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DSR·총량규제' 카드 꺼내나…대통령실 '영끌' 경고에 대출 '고삐'
대출증가세 안 잡히면 '전세DSR, 총량규제' 검토 가능성도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를 'IMF(외환위기)급 위기'라고 경고하며 추가 규제를 예고하자, 대출시장 차주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당정의 경고에 따라 서둘러 가계대출 관리에 고삐를 죄고 나섰다.
정부는 고금리시기에 리스크 노출이 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낮추기 위해 '스트레스 DSR'을 연내 도입하고, 장기·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위해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등 다양한 조달 수단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기준금리 외에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깎는 방식으로 대출문턱을 높이고 있다.
금융권에선 당정이 가계부채 관리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친 만큼, 이번 규제의 실효가 없을 경우, 전세자금대출 등 현재 DSR 규제서 제외된 항목을 추가로 규제에 넣거나, 금융권의 대출총량을 제한하는 '대출총량제'를 재도입하는 등의 고강도 규제가 검토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정이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를 언급한 이후 주요 대출 관련 커뮤니티와 은행 창구엔 추가 대출규제에 대한 문의나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29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과거 정부에서 유행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라든지 '영끌 투자' 행태는 정말 위험하다"면서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글로벌 고금리 기조하에서 이자 부담과 상환 리스크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가계부채 양과 질을 면밀히 점검하고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정이 한목소리로 강도 높게 가계부채 관리를 언급한 것은 최근 부채 증가 폭이 다시 확대될 조짐을 보여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10월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6일 기준 684조8018억원으로 9월 말(682조3294억원) 대비 2조4723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이 지난달(1조5174억원)보다 확대됐다.
당정은 협의회에서 현재 시행 중인 소득 기반 대출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효과를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추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특히 여당은 가계부채의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 높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이미 예고한 '변동금리 스트레스(Stress) DSR'을 연내에 도입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의 DSR 산정 시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감안해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제도다. 가산금리로 대출한도를 제한해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 회사원이 변동금리 연 4.5%(40년 만기)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경우, DSR 40%를 적용하면 최대 3억7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그러나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반영해 가산금리 1%포인트(p)를 더해 연 5.5% 금리로 DSR을 산정하면 대출한도는 3억2500만원으로 4500만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커버드본드 등의 활용도를 높여 장기·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하는 방안도 병행한다.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이 주담대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장기·저금리 재원확보가 용이해 조달한 자금으로 장기·고정금리 대출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들은 자체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문턱을 높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11월1일부터 가계대출 일부 상품의 가산금리를 소폭 인상하기로 했다. 앞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3%p 올렸다. NH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최대 0.3%p 축소했다.
금융권에선 당정이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힌 만큼, 이같은 규제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한층 더 강한 고강도 규제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밖에 예상되는 추가 규제로는 전세자금대출 등 현재 DSR 규제에서 제외된 항목들을 규제에 추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세대출은 그동안 실수요자 피해를 우려해 DSR 규제에서 제외돼왔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를 야기한 '갭투자'에 악용돼온 전세대출을 잡지 않고선 가계부채도 잡기 어렵다는 지적들이 나오면서, 전세대출도 DSR 규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정부에서도 전세대출을 DSR에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규제로 전세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 것을 우려한 서민층의 반발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대책 검토를 철회한 바 있다.
DSR 산정 시 현재 소득뿐만이 아니라 미래소득까지 고려해 대출 만기와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미래소득의 경우 일정 연령대를 넘으면 감소해 대출상환 능력도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면 대출 만기와 한도는 더 축소될 수 있다.
앞서 지난 정부에서 시행했던 '대출총량규제'를 재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대출총량규제는 금융회사별로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상한을 둬, 대출 총액을 제한하는 규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에 정부가 예고한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도 꽤 강도 높은 규제로 추가 적용되는 가산금리에 따라 차주들의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가 강력한 규제 시그널을 낸 만큼 가계대출 증가세도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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