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퍼스트 기조 안 변해… 그 틀서 대선 봐야” [심층기획-미국 대선 1년 앞으로]
낙태 문제·범죄율 증가 등 대선 쟁점
상하원의원 선거 결과도 관전 포인트
민주·공화 외 제3지대 후보 나올 수도
“아메리카 퍼스트라고 하는 ‘미국을 위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기조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틀안에서 내년 대선을 봐야 한다.”
송원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사무총장은 25일(현지시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년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층의 구호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먼저 언급했다. 그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를 두고 그 이후를 준비하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일정 부분 정책의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마가로 대표되는 미국 우선주의 기류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미국 대선의 특징은
“재선에 실패했다가 다시 대선에 나선 사례가 역대 4명이다. 3명은 1800년대, 1900년대 초반에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있었다.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자체가 특이한 점이라면 특이한 점이다. 미국 정치판에 새로운 인물이 없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미국 내에서 이번 대선을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한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가 되고 있다. 제3 후보의 등장이 선거 판도를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내년 대선이 가지는 의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의 정치 양극화가 심화했다고 본다. 트럼프의 등장은 사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민주당은 2020년 대선에 중도성향의 바이든을 내세워 승리했다. 양극단의 정치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2022년 중간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은 양극단보다는 중도를 택했다. 내년 대선은 미국의 민심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 양극화가 어느 정도 끝이 날지, 앞으로 더 심화할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트럼프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더 반영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현직 대통령의 리턴매치가 유력하다
“2020년 선거와 달라진 점은 우선 바이든 대통령은 노쇠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법리스크를 안으면서 약점이 더 많이 드러난 것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두 사람의 입장은 많이 바뀌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다수의 후보자 중에 한명이었다. 당시에는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나서면서 민주당이 노선 등을 두고 분열되는 모습이었으나 2022년 중간선거를 거치면서 당의 리더십이나 노선 등이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여러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면서 당이 재정비된 분위기다. 반면 공화당은 하원의장 선출 등을 앞두고 당의 분열상을 그대로 노출했고, 예산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등 당이 처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각 당이 처한 상황만 놓고 보면 민주당에 유리하다. 특히 내년은 대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원의원 3분의 1, 하원의원 435석이 다 같이 선거를 치르고 상·하원 다수당을 결정하는 선거인데 현재 공화당처럼 당이 쪼개진 상태로 선거한다고 한다면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리턴매치가 안될 가능성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가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후보의 의지로 바뀔 가능성은 없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심각한 건강 문제가 생겨서 유권자들이 재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선거 전에 판결이 나오고, 유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어떻게든 끝까지 레이스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무소속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10%가 넘는 지지율이 나왔고, 앞으로도 제3후보가 높은 지지율이 나온다면 민주당과 공화당에서도 선거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전략이 달라질 수도 있고, 제 3지대에서 또 다른 후보들이 움직일 수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현재로서는 민주당도 공화당도 제3의 후보의 출마를 막을 수 있는 지렛대가 없는 상황인 만큼 제3의 후보가 출마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대선 최대 쟁점은 무엇일까
“미국에서 주요 쟁점을 7가지 정도를 꼽는다. △낙태 △교육 △이민 △범죄 △외교 △사회보장 제도 △성 소수자 문제다. 그 가운데 낙태는 유권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여성의 권리 문제다. 낙태 문제는 정당 지지와는 별도로 여성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여성이라도 낙태를 금지시키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여성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낙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만 봐도 낙태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이슈인지 알 수 있다. 교육 문제의 경우에도 지난 중간선거에서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가 교육 공정성을 내세워 민주당 텃밭에서 승리하면서 교육 이슈가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범죄 문제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범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유권자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 선거 결과를 가를 것으로 본다. 사회보장 제도는 이미 오바마 전 대통령 때부터 많이 논의됐던 사안인 만큼 폭발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민 문제는 어떤가
“이민은 이제 단순히 친이민이냐 반이민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경 통제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봐야 한다. 현재 미국은 미국으로 밀려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다 받아들일 수 없고, 국경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대한 의견일치가 생기고 있다. 공화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대신 국경을 강화하라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도 오바마 행정부 때만 해도 포괄적 이민 개혁 등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이제 그런 이야기는 더는 하지 않는다. 결국 경제적으로도 이민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위기감이 퍼져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을 막기 위해 장벽을 쌓는다고 했을 때 다들 비웃었지만 이제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외교 이슈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국내 문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대선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군이 중간선거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공화당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돈을 국경에 쓰자는 것이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원이 좋다,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도 유대계 미국인들의 정치적인 파워가 있고, 이스라엘이 미국의 전통적인 파트너이기 때문에 계속 원조를 해주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마저도 여론이 갈리고 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기름값 등에 영향을 미치고,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면 선거에 영향이 있겠지만 현재 선거가 1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영향이 클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이 전쟁 지원이 장기화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중국 문제의 경우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을 수 있지만 대중국 정책과 관련해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경제 문제는
“경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경제 문제만으로 민주당이 표를 잃고, 공화당이 표를 얻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백악관이나 민주당 전국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올해 반드시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고 경제 지표가 계속 좋게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가 박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응답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분위기로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할 수 있지만 바이든의 경제 실정 때문에 바이든을 심판해야 한다는 분위기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 침체와 같은 결정적인 경제 문제가 있지 않고는 교육, 낙태, 이민 같은 다른 문제들이 유권자들의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본다.”
―경합주는 어떤가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주를 경합주로 꼽는 이유는 간단하다. 2016년 대선에서는 이 5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겼고,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겼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인단 306명을 얻어 승리했고,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인단 306명을 얻어 승리했는데 5개 주가 결과를 바꾼 셈이다. 5개 주 선거 결과를 보면 표차가 1%가 채 되지 않거나, 1∼2%대 안팎이다. 승자독식 구조이기 때문에 5개 선거구가 결과를 뒤집었다. 그래서 공화당은 전국 전당대회를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열기로 했고, 민주당은 위스콘신과 미시건, 펜실베이니아까지 접근성이 좋은 일리노이 시카고에서 전국 전당대회를 실시한다. 민주당은 위신콘신과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3곳에서 승리하면 승기를 잡는다는 계산이다.”
― 각 당의 선거 전략은 어떤가
“최근 민주당 전국위원회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경합 주에서 선거 결과가 1% 내외에서 결과가 나는 상황에서 무당층이나 유동층 유권자에 집착하기보다는 이제 막 투표권이 생긴 젊은 층, 유색인종, 소외계층이나 소수자 등을 더 많이 투표장에 나오게 하는 것을 전략으로 한다는고 이야기를 했다. 변수가 많은 무당층보다는 민주당 성향의 새로운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공화당의 경우에는 2016년 선거때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해온 저소득·저학력·남성·백인 유권자들을 공략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내년 대선은 언제나 그렇지만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100명의 상원의원 가운데 3분의 1을 다시 뽑고, 435명의 하원을 다시 뽑는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상원 다수당과 하원 다수당을 누가 차지할지를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대통령을 배출시키더라도 상하원에서 다수당을 내준다면 대통령이 정책을 추진할 수가 없어진다. 최근 하원의장 투표 상황으로 나타난 공화당의 분열상이 내년 대선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지켜보는 것도 미국의 향후 정치 상황을 예측하는데 좋은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사진=워싱턴 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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