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픈 더 도어’ 장항준 “제작자 송은이 솔직해서 편했죠”
영화 ‘오픈 더 도어’는 미국 뉴저지 한인 세탁소 살인 사건 이후 7년, 비밀의 문을 열어버린 한 가족의 숨겨진 진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장항준 감독의 절친이자 미디어랩 시소 대표 송은이가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장항준 감독은 개봉 소감을 묻자 “요즘 한국 영화가 좋지도 않고 극장이 위기라고 하는데 개봉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연패를 끊어야 한다. 제 작품 중 은근히 흥행 못 한 게 없다. 많은 감독이 개봉 전 기대하지 않나. 그런데 ‘리바운드’ 결과가 제 예상이나 주변 반응과 달라서 비 오는 개봉날 울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기억의 밤’ 이후 6년 만에 스릴러 돌아온 그는 “제게 낯선 장르가 아니다. 데뷔를 코미디 영화 ‘라이터를 켜라’로 하고 방송에 나온 귀여운 이미지 때문에 대중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제게 새로운 도전은 아니다”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오픈 더 도어’에 대해 “처음엔 단편으로 15~20분 짜리를 썼다. 술자리에서 송은이에게 보여줬는데 너무 재미있다고 단편이면 부담이 없으니 제작해 보고 싶다고 하더라. 쓰다 보니까 이게 단편으로 하기엔 범인이 누군가보다 어떻게 왜 그렇게 됐는지가 이야기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챕터를 늘리며 장편화 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우리는 살면서 몇천 개의 문을 몇만 번 들락날락한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문이 있다. 그 중요한 문을 열 것인가 말 것인가. 그 문이 탐욕의 문이라 파멸로 갈 수도, 기회가 되는 문일 수도 있다. 이들은 어떤 결정적인 문을 놓쳐 그렇게 됐는지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현실적인 제작 여건상 더 촬영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회차가 늘어나면 제작비가 추가된다. 그런 점에서 조금 아쉬울 수 있는데 제가 처음 가진 이야기의 본류를 잃지 않는 선에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어느 정도 예산을 생각했는데 아껴야 한다. 그래도 스태프와 배우 모두 표준근로계약서에 의거했다. 작은 영화들이 52시간 적용이 잘 안 되는데 비보 회사 이미지가 너무 좋아서 어쩔 수 없이 맞췄다”며 “복지국가로 가보자는 개념으로 했다. 밥차나 커피차를 주변 지인들에게 당당히 요구해 지원받아서 식대를 절감했다. 십시일반으로 가치 있게 썼던 작품”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그는 “우리가 저예산 독립영화다. 오래 찍을 수 있는 시간이 확보가 안 되니까 빨리 선택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다. 제작비에 차질을 빚게 되면 정작 중요한 장면 찍을 때 못 찍을 수 있다. 그래서 프로듀서와 감독이 조절해야 한다. 대작과 달리 작은 작품은 나름의 어려움이 있는데, 현명한 동료들이 많았다”며 함께한 ‘오픈 더 도어’ 팀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오픈 더 도어’는 장항준 감독의 소속사 대표이자 절친 송은이가 첫 제작에 도전, 화제를 모았다.
장 감독은 “송은이 대표는 충무로 제작자 중 제일 단신이고, 가장 격의 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동료다. 사실 제작자와 감독은 세트이면서도 긴장 관계에 있다. 로케이션을 찾을 때도 이걸 세이브해서 다른 걸 하자고 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상하기도 할 때가 있다. 송은이는 그럴 경우 바로 그렇게 해야 하냐고 묻고, 그럼 전 해야 한다고 한다. 둘이 서로 편하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은이도 그렇고 회사 분위기 자체가 이유식 하는 초식동물들만 뽑아놓은 것 같을 정도로 유한 사람들이 많다.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배려하기 때문에 영화를 제작하면서 더 편했다. 송은이가 대학교 1학년 때 제가 복학해서 그때부터 친하게 지냈다. 송은이가 절 많이 따랐다. 그 관계는 변함이 없다. 직위만 바뀌었을 뿐”이라며 오랜 인연을 이어온 송은이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가족은 내 인생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자 동반자”라며 “아내는 아직 영화를 못 봤다. 저희가 특별하게 VIP 시사회를 안 해서 못 봤는데 궁금해한다. 오늘이나 내일 안으로 보게 될 건데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시나리오 내용은 알고 있고 기대가 많다. 저희 부부는 서로의 일에 대해 응원하고 가끔 술 먹으면서 아이템 어떤지 이야기한다. 그 외에 작품에 도움을 준다거나 하지 않는다. 이제 눈이 안 좋아서 남의 건 못 읽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현장이 웃음바다가 되자 “세상은 나와 남이다. 가족도 저는 아니니까”라며 능청을 떨었다.
마지막으로 장항준 감독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영화계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응원을 보냈다.
그는 “영화계는 제가 기억한 1990년대부터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라고 한다.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최근에 코로나와 겹치면서 한국 영화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극장의 위기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자는 계속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춘궁기는 항상 있었다. 우리는 항상 배가 고팠다. 영화 하는 사람은 가난, 배고픔의 대명사였다. 오로지 영화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아서 영화를 만들고 있고 그런 면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갈구하고 탐구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요즘 한국 영화가 위기라 제작자들도 꺼리더라. 수많은 영화학도의 미래가 날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다.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가 5편이라고 하더라. 충격적 상황이다. 그나마 미국과 한국, 몇몇 나라만 영화 산업이 활발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잘 이겨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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