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중 운전자의 감정까지 인식… ‘차가 알아서’ 배경음악 맞춤제공[창간 32주년 특집]
기업의 R&D 현장 - 현대차 사운드디자인리서치랩
실내 카메라·다양한 센서 통해
행복·평온·역동·우울 등 분석
미래 모빌리티 시대 새로운 경험
SW 중심 자동차 핵심분야 연구
화성=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지난 10월 17일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의 산실인 남양연구소에서도 모빌리티와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새로운 소리 경험을 제공하는 사운드디자인리서치랩을 찾았다. 유독 조용한 건물 복도를 지나 2층에 있는 방에 들어서자 가수들의 녹음실과 같은 다양한 음향시설들이 설치돼 있었다. 자동차 연구실에 왜 이런 장치가 있는지 의아해하자 차량에 적용되는 각종 전기장치음뿐 아니라 탑승자의 상황에 맞춰 최적의 소리를 제공하기 위해 세심한 음원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사운드스케이프(음환경) 구현 기술을 체험하기 위해 데모 차량에 탑승해 보니, 지나칠 정도로 소리에 공을 들이고 있는 사운드디자인리서치랩 연구원들의 노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운드스케이프는 주행 중 운전자의 감정, 신체적 상태, 주변 환경 등을 인식해 차량이 이에 어울리는 효과음, 배경음악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미래 기술이다. 실내 카메라와 다양한 센서 등을 통해 운전자의 감정을 행복(Happy), 평온(Neutral), 역동(Energetic), 우울(Sad) 등 4가지로 분석한다. 기자가 차량 뒷좌석에 앉아 정면 카메라를 응시하자 약 50초 뒤 모니터에 Sad라는 감정 분석이 뜨면서 빗소리와 함께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재생됐다. “제 표정이 우울해 보이느냐”며 동승자와 대화를 하자 입 모양을 읽은 차량이 음악 소리를 알아서 줄였다.
장경진 사운드디자인리서치랩 글로벌R&D마스터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는 새로운 청각 경험을 제공하는 사운드디자인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의 핵심 분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최대 화두는 소프트웨어다. 전동화 전환과 함께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탑승자에게 새로운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며 관련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전환을 선언한 현대차그룹도 SDV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술을 적용해 고객들이 늘 최신 상태의 차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제네시스 GV60을 시작으로 제어기 OTA를 선보인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G90, 현대차 아이오닉 6, 디 올 뉴 그랜저, 기아 EV9 등의 차량에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EV9에는 그룹사 최초로 고객의 필요에 따라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FoD)가 적용됐다. 기아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RSPA 2),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 비디오·고음질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뿐 아니라 향후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상품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을 목표로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전기차 대비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와 기본 상품성을 대폭 높이고,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도 기본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은 유연한 스케이트보드 구조로 개발해 배달, 배송, 차량 호출 등 다양한 물류와 운송 수요도 대응한다.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현대차그룹의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체계 아래 탄생한다. IMA는 전기모터, 배터리 등의 전기차 핵심 부품을 모듈화한 개발 체계로, 다양한 차급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플랫폼을 공용화하면 차량별 개발 복잡도가 낮아져 신뢰도 높은 SDV 기술 구현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이 SDV 개발 체제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또 하나의 기술적 기반은 차량 제어기 통합이다. 자동차에는 다양한 부품과 기능을 제어하는 수많은 제어기가 적용돼 있는데, 파편화된 제어기를 통합하면 제어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차량 제어기를 전자·편의, 주행성능, 인포테인먼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의 4가지 기능 영역으로 각각 통합한 ‘기능 집중형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통합 제어기에 최적화한 차량용 운영체제(OS)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OS는 방대한 차량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수많은 전장 부품을 효과적으로 제어한다. 또 고도의 컴퓨팅 파워를 통해 커넥티드 카를 구현하는 밑바탕이 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OS 등을 개발하는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차세대 고성능 프로세서 기반의 3세대 자율주행 통합 제어기를 개발 중”이라며 “3세대 통합 제어기에는 2세대 대비 고성능 하드웨어를 탑재해 더 빠른 연산과 효율적인 제어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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