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설경구 믿었다"…'소년들' 정지영 감독이 보여준 실화의 힘 (종합)

안소윤 2023. 11. 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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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CJ ENM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올해로 연출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정지영 감독이 영화 '소년들'을 통해 관객들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11월 1일 개봉한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건 실화극이다. 영화 '남부군',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의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사진 제공=CJ ENM

4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정 감독은 "진작에 개봉을 했어야 했는데, 늦어지는 바람에 상당히 기다렸다. 한국 영화가 잘 안 되는 상황에 개봉하게 돼서 다들 손해라고 말씀하시는데, 만든 사람 입장에선 안 그렇다. 빨리 작품에 대한 심판을 받고 싶다. 관객들도 개봉이 늦어지면 옛날 영화라는 걸 느낌으로 다 안다. 다행히 아직은 싱싱할 때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소년들'은 1999년 전북 완주에서 발생한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정 감독은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다루게 된 계기에 대해 "재심에 특별히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었다. 약촌오거리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소시민과 공권력의 관계를 발견했다. 힘 있는 자들이 소외당하고 가난한 자들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지 작품 안에 담고 싶었다.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무시를 당하거나 혹은 관심을 못 받을 때 있지 않나. 이러한 문제들이 영화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작품을 위해 실제 사건의 피해자도 만났다는 정 감독은 "진범은 못 만나봤고, 소년들은 박준영 변호사를 통해 미리 자료를 받아서 어느 정도 틀을 잡은 후에 만났다. 최근 전주에서 시사회를 열었는데, 소년 중 한 사람이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를 적어서 꽃다발을 선물해 줬다"며 "영화감독을 해야 이러한 보람을 느낄 수 있구나 싶었다"고 감격을 표했다.

영화 '소년들' 스틸. 사진 제공=CJ ENM

극 중에선 설경구가 우리슈퍼 강도치사사건의 재수사를 시작한 완주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정 감독은 황준철이란 캐릭터에 대해 "약촌오거리 사건 속 황 반장이란 사람을 먼저 파악하려고 했다. 나중에 황 반장을 만나보니 돈 욕심이 많고, 자기 스스로가 무언가를 해내서 폼 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더라. 파출소에서 좌천되고서도 용기를 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이후 황 반장이란 인물 자체를 '소년들'에 녹여보고 싶었다. 황 반장은 말 그대로 '미친개' 캐릭터이지 않나. 본인이 닥친 상황에 좌절하면서 무너졌지만, 결국 그 속에 있는 황 반장의 본질이 안 없어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소년들' 스틸. 사진 제공=CJ ENM

이어 황준철 역에 설경구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감독은 "설경구가 승낙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다. 17년이란 세월을 한 작품 안에 잘 녹여낼 수 있는 연기자는 설경구밖에 없다. 예전에 이창동 감독을 응원하려 '박하사탕' 촬영에 갔을 때 설경구를 처음 봤는데, 신인 배우가 반가워하지도 않고 그냥 인사만 하고 가더라. 속으로는 '뭐 저런 놈이 있나' 싶었다. 나중에 이 감독한테 들어보니 캐릭터에 빠져 살아서 그렇다더라. 집에 가서도 작품 속 캐릭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면 얼마나 불편하겠나. 연기도 좋지만 본인의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균형을 잘 잡기 시작하더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블랙머니'에서 함께 작업했던 배우 조진웅이 '소년들'에 특별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 감독은 "영화에서 분량은 적지만, 상당히 중요한 역할"이라며 "역할 비중이 작다고 조연 배우를 쓰면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다. 설경구와 붙었을 때 지지 않을 것 같은 근사한 캐스팅을 하고 싶었다. 조진웅에 특별출연 이야기를 했을 때 다행히 흔쾌히 출연해 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 제공=CJ ENM

마지막으로 정 감독은 한국 배우들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사람은 잘 못 보는데, 연기 잘하는 사람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한국 배우들이 연기를 제일 잘한다. 캐릭터를 파악하고 구현하는 능력이 할리우드보다 뛰어나다"고 말하며 자랑스러워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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