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문의 검’ 김옥빈 “고생이 즐거워요”[스경X인터뷰]

드라마 ‘아라문의 검’을 마친 배우 김옥빈의 표정은 긴 학교생활을 마친 학생처럼 후련하면서도 섭섭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출연한 tvN 드라마 ‘아라문의 검’은 하나의 작품이 아니었다. 2019년 방송된 ‘아스달 연대기’의 세계관을 이어받는 작품이자 촬영 준비기간을 따지면 4년이 훌쩍 넘는 기간 매달린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아라문의 검’에서 김옥빈은 태알하의 8년 후 모습을 연기했다. 그가 연기한 태알하는 극 중 해족 족장인 아버지 미홀(조성하)을 제거하고 부족 최초의 태후가 되는 인물이다. ‘아스달 연대기’ 시절 움텄던 욕망은 ‘아라문의 검’에서 더욱 구체화해 남편 타곤(장동건)과 권력다툼을 벌인다. 그가 말하는 경력 첫 번째 ‘악역’이다.
“악역 캐릭터는 모든 감정이 강렬해요. 표현에서도 갈등의 최고조를 연기하죠. 상황이 극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아서 일상에서는 낼 수 없는 에너지를 많이 내는 경험을 했어요. 뭔가를 쏟아내는 카타르시스가 있더라고요. 재미있었어요.”

해족의 전사로 약육강식의 섭리를 배우는 젊은 시절을 지나 엄마가 된 태알하는 아들 아록에게도 살인을 지시하는 등 냉혹하게 교육에 임한다. 한편으로는 악역이었지만 혼란스러운 시대가 그로 하여금 독한 마음을 끌어낼 수밖에 없었을 거라 생각해, 연민도 생겼다.
“시즌 1에서 4년이 흘렀고, 극 중에서는 8년이 흘렀어요. 성숙의 과정도 있었지만 저는 태알하가 조금은 어리게 보이길 원했어요. 태어났을 때부터 정상적인 사랑을 못 받았고, 권력욕만을 불태우거든요. 하지만 친한 사람들에게는 투정 섞인 말도 하는 등 냉정해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사람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주역인 송중기와 김지원은 이준기와 신세경으로 대체됐지만 타곤 역 장동건을 비롯한 많은 배우들과는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였다. 장동건과는 극 중에서는 죽일 듯 싸웠지만 사실 촬영장에서는 서로의 이름만 들어도 뭉클해지는 호흡이 있었다. 첫 시즌 전투장면을 찍다가 코뼈를 다쳤던 에피소드가 뒤늦게 알려질 만큼 김옥빈은 진심으로 작품에 임했다.

“시즌 1에 비해서는 확실히 작가님이 설정을 쉽게 하신다고 하셨고, 실제 전개에서도 시즌 2에서 속도감이 붙었어요. 원래 18부작이었던 작품이 12부작으로 줄었거든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즌 1에서 판타지 세계관을 설명하느라 어렵게 전개를 한 부분이에요. 그래도 시즌 1에 적응하신 분들은 시즌 2에서 많은 재미와 감동을 느끼셨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첫 시즌 7~8%까지도 이르렀던 시청률은 ‘아라문의 검’에서 최고 시청률이 5%대에 그쳤다. ‘아스달’이라는 고대 국가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갖은 부족과 지역의 역사를 만들어낸 한국 만의 독특한 판타지 세계관을 구축했지만, 이 같은 서사가 대중에 받아들여진 부분에서는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시즌 1에서 시차를 두지 않고 바로 2에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긴 했어요. 거기에 많은 인물이 바뀌고 배경이 바뀌니 적응기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아시안게임 기간도 있었고요. 작품을 만들 때 시청률의 흐름보다는 이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후회하지 않도록 하자는 게 목표라 재밌게 보셨다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김옥빈의 행보 역시 그랬다. 2005년 드라마 ‘하노이의 신부’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후 드라마에서는 ‘유나의 거리’ 강유나, 태알하를 비롯해 영화에서는 ‘박쥐’의 태주, ‘고지전’의 차태경, ‘소수의견’ 공수경, ‘악녀’의 김숙희 등 만만치 않은 에너지의 배역들이 지나갔다.
“예전에도 질문을 받은 부분이지만, ‘왜 고생하는 역할을 하느냐’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고생하는 게 즐거운 것 같아요. 제가 했을 때 어려울 것 같다는 역할, 만들어보고 싶고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인물 역시도 분량과 상관없이 사건을 중심에서 주도적으로, 한 마디로 ‘불같이’ 하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웃음)”
그런 이유로 연기경력이 20년이 다 돼가지만, 김옥빈의 이름은 늘 에너지의 상징이자 활력의 상징이었다. 그는 실제로 최근 서핑에 몰두하고 있고, 연기를 위해 어릴 때 배웠던 춤을 발전 시켜 사교댄스를 배워볼까 생각 중이다.

“어렸을 때는 저 스스로 연기를 못 한다고 생각했어요. 신입사원이 연차가 쌓이면 느는 것처럼, 그때는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나중에 꼭 최고참처럼 잘하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부끄러워 제 연기를 못 봤는데 요즘은 자주 봅니다.(웃음) 좋은 연기자로 나이 들고 실력으로나, 삶의 모습에서도 멋있게 늙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욕망과 권력의 정점 태알하 역할은 김옥빈에게도 뭔가 큰 전환기가 됐다. 이 에너지를 휘몰아 어디로 또 한 번 달려들지, 야성이 남아있는 그의 발자국을 신나게 좇게 된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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