 1224억원에서 2022년 656억원 등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이에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농협은행은 약 3247억원을 사회공헌 성격인 농업지원사업에 할애하고 있지만,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농협법에 따라 매년 순이익의 일부를 농업지원사업비(옛 명칭사용료)를 지주사에 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순수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회공헌액 감소는 여타 은행들에서도 나타났다. 주요 지방은행 5곳(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이 지난해 사회공헌활동으로 지출한 금액은 1456억원으로 전년(1485억원)과 비교해 29억원(1.9%)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들이 거둔 순이익은 1조1402억원에서 1조6541억원으로 45%가량 크게 증가했다. 주요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사회공헌 활동에 인색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가장 순이익 규모가 컸던 부산은행의 사회공헌액은 403억원으로 전년(523억원)과 비교해 120억원(22.9%) 줄어들었다.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적은 금액이다. 대구은행 또한 전년(323억원) 대비 23억원(7.1%) 줄어든 300억원을 사회공헌에 지출했다. 같은 기간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순이익은 각각 1156억원(46%), 1588억원(46%) 늘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의 집계 대상에서 빠진 출연금 등 사항이 있어, 사회공헌액 감소세에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사회환원 활동을 지속해서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독 사회공헌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외국계 은행의 경우도 지난해 사회공헌액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SC제일은행이 지난해 사회공헌에 지출한 금액은 107억원으로 2021년(113억원)과 비교해 5억원(4.4%) 줄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782억원에서 4625억원으로 6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다시 흑자전환에 성공한 씨티은행 또한 사회공헌액을 2021년 100억원에서 2022년 74억8000만원으로 줄였다.
이처럼 다수 은행서 사회공헌 규모가 줄어들며, 지난해 기준 은행권의 실적 대비 사회공헌비율은 6.5%로 전년(6.9%)보다 0.4%포인트 줄었다. 이에 이인균 은행연합회 본부장은 “사회공헌의 규모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늘 고민하고 있고,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외나 국내 타 기업들과 비교해서 결코 적지 않은 숫자”라고 설명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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