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MEN 2023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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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라멘인가
라멘집이 69곳이나 있냐고? 더 많다. 훨씬 많다. 라멘 페스티벌 ‘함께라멘데이’를 운영하는 한성웅은 2021년부터 네이버 지도에 ‘라멘’이라고 등재되는 업체를 모아서 증가 추세를 기록해두고 있다. 2021년에는 4백여 개였다. 2022년에는 5백여 개였다. 2023년에는 6백여 개였다. 이건 단순히 라멘집이 1백여 개씩 늘어난다는 의미 이상이다. 라멘집은 개인 사업체가 대부분이라 개업과 폐업도 활발하다. 총 개업과 폐업 수는 더 많을 것이고, 그만큼 라멘집의 역동성도 활발했다는 의미다.
2000년대 초반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특히 홍대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반문할지도 모른다. 이미 유명한 라멘집들이 있었는데? 극동방송 근처 ‘하카타분코’도 유명했는데? 맞다. 그때가 한국에 라멘집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때 라멘집의 특징은 명확했다. 지역은 홍대. 장르는 규슈에서 온 돼지 뼈 베이스의 돈코츠 라멘. 그때를 라멘 보급 1기라 친다면 그 시기는 길지 않았다. 많은 업체들이 자체 육수를 만들지 않아 맛의 편차가 덜했고 완성도도 낮았다. 입은 정확하다. 사람들은 완성도 낮은 음식을 찾지 않는다.
그동안 라멘에도 새로운 세대가 열렸다.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세대냐고 할 수도 있으나 한국은 아이돌 걸 그룹도 스마트폰처럼 자잘한 세대론을 만드는 나라다. 라멘 1세대는 2000년대 초반부터 2012년 전후까지다. 키워드는 돈코츠 라멘과 토착화다. 돼지 뼈 계열 돈코츠 라멘이 일본풍 완성도를 구현하기보단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바뀐 것이다. 그때를 대표하는 라멘이 홍대 ‘성화라멘’이다. 2세대의 특징은 시오, 쇼유 등 다양한 장르의 등장이다. 탁한 국물 일변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해진 것이다. 그때의 대표 라멘이 이제 줄을 서는 ‘담택’이다.
2020년대인 지금은 라멘 3세대다. 특징은 폭발적인 양적 성장세와 젊은 라멘 사장님이다. 라멘집은 상기했듯 2020년대 들어 연간 수백 개씩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유는 많다. 한일 양국에서 라멘을 ‘수련’한 사장님들이 가게를 차린다. 라멘은 세계적으로 인기라 서양에서 라멘을 접한 한국인도 많아졌다. 지금 라멘업을 이끄는 사장님 중에는 1993~96년생도 있다.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일본에 대한 반감도 호감도 크지 않다. 일본에 맺힌 한도 일본에 가진 환상도 없는 세대가 일본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여 라멘집을 만들고 있다. 세계화의 나비효과가 라멘계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라멘 자체가 열린 음식이다. 한국의 유명 라멘 유튜버 이봉기는 라멘의 매력을 ‘근본 없음’이라 칭했다. 이건 비난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실이다. 라멘은 중국의 국물과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미국의 대일 밀 원조 등 다양한 국제적 변수를 거쳐 만들어진 음식이다. 일부 엘리트가 설계한 음식이 아니라 일본 각지의 거리에서 발생하듯 만들어진 서민 음식이다. 스시가 규칙이 가득한 세계라면 라멘은 맛만 있으면 그만이다. 뉴욕에서 경험을 쌓은 뒤 한국에 들어와 라멘집을 연 ‘사루카메’의 혼마 히로토 역시 “라멘의 특징은 진화의 스피드가 아주 빠르다는 점”이라 말했다.
특유의 역동성이 장르의 본질이라는 면에서 라멘은 외식계의 힙합 같은 면이 있다. 힙합 역시 기존의 음악 소스가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레코드 샘플링으로 음악을 만들고 그 위에 시 낭송 같은 랩을 얹으며 장르가 되었다. 흑인 하층민으로부터 시작했지만 백인 에미넴과 중산층 교수 아들 칸예 웨스트도 힙합 스타가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잘하기 때문이다. 라멘도 비슷하다. 일본의 서민 음식으로 시작했다. 기존 일본에 없던 걸쭉한 고기 육수에 면을 담으며 장르가 되었다. 일본인이 만들었지만 뿌리는 다양하고, 누구나 라멘계의 스타가 될 수 있다.
음식 자체도 역동적인데 한국도 역동적인 나라이다 보니 한국의 라멘은 역동 그 자체가 되었다. 폭발적인 증가 추세는 한국 라멘 신의 일부에 불과하다. 지금 라멘은 엄청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오레노라멘’은 정규직 직원만 60명에 이르는 기업이 되고 있다. 성장세가 둔화된 일본의 유명 라멘집들이 도리어 한국 직진출을 노리고, 심지어 일본 상호 그대로 진출한 홍대의 ‘나가오 라멘’ 같은 곳도 있다. 이제 한국에선 일본에 자리 잡은 거의 모든 라멘 장르를 맛볼 수 있고, 지금도 새로운 라멘 메뉴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개업과 폐업 역시 여전히 순식간이다. 이 모든 게 다이내믹 코리안 라멘 비즈니스다.
몇 년 전 어느 자리에서 누군가가 라멘을 ‘빈자의 평양냉면’이라 칭했다. 개별 업장마다 미묘한 편차가 있으니 비교할 거리가 있어 즐거운데, 평양냉면보다는 싸니까 라멘을 즐긴다는 것이다. 반쯤 맞다. 라멘도 개별 업장의 미묘한 편차가 있어 평양냉면처럼 비교하며 즐길 수 있다. 다만 싸니까 빈자의 미식이라는 논리는 비약이다. 원래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놀거리가 필요하다. 지금 40대에게 스타크래프트가 있고 지금 20대에게 롤이 있듯. X세대와 그 위 세대에게 평양냉면이 있었다면, 지금의 20~30대에게는 라멘이 있다. 그래서 나는 라멘이 ‘이 세대의 평양냉면’이라 생각한다.
요즘 라멘을 맛보지 않았다면 라멘을 두고 ‘이 세대의 평양냉면’ 운운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증거가 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빕 구르망>에 등재된 라멘집이 벌써 두 개다. ‘오레노라멘’과 ‘멘텐’. 특히 오레노라멘은 5년 연속 <빕 그루망>에 올랐다. 멘텐 역시 2022년 처음 <빕 그루망>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도 선정되며 2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의 인정을 받은 식당이 되었다. 대 라멘 시대가 이미 와 있다.
*주요 업장 정보는 2023년 10월 기준.
장르별 라멘 소개
•돈코츠 라멘
돼지 뼈로 국물을 우렸기 때문에 한국의 순댓국밥이나 돼지국밥 등과 일정 부분 맛이 비슷하기도 하다.
돈코츠 라멘은 실제로도 한국의 라멘집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본인의 기호와 거주지에 따라 다양한 곳을 골라 갈 수 있다. 한국형 라멘 1세대를 찾고 싶다면 홍대의 성화라멘, 정말 일본 라멘집처럼 편안하고 느슨하고 조금 끈적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부탄츄’의 각 지점에 가면 되는 식이다. 익숙한 만큼 전통 강호와 신흥 라멘집이 계속 나타나는 장르이기도 하다.

라멘 보루도
주소 서울시 종로구 서순라길 123-8 1층영업시간주소 화~일 11:00~20:00, 브레이크 타임 없음, 월요일 휴무
가격 보루도 톤코츠 라멘 1만2천원
‘선이 굵다’ ‘진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 볼드(Bold)를 일본식으로 읽으면 ‘보루도’가 된다. 종로 순라길, 올해 3월에 시작한 ‘라멘 보루도’는 ‘진하디진한 돈코츠 라멘집’을 표방한다. 이주형 오너 셰프의 경력은 사뭇 남다르다. “포항에서 ‘YDC’라는 커리 식당을 6년간 운영했어요. 지금도 운영하고요. 일본 음식의 기본은 라멘이라는 생각에 벼르고 벼르다 이제야 문을 열게 됐어요.”
육수는 이틀에 걸쳐서 낸다. 사골, 등뼈, 족, 머리뼈 같은 각종 돼지 뼈를 1차로 끓인 뒤, 또 새로운 뼈와 돼지 살코기를 넣고 2차로 끓인다. 이 작업만 21시간 남짓 걸린다. 곁들이는 조미료도 남다르다. “그린 카다멈, 코리앤더 시드 등 8가지 향신료를 볶아 만든 마살라를 곁들여 먹으면 또 다른 맛이 나요.” 과연 자신을 ‘커리 출신’이라고 주장할 만한 팁이다.
••미소 라멘
미소 라멘은 동아시아를 관통하는 된장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홍콩의 탄탄멘은 국물 없는 미소 라멘과 비슷한 면이 있고, 한국에도 된장 라면계의 클래식 안성탕면이 있다. 그러고 보면 일본식 미소 라멘의 한국 진출은 그 자체로 동아시아의 입맛에 공통분모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서울의 미소 라멘은 용산구에 몰려 있다. 서울역 근처 ‘마츠도’와 남영역 근처 ‘멘타미’다.

멘타미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76길 9 1층영업시간주소 월~일 11:00~20:10,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가격 특선 미소 라멘 1만2천5백원
2022년 3월 남영동에 문을 연 멘타미는 라멘 업계에서는 비교적 ‘뉴비’에 속한다. 하지만 멘타미를 이끄는 오너 셰프 이현민의 업력은 꽤 길다. “합정 ‘세상 끝의 라멘’에서 일했어요. 총 경력은 7년이 조금 넘어요.” ㄷ자형 다찌 13석이 전부인 작은 매장, 오래된 아이팟으로 연결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일본 시티팝, ‘일본이네’ 싶은 그 차분한 감성 그대로다.
“특선 미소 라멘은 일반 미소 라멘에 닭과 돼지 목살 차슈를 추가한 구성이에요. 매일 아침에 직접 썰어요. 달걀도 한 알 통으로 올리고요.” 라멘을 주문하면 가장 먼저 숙주를 볶는다. 돼지와 닭, 해산물을 섞어 만든 진한 육수에 숙주와 튀긴 양파 부스러기를 넣어 아삭한 식감을 살리고 옥수수를 얹어 달큰한 맛도 냈다. “삿포로에서는 라멘에 옥수수를 넣는 것이 일반적이거든요.”
•••이에케 라멘
그게 이에케 라멘이다. 한자로 읽으면 가계家系, 이에케 라멘의 총본산이 요시무라야다. 기법적으로는 돼지 뼈와 닭 뼈를 섞어 만든다. 맛은 아주 기름지고 아주 짜다. 트럭 운전사 등 노동자를 위한 음식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입안에 휘몰아치는 짠맛과 농후한 기름의 향 사이에서 일말의 밸런스를 잡는 게 기술이다. 연남동의 ‘무겐스위치’와 ‘하쿠텐’이 유명하다.

하쿠텐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266-12영업시간주소 목~화 11:00~21:00,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수요일 휴무
가격 이에케 라멘 9천원
하쿠텐 셰프 신주현은 일본으로 럭비 유학을 가서 라멘을 먹어본 뒤 인생의 소용돌이를 거쳐 연남동에서 라멘집을 하게 되었다. 그의 사정도 <사랑의 가난 탈출 대작전> 못지않았다. 일하던 라멘집이 장사가 여의치 않자 사장님이 퇴직금 대신 점포를 넘겼다. 신주현은 바로 여기서 이에케 라멘을 시작했다. ‘하루에 돼지 뼈 1톤을 쓰는 모습에 충격을 받아서’였다.
하쿠텐의 이에케 라멘 역시 고유의 충격적인 짠맛과 기름 맛을 품고 있다. 김 토핑과 시금치로 기름 맛을 닦아내고, 밥을 추가해 짠 국물을 밥의 소스로 삼는 게 하쿠텐을 즐기는 방법이다. 짠맛과 기름기는 조절 가능하니 한층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처음에는 이에케 라멘의 본질에 너무 몰입해 ‘싱겁게’ 해도 짰는데, 이제는 싱겁게 하면 정말 덜 짜다.
••••쇼유 라멘
한국의 라멘집은 압도적인 백탕 위주였다. 줄을 서는 라멘집도 보통 백탕이다. 이런 세상에서 쇼유 라멘 전문점의 등장과 흥행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올라 매일 줄을 서는 명동의 ‘멘텐’도 쇼유 라멘 전문점이다. 그 외에도 일본인 셰프가 국물을 내는 연남동 ‘사루카메’ 등 쇼유 라멘계에 고수가 많다. 맑은 국물에서는 변명을 숨길 그늘이 없어서일 것이다.

하나라멘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38길 27-4 1층영업시간주소 금~수 11:30~21:00,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목요일 휴무
가격 사바쇼유 라멘 1만원
숨겨진 자신감. 하나라멘의 키워드다. 하나라멘 대표 강동준은 회사원으로 일하다 수련을 거쳐 라멘집을 열며 처음부터 “(가장 경쟁이 치열한) 연남동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로 연남동 좁은 골목에 자리 잡았다. 연남동은 서울의 라멘 밀집 지역 중에서도 백탕 비율이 높다. 반면 하나라멘의 주 메뉴는 쇼유 라멘이다. 외양과 인테리어 역시 별로 튀지 않는다.
하나라멘의 자신감이 어디서 왔는지는 먹어보면 안다. 진하게 우린 닭 국물에 간장으로 간하고 고등어 가루로 감칠맛과 향을 더했다. 국물 간은 ‘염도는 적고 농도는 진해’서 라멘의 짠맛에 익숙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 자체 제면을 해서 면 추가가 무료이기 때문에 굶주린 젊은 남자도 양껏 먹을 수 있다. 라멘 초심자부터 애호가까지 두루 응대하도록 설계된, 지적인 맛의 라멘.
•••••시루나시 라멘
시루나시 라멘은 라멘이라는 키워드의 폭넓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탄탄멘과 마제소바와 아부라소바는 각기 개념과 지향점이 다르지만, 모두 시루나시로 묶인다. 오사카에는 숙주를 많이 넣고 간장계 소스를 넣어 비비는 지로계 마제소바가 있다. 부천의 ‘멘초’는 그 메뉴를 현지에서 배워 왔다. 연남동 ‘거북이의 꿈’에서 파는 해산물 마제소바는 일본에도 없는 메뉴다. 모두 시루나시 라멘이다.

거북이의 꿈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31-6 1층거북이의꿈 서촌점
영업시간주소 화~일 11:30~21:00, 브레이크 타임 15:30~17:00
가격 카이센 마제소바 1만6천원
연남동과 서촌에 매장을 두고 있는 거북이의 꿈은 다양한 해산물을 면 위에 올린 ‘해산물 비빔 라멘’이 유명하다. “연남동 본점은 3년, 서촌 매장은 1년 2개월 정도 됐어요.” 이창희 매니저의 말이다. 주방을 끼고 있는 테이블과 창가 좌석, ㅁ자 모양의 자리까지 16석 규모의 바로 이뤄져 있다. 조금 이른 점심시간인 11시 30분이면 만석을 채우고도 연이어 줄이 선다.
“핵심 포인트는 해산물 내장 소스예요. 어떤 해산물이 들어가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다양한 해산물의 내장을 갈고 간장을 섞어 베이스를 만들어요.” 토핑으로 얹어 나온 제철 해산물을 고추냉이 간장 소스에 찍어 먹다 절반 정도 남았을 때 모두 비벼 먹는다. 우동 면 같은 두툼한 면과 녹진한 내장 소스가 끈적하게 섞인 비빔면은 느끼할 틈 없는 꽉 찬 감칠맛을 낸다.
••••••시오 라멘
시오 라멘은 라멘계의 소수파다. 라멘은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기름진 칼로리계 음식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담백한 시오 라멘 국물의 섬세한 매력도 상당하다. 라멘은 좋은데 돼지 뼈를 우린 국물의 박력 있는 냄새가 내키지 않는다면 시오 라멘은 아주 훌륭한 대안이다. 시오 라멘은 소수파이되 저력이 있다. 영등포의 ‘로라멘’, 성수동의 ‘쓰리오브어스’ 등에서 그 저력을 맛볼 수 있다.

멘도무카우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8길 41영업시간주소 월~토 11:00~21:00, 브레이크 타임 15:00~17:30, 일요일 휴무
가격 시오 라멘 1만원
부부가 운영하는 조용한 청탕 전문 라멘집. 올해 5월에 새로 문을 연 라멘집이기도 하다. 보통 청탕이 메뉴에 있는 라멘집이어도 손님의 기호를 위해 백탕을 운용하곤 하는데, 이곳은 (아직까지는) 청탕 메뉴만 내놓는 점에서 고집을 느낄 수 있다. 간수, 중금속,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천연 소금을 썼다는 팻말이 보인다. 소금부터 남다르니 맛에도 신경 썼을 거라는 기대가 든다.
개념적으로 라멘의 맛은 ‘덧붙인 맛’과 ‘덜어낸 맛’으로 구분할 수 있다. 멘도무카우는 후자다. 투명한 닭 국물에 소금을 더해 섬세한 맛, 잘 익히고 적당히 간한 차슈와 멘마의 맛, 모두 맛을 덧입히지 않고 재료와 간으로 승부를 본다는 정공법이 느껴진다. 음악과 문장이 그렇듯 음식도 덜어내면서 맛을 내기 어렵다. 멘도무카우의 라멘은 그 경지에 닿아 있다.
•••••••츠케멘
라멘은 한 그릇 안에 맛의 요소가 다 들어 있고, 츠케멘은 그 요소를 해체시킨 음식이다. 여기서 츠케멘의 재미가 생긴다. 해체된 라멘의 요소를 내 기호대로 재조합하는 것이다. 스프에 면을 찍어 먹기, 면을 다 먹은 뒤 남은 스프에 싱거운 ‘와리스프’를 타 마시기, 차슈나 달걀 등 곁들임 음식 즐기기. 한국형 츠케멘은 강남의 ‘멘야시노기’, 강북의 ‘소바하우스 멘야준’이 유명하다.

소바하우스 멘야준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6길 84영업시간주소 11:00~20:00,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가격 츠케멘 1만6천5백원
전기준은 라멘집에서 일하기 전에는 드러머였고 요리 경력은 없었다. 그는 음악 활동 중 큰 결심 끝에 라멘 요리사를 하기로 했다. 도쿄 신주쿠의 ‘멘야쇼’에서 라멘을 배우고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이름을 딴 ‘멘야준’을 냈다. 자신의 성정처럼 섬세한 맛과 훌륭한 선곡을 갖춘 라멘집이었다. 멘야준 1호점이 성공하자 그는 근처에 조금 더 섬세한 소바하우스 멘야준을 냈다.
이곳의 츠케멘은 ‘소바하우스’라는 이름처럼 면이 두 종류다. 일반 면과 메밀 면을 함께 만들어 손님에게 내려면 상당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곁들이는 음식도 섬세하다. 목살은 수비드로 내고 돼지 뒷다리살에는 시금치 페스토를 곁들인다. 와일드한 라멘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송구스러울 정도로 우아한 구성이다. 맛 역시 섬세하고 우아하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브라질리언 음악처럼.
••••••••토리파이탄
라멘계의 중용 토리파이탄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생각해보면 ‘이경규의 꼬꼬면’도 일종의 토리파이탄이다. 닭을 진하게 우린 걸 싫어할 사람은 많지 않다. 애호가도 초심자도 좋아할 라멘이라면 결국 토리파이탄이 남는다. 한국 최초로 5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 올라온 ‘오레노라멘’이 토리파이탄으로 유명한 데에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망원동 ‘멘지’도 토리파이탄으로 유명하다.

오레노라멘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6길 14영업시간주소 11:00~21:00, 브레이크타임 없음, 연중무휴(1월 1일 영업)
가격 토리빠이탄 라멘 1만1천원
오레노라멘의 맛 비결을 알고 싶어 오성윤 이사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잘되는 곳의 확실한 디테일이 있었다. 이들은 쾌적한 라멘집 환경을 위해 처음부터 전기 인덕션레인지를 설치하다가 결국 육수를 삶는 별도 시설을 만들었다.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에서 오니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서 좋은 재료를 구해오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깔끔한 한 그릇 뒤에 거대한 노력이 있었다.
오레노라멘의 토리파이탄은 그 거대한 노력의 결과물이지만 호들갑스럽지 않다. 국물의 염도와 진함과 감칠맛은 정도가 모두 적절하다. 면과 차슈 역시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 5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저력이 이런 걸까. 오승윤 이사는 미쉐린의 별을 받은 비결에 “다른 건 모르겠고 고객 응대와 화장실 청결은 확실히 본다”고 했다. 음식의 맛은 기본으로 갖췄다는 뜻이겠다.
국물 유무 O 백/청 백 육수 재료 닭 육수 농도(1-5) 3 면 굵기(1-3) 1 면 경도(1-3) 3 토핑 종류 닭고기 차슈, 삼겹 차슈, 달걀 BGM 퓨전 재즈 젓가락 소재 멜라민 다회용 반찬 초생강, 피클, 김치 면 추가 가능, 무료 밥 추가 가능, 무료
Editor : 박찬용(기획, 구성, 업장 취재, 인터뷰), 백문영(업장 취재) | Photography : 신동훈(업장, 식재료, 조리과정), 박도현(업장) | Illustration : 이경진(@MONDAYCOOK) | Advice : 한성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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