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지순례 바람 타고 빵빵해진‘동네빵집’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개포동에 거주하는 40대 직장맘 A 씨는 최근 초등학생 자녀의 생일 축하용으로 집 근처 작은 카페형 베이커리에서 홀케이크(자르지 않은 전체 형태의 케이크)를 주문했다.
A 씨는 "평소 맞벌이를 하느라 잘 돌보지 못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1년에 한 번인 기념일엔 가격이 비싸더라도 동네 빵집 케이크를 사게 된다"고 말했다.
이른바 '동네 빵집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베이커리 시장의 주도권이 사실상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형 베이커리로 넘어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베이커리는 갈수록 위축
SPC계열 점유율 30% 수준으로
파리바게뜨·뚜레쥬르 활로 모색
글로벌 시장에 눈돌려 점포 확대
서울 개포동에 거주하는 40대 직장맘 A 씨는 최근 초등학생 자녀의 생일 축하용으로 집 근처 작은 카페형 베이커리에서 홀케이크(자르지 않은 전체 형태의 케이크)를 주문했다. 지름 15㎝ 안팎의 작은 크기(1호)이지만 가격은 5만3000원에 달했다. 불과 200m 떨어진 한 대기업 베이커리에선 비슷한 제품이 절반 수준인 2만5000∼3만3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A 씨는 “평소 맞벌이를 하느라 잘 돌보지 못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1년에 한 번인 기념일엔 가격이 비싸더라도 동네 빵집 케이크를 사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고물가 속에서도 대기업 계열 베이커리를 능가하는 가격과 품질의 소규모 지역 베이커리가 전국 곳곳에서 성업하고 있다. 이른바 ‘동네 빵집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베이커리 시장의 주도권이 사실상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형 베이커리로 넘어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서울 안국동에서 ‘오픈런’ 바람을 일으킨 뒤 롯데백화점 등 대형 쇼핑몰과 유명 상권 등으로 출점을 이어가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과 같은 사례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며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제과점 2만 개 시대 =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포털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제과점 점포 수는 지난 2015년 1만6030개에서, 2018년 1만8107개를 거쳐 2021년 1만9177개로 늘어났다. 2022년과 2023년 자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현재 2만 개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인 파리바게뜨는 2017년 3422개에서 2021년 3429개로, 뚜레쥬르는 1332개에서 1298개로 동네 빵집에 밀려 제자리걸음 내지 후퇴 양상이다. 이는 이들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의 2020∼2022년 영업이익률은 1.96%, 1.8%, 0.95%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시장지배력 커진 동네 빵집 =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의 시장지배력도 예전만 못해 보인다. 통계청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 업계 공시 자료 등을 종합해 보면 2021년 국내 제빵시장 규모는 약 12조16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파리크라상, SPC삼립, 샤니 등 SPC그룹 계열사 매출액은 3조7658억 원으로 약 31%로 알려졌다. 이는 1년 전인 2020년 32.9%에서 떨어진 것이다.
반면 소규모 동네 빵집 등이 집중적으로 속해 있는 비(非)가맹점 제과점 매출은 2020년 2조9449억 원(27.2%)에서 2021년 3조4290억 원(28.2%)으로 성장하는 등 시장지배력이 국내 1위 대기업과 비등해지는 상황이다.
◇대기업 베이커리, 해외에서 생존 모색 = 동네 빵집이 급성장하고 대기업 베이커리가 위축되는 것은 2013년부터 동네 빵집 500m 이내엔 출점이 제한되는 규제가 이어져 온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가격 인상에 자유로운 동네 빵집들과는 달리, 대기업 계열사들은 고물가에도 불구하고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없어 신제품 개발이 위축되는 점도 경쟁력을 떨구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글로벌 진출을 서두르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두 브랜드는 각각 글로벌 500호점, 400호점 출점 돌파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의 입맛이 다양해지고 고급화되면서 ‘빵지순례’(빵+성지순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쟁력 있는 동네 빵집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체로 하마스에 끌려간 독일 여성 참수된 듯…어머니 “차라리 다행”
- “손님 많아 강남 1등”… ‘이선균 협박’ 女마담 정체는
- “국산 FA-50이 세계 최강 美 F-22 랩터를 격추”…이게 과연 실화일까?
- 아나운서 박지윤·최동석 14년만에 파경 “이혼 절차 밟는 중”
- ‘사기 혐의’ 전청조, 김포 친척집서 체포…압송
- 시정연설 후 악수 청한 尹에게 김용민 “이제 그만두셔야죠”
- 대형교회 권사가 600억 대 투자사기…유명 방송인·배우도 당했다
- “I am 신뢰에요”… 전청조 카톡 ‘인터넷밈’으로 유행
- “우리회사 동물의 왕국” 블라인드에 불륜 거짓말 올린 로펌직원
- 지병 없었는데…김태민 MBC 리포터, 뇌출혈로 30일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