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에 휘둘리지 않겠다"… 시작된 윤석열式 노동개혁

김동욱 기자 2023. 11. 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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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다가오는 노동개혁의 시간] ③ "사회적 공감대 형성 전제돼야"

[편집자주]정부가 노동개혁에 나선다. 근로시간 개편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 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반복 수급으로 인해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성 악화 등을 초래한 실업급여도 정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과도한 근무시간 및 실직자 보호를 위해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발도 만만찮은 가운데 핵심 쟁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정부 방향을 짚어 봤다.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한다. 사진은 지난 1월 고용노동부 등으로부터 2023년도 업무보고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기사 게재 순서
①"주 52시간으론 안 돼"… 정부, '주 69시간제' 재논의 초읽기
②'시럽급여 vs 실직자 보호'… 실업급여 개혁 쟁점은
③"노동계에 휘둘리지 않겠다"… 시작된 윤석열式 노동개혁
윤석열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안 추진 및 실업급여 정비 등 노동개혁을 본격 추진할 전망이다. 노동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쳐온 만큼 정책 추진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노동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라고 판단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봤다.


노동계에 강경 대응한 정부… 노동개혁 '난항'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노동계와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노동계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강조해 왔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 파업에 강경 대응한 것이 대표 사례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폐지 등을 이유로 지난해 6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총파업을 진행했다. 6월 파업 당시 합의한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시작된 11월 파업에서 정부는 '선 복귀, 후 대화'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물류가 끊겨 산업계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정부 입장은 변함없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고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후인 지난해 12월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파업 철회를 결정했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파업에서도 정부의 강경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지난해 6월2일부터 51일 동안 파업을 진행했다. 노조의 도크(선박 건조 공간) 점거로 인해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이 중단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8000억원가량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파업 기간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을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고 하청지회는 사측과 잠정 합의안을 타결하며 파업을 마무리했다.

정부가 노동계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왔으나 최근에는 힘이 빠진 모습이다. 파업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중이다. 민주노총은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 등을 요구하며 지난 7월 2주 동안 총파업을 진행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도 4조 2교대 시행 등을 주장하며 지난 9월 닷새 동안 총파업을 벌였다. 이달에는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이 예고됐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인력 감축 계획 철회 등을 요구하는 중이다.

노동개혁도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는 경우가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추진했던 근로시간 개편안은 일주일 최대 69시간 근로를 합법적으로 보장한다는 반발에 막혀 입법 추진이 중단됐다. 이달부터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편안이 수정되지 않는 이상 사회적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다. 고용노동부가 개정 필요성을 언급한 실업급여는 실직자를 보호하기 위해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발에 직면했다.


"제도 마련 전 사회적 합의 필수… 총선 탓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


지난 4월 근로시간 개편안 폐기를 촉구하는 제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정부의 노동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타협이 필수라고 진단했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 추진했던 근로시간 개편안은 노동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에 유리한 면이 있다"며 "제도 추진이 멈춘 것은 정부가 국민 불신을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근로자 불안을 없애기 위해 대화를 자주 시도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홍 교수는 정부의 노동개혁 시점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는 "제도가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제도 자체가 이슈돼야 한다"며 "내년 국회의원 총선이 예정된 점을 고려하면 정부는 반발을 피하기 위해 구체적인 제도안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를 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고 실업급여를 개편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개혁 방향이 옳은 것과 실제로 국민이 제도를 수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체적으로 취합해 국민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 개편이 왜 필요한지 충분히 납득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3월 추진됐던 근로시간 개편안은 일감에 따라 근로자들이 노동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인데 최대 근로시간에 집중한 탓에 반발이 생겼던 것"이라며 "국민들이 제도를 잘못 해석하지 않도록 공청회 개최 등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어야 했지만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가 시행되기 위해선 결국 국민들이 그 제도를 원해야 한다"며 "제도를 급하게 추진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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