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인대 시즌OUT' 벤탄쿠르의 '미친 우정'→"부상+부진 SON 뒤에서 도왔다. 진정한 친구"
[OSEN=노진주 기자] '십자 인대 파열'로 고생하고 있던 로드리고 벤탄쿠르(26)가 자신도 부상으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테지만 오히려 부진하던 손흥민(31, 이상 토트넘)을 뒤에서 도왔다. 지난 시즌 이야기를 토트넘 담당 현지 기자가 들려줬다.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영국 매체 ‘더 부트 룸’에 따르면 ‘풋볼런던’ 토트넘 담당 기자 알라스데어 골드는 한 팟캐스트 방송에 나서 “벤탄쿠르는 손흥민의 진정한 친구다. 부상으로 고생할 때 손흥민이 다시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도록 회복에 도움을 주었다. 손흥민이 정신적으로 올바른 상태에 있도록 체크하며 도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지난 시즌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벤탄쿠르와 같은 사람이 그의 주변에서 조용하게 리더스러운 면모를 보였다”라고 덧붙였다.
우루과이 출신이자 중앙 미드필더인 벤탄쿠르는 지난 2022년 2월 유벤투스에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4년 계약을 맺었다. 이적료는 1900만 유로(약 256억 원)에 600만 유로(약 81억 원)가 더해져 총 2500만 유로(약 337억 원)가 든 것으로 알려졌다.
벤탄쿠르는 아르헨티나 명문 보카 주니어스 유소년 출신이다. 2017년 유벤투스로 이적해 세리에 A 3연패에 기여했다. 토트넘에 새 둥지를 튼 벤탄쿠르는 적응기가 무색할 정도로 토트넘 베테랑 선수들과 잘 지내고 있다. 또 오자마자 기회를 부여받았다. 2021-202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7경기를 소화, 4도움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 시즌엔 벤타쿠르는 악몽과도 같은 시간을 보냈다. 지난 2월 십자 인대 파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올 시즌 초반도 결장한 뒤 지난달 28일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리그 경기를 통해 복귀했다.
지난 시즌은 손흥민에게도 썩 좋은 시간이 아니었다. 정말 다사다난했다. 그는 시즌 초반 달라진 전술 밑에서 부침을 겪기도 했고,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한 달 앞두고는 안와골절상을 입으며 수술대에 올랐다. 그는 한동안 시야를 가리는 검은색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뛸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그는 스포츠탈장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참고 경기를 소화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팬들에게 좋은 소식을 들려줬다. 리그 10골 6도움, 공식전 14골 6도움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과 7시즌 연속 20개 이상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다. 시즌 초반 부진을 이겨내고 세운 소중한 기록이다.
아시아 역사도 썼다. 손흥민은 지난 4월 브라이튼전에서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골망을 흔들며 프리미어리그 통산 100골 고지를 밟았다. 이로써 그는 PL 역사상 100골을 달성한 34번째 선수가 됐고,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 기록을 세웠다.
손흥민은 지난달 26일 ‘풋볼런던’과 인터뷰를 통해 “지난 시즌 매 경기가 아팠다. 특히 마지막 경기(리즈전) 때 너무 아팠다. 리그 최종전은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때 인터뷰에서 그는 “고통에 대해 생각만 해도 힘들다. 사실 이상하게도, 걷는 건 아무런 고통이 없어서 일상 생활하는 것은 괜찮았다. 그래서 축구장에 나가는 것에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워밍업을 하면 고통 때문에 좌절했다. 고통은 모든 동작에 영향을 끼쳤다. 회전, 달리기, 멈춤, 패스, 공차기 등 결국 시즌 끝나고 수술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당시 ‘풋볼런던’은 “일부 사람들은 손흥민이 분명히 적정 기간에 먼저 수술을 받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궁금해한다. 이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손흥민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 체제 내 좋지 않은 시점에서 토트넘에서 이탈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며 “또 수술 후 회복 기간이 꽤 길 것이기에 그동안 토트넘이 고생하는 상황을 저버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힘든 시간을 견뎌낸 손흥민은 올 시즌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시작 전 '골잡이' 해리 케인(30, 바이에른 뮌헨)이 토트넘을 떠나면서 손흥민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자연스럽게 그가 과거 기량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해졌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손흥민은 펄펄 날고 있다. 현재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10경기를 소화한 손흥민은 8골을 기록 중이다. 9월 한 달 동안 해트트릭 포함 6골을 작렬했다. 케인 부재 속 오히려 날개를 단 손흥민인 것이다.
지난달 20일 ‘스카이스포츠’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의 위치를 최전방으로 변경시킨 것이 좋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매체에 따르면 올 시즌 제외 손흥민의 최근 세 시즌 동안 박스 안 볼 터치 비율은 8.1%, 9.3%, 8.7%에 그쳤다. 모두 10%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올 시즌 수직 상승했다. 손흥민은 19.4%를 찍었다.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은 그 어느 때보다 상대 박스 안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골드 기자의 말에 따르면 벤탄쿠르가 손흥민 옆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것이 손흥민의 상승세에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한다.
‘더 부트 룸’은 “듣기만 해도 환상적인 이야기”라면서 “부상을 안고 있는 축구선수는 엄청 외로울 수 있다.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서로에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벤탄쿠르의 격려는 손흥민에게 끝없는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흐뭇해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이번 시즌 훨씬 좋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 벤탄쿠르가 같은 루트를 밟을 차례”라며 “그도 ‘캡틴’ 손흥민의 리드에 따라 최고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jinju21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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