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전지용 전해질 개발 한창… 하이브리드 동박‘세계유일’양산[창간 32주년 특집]

김호준 기자 2023. 11. 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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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32주년 특집
기업의 R&D 현장 - 롯데에머티 융복합기술연구소
에너지 밀도↑폭발 위험↓
리튬이온보다 성능 뛰어나
동박 첫 국산화 기술 바탕
실리콘 음극재 연구도 집중
경기 의왕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융복합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2차전지 소재 공정 작업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의왕 =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전고체 전지용 전해질을 만들기 위한 소재 열처리와 합성, 분쇄, 전지 성능평가까지 한곳에서 가능합니다.”

지난 10월 23일 경기 의왕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융복합기술연구소. 흰색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전고체 전지의 핵심 소재인 고체 전해질 개발을 위한 각종 실험을 밀폐된 드라이룸에서 분주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전고체 전지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화재, 폭발 위험성을 낮출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들은 수분에 민감하기 때문에 수분이 거의 없는 드라이룸과 같은 특수 제작된 공간에서 실험해야 한다”며 “또 다른 차세대 2차전지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개발도 별도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차세대 전지 소재 개발에 계열사 역량을 집중하며 글로벌 종합 전지 소재 선도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3월 인수한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는 국내 최초로 동박 국산화에 성공한 기술 역량을 토대로 범용 동박 제품을 포함해 고강도·고연신의 하이브리드형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구축, 글로벌 2차전지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두고 “그룹과 회사의 비전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투자라고 생각해 대규모 투자임에도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2차전지 소재 사업은 롯데그룹 전체가 역량을 쏟고 있는 미래 사업이다. 다른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도 기존 석유화학 사업 역량을 활용해 전지 분리막, 전해액 등에 쓰이는 신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차세대 2차전지 시장 개척에 팔을 걷어붙였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차세대 전지 소재 분야에서 ‘4대 핵심 성장 전략’을 선정하고 연구·개발(R&D)을 추진 중이다. 4대 핵심 성장 전략은 하이엔드 초격차 기술력, 글로벌 거점 확대, 롯데 화학군 시너지, 차세대 전지 소재 개발이다.

회사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야는 2차전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에 들어가 전류를 흐르게 해주는 동박 제품의 경쟁력 강화다. 동박은 흑연과 같은 음극 활물질을 코팅하는 데 쓰이는 재료다. 최근 음극 활물질 코팅 등 공정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강도와 고연신 두 가지 기능을 모두 만족하는 하이브리드 동박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동박은 전 세계에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만이 양산에 성공해 공급하고 있다. 또 건식 공정을 적용해 활물질 밀착성이 좋은 하이엔드 동박과 전고체 전지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동박 시장 선점, 공급망 안정을 위한 글로벌 거점 확대도 추진 중이다. 전북 익산시에 있는 동박 생산 공장은 신제품 개발 및 공정기술 개발을 수행하는 R&D 기술 거점으로 활용해 범용 제품 생산보다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초점을 맞춘다. 늘어나는 동박 수요는 말레이시아 쿠칭에 있는 스마트공장을 활용한다. 내년 초 동박 양산을 목표로 5·6공장 증설이 추진 중인데, 연간 6만t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유럽 고객사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스페인 카탈루냐주 몬로이치에 총 5600억 원을 들여 연산 3만t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엔드 동박 생산을 담당할 스마트공장을 짓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동박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차세대 음극재 시장 진출을 포함한 미래 2차전지 소재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음극재는 2차전지 충전 시 양극에서 나오는 리튬이온을 음극에서 받아들이는 소재다. 배터리의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7월 전지용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스타트업 엔와이어즈와 지분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엔와이어즈는 차세대 실리콘 음극 활물질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실리콘 음극 활물질은 높은 에너지 밀도를 바탕으로 주행거리 증가 및 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기존 흑연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높은 생산성과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설명했다.

차세대 전지 분야에서 롯데 화학군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다. 양극박을 생산하는 롯데알미늄은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에 연간 1만8000t 규모의 양극박 전용 공장을 운영, 글로벌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이곳에 1100억 원을 투자해 생산 규모를 2배로 늘리기로 했으며,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알미늄은 공장 증설이 완료될 경우 1만2000t 생산이 가능한 국내 안산공장과 함께 총 4만8000t의 양극박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 화학군 내 전지소재사업단을 중심으로 차세대 전지 소재 R&D와 계열사들의 기술 교류, 합작 법인 설립, 인수·합병(M&A) 추진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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