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투석으로 수산화리튬 생산… ‘꿈의 배터리’ 음극재 개발 착착[창간 32주년 특집]
기업의 R&D 현장 -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부산물 없고 부원료 투입 적어
유지관리비 줄어 경제성 개선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술 등
미래 핵심 먹거리 R&D 총력
포항=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지난달 19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에 들어서자 길이 8m, 폭 2m의 ‘리튬 전기투석 파일럿 설비’가 육중한 모습을 드러냈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이 설비는 리튬 용액에서 수산화 리튬을 생산하는 장비다. 수산화 리튬은 산소와 반응성이 큰 리튬을 2차전지용 소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산화물 형태로 바꾼 것으로 2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소재다.
전기투석 파일럿 설비는 특정 물질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투석막과 물 분해 막을 여러 층으로 쌓은 뒤 전기를 걸어 리튬 용액을 흘려 수산화 리튬을 제조하는 ‘전기투석’ 방식이 적용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 방식은 부산물을 발생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부원료 투입량이 적고 유지관리비가 낮아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적인 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010년부터 개발해온 이 기술을 국내외에 건설 중인 2차전지용 수산화 리튬 공장에 차례로 적용할 예정이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2차전지용 양극재의 주요 소재인 리튬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2018년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鹽湖)를 인수, 아르헨티나 현지에 2만5000t 규모의 염수 리튬 1단계 상(上)·하(下) 공정을 건설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에는 2단계 투자의 일환으로 상 공정은 아르헨티나 염호에, 수산화 리튬을 생산하는 하 공정은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2028년 기준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리튬 생산을 연간 최대 10만t까지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이 차세대 기술 경쟁력을 선점하고 그룹 미래 사업 육성을 가속하기 위해 지난해 새롭게 설립한 미래기술연구원은 △인공지능(AI) △2차전지 소재 △수소·저탄소에너지 등 3개 연구소 체제를 기반으로 그룹 핵심 사업의 종합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2차전지 시장이 미래 핵심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혁신 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미래기술연구원은 리튬 외에도 양극재·음극재·리사이클링 등 다른 2차전지 소재 분야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극재 분야에서는 포스코그룹의 주력 제품인 니켈·코발트·망간(NCM) 제품 외에도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리튬·인산·철(LFP)은 물론, 열 안정성을 높인 고전압 미드니켈(Mid-Ni) 양극재, 니켈과 코발트 비중을 낮추고 망간 비중을 높인 망간리치(LLO) 양극재 등 비용 효율성이 높고 성능이 우수한 제품군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음극재 분야에서는 천연흑연, 인조흑연은 물론 실리콘계와 리튬 메탈 음극까지 차세대 기술에 관한 폭넓은 연구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실리콘계 음극재의 경우 현재 널리 사용 중인 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 밀도를 4배 이상 높일 수 있어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고 충전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리튬 메탈 음극은 리튬이온배터리는 물론,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도 적용이 가능한 차세대 음극으로 주목받는 소재다. 지난 2017년부터 리튬 메탈 음극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R&D를 시작한 포스코그룹은 미래기술연구원의 연구 성과와 포스코홀딩스의 리튬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향후 리튬 메탈 음극 사업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기술연구원은 전기차 사용량이 늘면 늘수록 폐배터리 이슈가 부상할 수밖에 없는 만큼 최근 배터리 소재 리사이클링 기술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오는 2030년 이후 배터리 업체의 공정스크랩 및 전기자동차(EV) 폐배터리 양의 급속한 증가에 대비해 유럽과 미국 등지에 글로벌 리사이클 허브를 구축하고, 폐배터리에서 얻은 리사이클 원료를 다시 고객사에 공급하는 ‘친환경 자원 순환체계(Closed Loop Supply Chain)’를 갖출 예정이다. 미래기술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기술의 강점은 기존 리사이클링 공정을 간소화했다는 점과 니켈·코발트 물질만을 회수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 건식 공정에서 동시에 니켈·코발트, 리튬 및 흑연 소재를 나눠서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기술력 강화를 위한 우수 연구 인력 확보 차원에서 인재 채용의 문을 활짝 열었다. 미래기술연구원은 지난해부터 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핵심 임원진이 직접 미국, 유럽 등 해외 거주 인재들을 찾아가 비전을 알리고 소통하는 ‘미래기술포럼’을 운영 중이다. 지난 9월에도 포스코홀딩스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미국 주요 대학 석·박사들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재직 중인 한인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기술포럼을 열고 AI, 2차전지 소재, 수소·저탄소 분야 R&D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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