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적정온도·폐기물 투입량 결정…소각솔루션 적용후 CO 발생량 ‘뚝’[창간 32주년 특집]
기업의 R&D 현장 - SK에코플랜트 소각장
온도·투입량 등 70개 반복학습
알고리즘 10개 도출, 작동 안내
일정온도로 하루 96t 소각 척척
스팀→전기, 시간당1000㎾ 생산
인천=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투입하세요, 투입하세요!”
지난 10월 23일 인천 서구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환경시설관리(EMC)의 인공지능(AI) 소각장 ‘경인환경에너지’ 건물 5층 중앙제어실에 알람이 크게 울려 퍼졌다. AI가 소각로 온도 편차를 줄이기 위한 최적의 시간대에 ‘폐기물을 투입하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국내 최초로 AI 운전 최적화 기술을 도입, 하루 약 96t의 산업 폐기물을 소각하는 시설인 이곳에선 짧으면 3분, 길면 10분 간격으로 알람이 울린다. 근무자는 이에 맞춰 크레인을 호퍼(깔때기 모양의 폐기물 투입구)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소각 현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기자가 직접 크레인을 조종해 봤다. 전문 지식이 없는데도 AI 지시에 따라 ‘인형 뽑기’ 하듯 조이스틱을 상하좌우로 움직여 크레인을 호퍼 위로 이동시킨 뒤, 빨간 버튼을 눌러주기만 하면 쓰레기가 약 1000도에 달하는 고온의 소각로로 투척됐다.
기존에는 근무자의 경력과 ‘감’에 따라 조작되던 소각로가 AI를 활용하면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쉬워졌다고 한다. 소각로 온도는 폐기물 투입량과 주기 등에 따라 천지 차이로 움직인다. 온도를 유지하는 건 폐기물 처리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는 물론, 유해물질을 줄이는 데에도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신동민 SK에코플랜트 디지털솔루션팀 프로는 “기존엔 제어실 근무자들의 운전 경험이 각자 다르다 보니 판단 기준이 제각각이었고, 온도를 항상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하지만 AI 솔루션을 도입하고 나서는 경험이 부족한 초보자들도 소각로를 최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온도 편차가 줄면서 열효율도 높아졌다.
3조 2교대로 총 9명이 근무하고 있는 경인환경에너지 중앙제어실의 업무도 AI 덕에 훨씬 편해졌다. 소각로에서 만난 윤태원 경인환경에너지 공장장은 “특히 야간에 졸릴 때도 알람에 맞춰 버튼을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AI는 소각로에 설치된 센서와 계측기를 통해 확보한 온도, 압력, 투입량 등 데이터 70여 개를 반복 학습한다. 이를 통해 △폐기물 투입 시기 △소각로 최적 온도 △송풍량 △에너지 회수율 등 최적화 알고리즘 10개를 도출, 운전자에게 안내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효율적으로 지키고 있는 것이다. SK에코플랜트가 자회사 AI 소각시설 총 5곳의 평균 300일간 처리 폐기물 15만t을 분석한 결과 솔루션 적용 이전 대비 일산화탄소는 평균 49.9%, 미세먼지 주범인 질소산화물은 12.2% 줄어들었다. 에너지 회수율은 3.1% 개선됐다.
SK에코플랜트의 5개 소각장에서 평균 300일간 에너지 판매 수익은 총 7억2000만 원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는 소각로 1기당 스팀 매출 평균 연 2억3000만 원, 전기 판매의 경우 연 1억3000만 원이 증가했다. SK에코플랜트는 소각로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를 지역 산업체에 스팀(증기)으로 팔거나, 인근 주거지에 난방 열 또는 전기로 공급하고 있다.
경인환경에너지도 인근 지역에 전기와 지역난방을 더욱 많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소각 과정에서 한 시간마다 약 25t 규모로 생산하는 스팀을 전기와 지역난방으로 전환한다. 윤 공장장은 “전기는 시간당 1000㎾ 생산되는데 600㎾는 우리가 소각로를 가동하는 데 쓰고 400㎾는 판매하는 방식”이라며 “판매하는 전기 규모는 시간당 3000가구 공급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난방에 쓰이는 중온수는 하루 약 250기가칼로리(G㎈)를 생산한다”며 “이는 자체 보일러를 돌릴 경우 약 1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윤 공장장은 “이처럼 스팀으로 전기와 중온수 두 가지를 생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다른 소각장도 본받을 만한 선진 구조”라고 자신했다.
타고 남은 재도 고철과 바닥재로 분리돼 팔린다. AI 시스템에 따라 이 수익도 더욱 늘었다. 전덕진 경인환경에너지 운영팀장은 “버릴 게 하나도 없다”며 “바닥재는 옹벽과 경계석, 보도블록 등을 만드는 데 재활용된다”고 말했다.
소각장의 외관도 매우 깔끔했다. 쓰레기 때문에 냄새가 코를 찌르고, 굴뚝에서 거멓고 퀴퀴한 매연이 날 거라고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1만 1405㎡(약 3450평) 규모의 경인환경에너지는 굴뚝에서 흰 연기가 나는 것조차 막은 ‘백연(白煙) 저감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전 팀장은 “인근 주민들이 소각로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하얀 연기라도 나오면 민원이 생길 수 있어 철저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기존 폐기물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오염물질 저감과 폐기물의 에너지화를 가속화할 뿐 아니라, 환경산업 관리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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