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보건의료 데이터 표준화, 더 나은 미래의 시작

파이낸셜뉴스 2023. 11. 1. 08: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기다리던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보건의료 데이터 표준화는 이처럼 어렵고 번거로운 상황을 개선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진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이다.

보건의료 데이터 표준화는 특히나 공공성이 매우 강한 분야인 탓에 당장 돌아오는 가시적인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보건의료 데이터의 표준화 작업이야말로 한국 IT의 글로벌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태환 보건의료표준화추진단장(대한민국의학한림원 고문)

최근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기다리던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병원 한번 옮기는데 뭐가 이렇게 복잡해. 챙겨야 할 서류며 검사자료가 산더미야!"라는 친구의 고충을 듣고나니, 의사인 나 역시 다른 지역에서 갑작스럽게 병원을 찾아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살던 서울에서 진료받은 기록이 없어서 처음부터 여러 검사를 받느라 불편했던 그 기억이다.

보건의료 데이터 표준화는 이처럼 어렵고 번거로운 상황을 개선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진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이다. 21세기 보건의료에서는 데이터의 역할이 핵심이다. 국가와 사회 모든 분야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환자 진료는 물론 의료 연구에 있어서도 디지털화된 데이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보건의료표준화추진단'의 출범과 활동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이는 한국이 의료데이터의 표준화를 통해 더욱 선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뚜렷한 의지이며, 세계적 의료수준을 현실에서 구현하겠다는 비전의 구체화이기 때문이다.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과 노력, 그리고 정부와 의료진, 그리고 관련 기업들의 노력이 투입돼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업이다.

그럼에도 병원과 기업 입장에서는 보건의료 데이터 표준화의 이행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 데이터 표준화는 특히나 공공성이 매우 강한 분야인 탓에 당장 돌아오는 가시적인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굳은 의지와 과감한 투자 없이는 '표준화된 국가 보건의료 데이터'라는 소중한 사회적 자산을 확보하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국가적 재난위기인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상황에서 병원의 디지털화 부재로 대규모 인명손실(사망자 1800여 명)과 재산피해(1000억달러 추산)를 겪은 이후 '전자의무기록(EMR)'이란 이름으로 표준화된 전자의무기록(EMR)시스템의 구축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따라 2009년부터 10년간 3단계에 걸쳐 총 351억 달러의 정부재정을 투입했다. 이처럼 정부 주도의 의료데이터 표준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된 결과 환자들은 자신의 의료기록을 직접 내려받거나 타 병원에 쉽게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유럽연합 또한, 표준화된 개인건강데이터에 대한 접근성과 통제권을 강화함으로써 의료 불평등 해소와 국경을 초월한 연구 및 진료가 가능하도록 각종 규제를 개선하는 중이다.

보건의료 데이터의 '표준화'가 제대로 구현되는 우리 사회를 상상해 보자. 누구나 병원을 방문하면 당신의 전체 의료기록을 기반으로 최적의 진료를 제안하는 시스템이 구현되고, 의료기관 간 신속한 정보교환으로 의료서비스의 품질 또한 더욱 향상될 수 있다. 복잡한 의료용어가 아닌, 이해하기 쉽고 명확한 표준화된 의료정보가 표준화된 전송 시스템을 통해 국민에게 빠르게 제공되는 것이다.

이 같은 보다 차원 높은 의료의 실현이 결국 보건의료 데이터의 표준화로 마침내 가능해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15일 보건의료표준화추진단이 만들어낸 성과물을 바탕으로, 환자의 내원 정보 등 핵심정보 14종 77개 항목과 데이터를 교류할 수 있는 표준체계를 정의해 '보건의료데이터 용어 및 전송 표준'고시를 발령했다. 표준화라는 개념 자체는 일반 국민에게 충분히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소중하고 혁신적인 개념인 만큼 이해와 확산이 빠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보건의료 데이터의 표준화 작업이야말로 한국 IT의 글로벌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보건복지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함께, 의료계 및 산업계의 호응과 협업, 그리고 전 국민의 뜨거운 응원에 힘입어 우리의 꿈이 현실이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