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럽급여 vs 실직자 보호'… 실업급여 개혁 쟁점은

이한듬 기자 2023. 11. 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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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다가오는 노동개혁의 시간] ② 제도 악용 문제 근절 움직임 속 노동계 반발 만만치 않아

[편집자주]정부가 노동개혁에 나선다. 근로시간 개편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 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반복 수급으로 인해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성 악화 등을 초래한 실업급여도 정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과도한 근무시간 및 실직자 보호를 위해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발도 만만찮은 가운데 핵심 쟁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정부 방향을 짚어 봤다.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상담을 받고 있다. / 사진=뉴시스 권창회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주 52시간으론 안 돼"… 정부, '주 69시간제' 재논의 초읽기
②'시럽급여 vs 실직자 보호'… 실업급여 개혁 쟁점은
③"노동계에 휘둘리지 않겠다"… 시작된 윤석열式 노동개혁
실업급여 개선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용노동부가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면서다. 정부와 여당은 실업급여의 부정·반복 수급 문제를 막기 위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계 역시 과도한 실업급여가 취업 의지를 떨어뜨린다며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노동계는 실업급여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며 현행체제를 유지해야한다고 맞선다.


실업급여, 월급보다 더 많다?


실업급여는 근로자에게 실업이라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적극적인 재취업활동을 한 사실을 확인(실업인정)하고 지급하는 급여를 말한다.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는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뒤 비자발적으로 퇴사하면 실업급여는 평균임금의 60%를 지급하는데 이 금액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면 최저 시급의 80%를 받을 수 있다.

현재 하한액은 하루 1일 8시간 근로 기준 6만1568원, 월 184만7040원이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실수령액인 179만9800원보다 높아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더 높은 '역전현상'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 163만1000명 중 73.1%인 119만2000명이 하한액을 지급 받았고 전체 27.9%인 45만명이 월급보다 많은 실업급여를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인 근로자 중에서도 월급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상훈 의원(국민의힘, 대구 서구)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액이 임금 대체율의 100% 이상이었던 외국인 근로자는 전체 1만2100명 중 26.4%인 3200명으로 2016년(1100명)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산정기준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현행법상 초단시간 근로자의 기초일액 산정 시 1일 소정근로시간이 3시간 이하인 경우에도 4시간을 일한 것으로 간주해 구직급여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루 2시간씩, 주 5일을 편의점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한달 급여로 41만7989원을 수령하는 반면 실업급여는 92만3520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근로자가 충족해야 할 최소 요건인 고용보험료 납부기간(180일)이 독일(12개월), 일본(12개월) 등 주요국보다 짧아 여러 번 반복수령도 가능하다. 연도별 실업급여를 3회 이상 반복 수급한 사람도 2018년 8만2000명, 2019년 8만6000명, 2020년 9만3000명, 2021년 10만명, 지난해 10만2000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와 여당은 실업급여가 월급보다 높고 반복수령이 가능한 점 때문에 실업자들의 재취업 의지가 떨어진다고 보고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실업급여 수급자 중 수급기간 종료 이전 재취업 비중은 2013년 34%에서 지난해 28%로 낮아졌다.



다시 불붙는 실업급여 개편, 이번엔?


정부는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올 들어 실업급여 체계를 개편하는 안건을 추진했으나 여당 일각에서 실업급여를 꿀처럼 달달하다는 의미의 '시럽급여'로 지칭하고, '여성은 실업급여를 받아 해외여행을 가고 명품백을 산다'는 등 특정 성별과 계층을 폄훼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면서 일시 중단됐었다.

하지만 최근 고용부가 전문가 간담회를 여는 등 개편 논의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성희 차관은 강력한 제도 개편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 대량 실직 등 고용 불안이 심화되면서 임시 조치로 크게 완화된 수급 요건이 25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변화 없이 고착됐다"며 "실실업급여 제도를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일을 통한 실직자의 자립을 지원하고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정부의 개편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업급여 제도가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구직활동 촉진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도록 원칙에 충실한 제도 운영, 기금재정 건전성 강화 등 국민과 기업이 수용 가능한 제도로 개편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업급여 하한액 폐지와 평균임금의 60% 적용 준용 ▲기준기간 18개월에서 24개월로, 기여기간은 180일에서 12개월로 상향 조정 ▲반복수급자에 대한 구직급여 감액 적용 ▲수급 자격 및 관리체계 재검토 등을 촉구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실업급여제도를 지나치게 관대하게 운영하면서 곳곳에서 도덕적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하는 사람이 실업자보다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이고 불공정한 구직급여 제도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노동계의 반발이다. 지난해 실업급여의 하한액을 적용받은 73.1%가 대부분 청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인 상황에서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면 저임금노동자의 실업기간 생계유지에 큰 타격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근 정부의 실업급여 개편 움직임을 '반노동 개악'이라고 지적하며 "고용보험 개악을 당장 멈추고, 실업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도록 하는 고용구조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부터 개선해 주된 일자리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구조, 안정적이고 적정한 임금의 좋은 일자리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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