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재건축 기다릴 바에야”…강남 아파트 ‘이것’ 노린다는데

서찬동 선임기자(bozzang@mk.co.kr) 2023. 11. 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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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안 된 중층 리모델링 ‘잰걸음’
기부채납·임대 의무 없지만
사업성 분석 꼼꼼히 따져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A아파트에 리모델링을 응원하는 시공사의 응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찬동 선임기자]
“지금 리모델링을 시작하지 않으면 다른 단지보다 사업이 늦어집니다.”

최근 강남구 청담동의 A 리모델링 추진위는 조합원들에게 이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추진위는 “인근 대치1차 현대아파트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가를 받았다”며 “자산 가치를 높이려면 지금 리모델링을 시작해야 한다”고 동의서 제출을 독려했다.

압구정 현대·대치 은마 등 노후 대단지 재건축에 가려 주목받지 못한 강남권 단지들의 리모델링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들 단지는 1990년대 준공돼 아직 재건축 연한이 안됐고, 용적률도 300%를 웃돌아 재건축 사업성은 비교적 떨어진다. 하지만 재건축에 적용되는 이중삼중의 부담이 없어 향후 강남권 리모델링 추진단지는 더 늘어날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에서는 준공 24년된 청담공원아파트(391가구)가 최근 리모델링 동의서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포스코이앤씨·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현수막을 걸고 리모델링을 응원하고 있다.

단지 관계자는 “동의율은 아직 높지 않지만, 리모델링에 대한 주민 관심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삼성동 강남구청옆 대로변에 있는 서광아아파트(304가구)는 오는 4일 리모델링 조합 창립총회를 연다. 준공 25년된 304가구 규모의 작은 단지로 용적률이 366%에 달해 재건축은 어려운 수준이다.

앞서 지난 4월 대치1차 현대(120가구)는 강남구청에서 수직증축에 대한 사업승인을 받았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존보다 3개 층이 높은 18층을 지어 가구 수가 18가구 늘어나게 된다. 지하 주차장도 기존 1개 층에서 3개층으로 확대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 조합은 가구 수가 늘어나는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바란다”며 “하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쉽게 가능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1758가구)의 경우 15층 높이를 3개 층 높이는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수직증축이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조합원 간 갈등이 불거졌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아파트에 리모델링 동의서 접수를 안내하는 조합추진위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찬동 선임기자]
송파구는 리모델링 추진단지가 10여 곳으로 강남권에서 가장 활발한 편이다.

가장 규모가 큰 단지는 2064가구의 가락쌍용1차로 기존보다 309가구 늘어난 수직·수평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대우건설 등 4개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재 1차 안전성 검토는 통과한 상태다.

이처럼 강남권에 리모델링이 활발한 배경에는 재건축 연한까지 기다려도 사업성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조합원들이 보기 때문이다.

우선 리모델링은 준공 후 최소 30년이 지나야 가능한 재건축과 달리, 15년만 지나도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재건축은 조합 설립부터 준공까지 대개 10년 이상 걸리지만, 리모델링은 6년 안팎이다.

특히 용적률이 300%가 넘는 소규모 단지들은 재건축을 통해 늘어나는 가구 수가 제한적이다. 일반분양 물량이 적기 때문에 조합원 분담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리모델링업계 관계자는 “이젠 조합원들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국회에서 언제 통과될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며 “기부채납이나 임대주택 의무 비율, 조합원 물량 매매 제한 등 이중삼중의 규제가 없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준공 연한이 20년 정도 돼 골조가 여전히 튼튼한 단지들은 안전진단에서 승인이 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히 주민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 세대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60대 이상 고령층 조합원이 많으면 동의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조합원 동의 과정에 시일이 오래 걸릴 수 있는 만큼 사업성을 꼼꼼히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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