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안전도 그만큼 중요해"…혼다가 꿈꾸는 미래[르포]

이형진 기자 2023. 11. 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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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교통사고 '제로' 목표…바이탈 센싱·AI 활용·커뮤니케이션 기술
보행자 움직임 따라 라이트 이동…운전자 시선·호흡·심박·손으로 상태 확인
혼다의 ESV 내에서 차량이 운전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 News1 이형진 기자

(우쓰노미야=뉴스1) 이형진 기자 = 완성차 업계에서는 일본 완성차 업체에 대한 편견이 강하다.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는 우수했지만,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대응에는 늦었다는 평가다.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불리는 경제 불황까지 생각하면 마치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은 미래 시장 대응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나본 모습은 달랐다. 75년 역사의 혼다는 전기차·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시장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기술로 고객의 '안전'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창립자 혼다 소이치로가 강조한 기업철학 중 하나인 '인간 존중'의 정신에 기반했다.

지난 10월 28일 일본 도치기현 우쓰노미야시에 위치한 혼다 R&D 센터 재팬 프로빙 그라운드(Japan Proving Ground)를 방문했다. 혼다의 R&D 센터 직원들은 모두 흰색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좋은 제품은 깨끗한 작업환경에서 나온다는 철학을 따르는 색상이다.

혼다는 2050년까지 자사의 자동차 관련 사망 사고를 없애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R&D 센터에서는 이를 실행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다.

혼다 R&D 센터 관계자들이 28일 센터를 방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취재진들에게 혼다의 안전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 News1 이형진 기자

방문 직후 시작된 센터 소개 브리핑에서 혼다 R&D 센터 관계자는 "교통사고에서 교통 약자 관여도는 절반 이상이다. 교통약자들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며 "혼다의 강점은 예측 기술이다. 사고 10초 전에 이를 알리는 것이 혼다의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R&D 센터에서 혼다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바이탈 센싱 기술 등으로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 △모든 교통 참가자를 재현해 AI를 통해 사고를 예측하는 기술 △언어와 비언어를 조합해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동화형 HMI 기술 등을 선보였다.

혼다e에 장착된 커뮤니케이션 그릴라이팅 기술. 보행자에 따라서 빛이 같이 움직이고 있다.

R&D 센터에서 살펴본 혼다의 안전 기술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기술은 보행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라이팅 기술이었다.

자동차 운전자가 보행자를 만났을 경우 보행자를 인지하고 있다면 보행자의 움직임에 맞춰 라이트를 비추는 기술이다. 이 새로운 라이팅 기술은 혼다의 첫번째 전기차 혼다e의 그릴부에 장착된 채로 선보였다.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면 라이팅이 운전자를 따라서 움직였고, 전방을 보지 않으면 그릴부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또 다른 라이팅 기술은 패턴라이팅 기술이었다. 주변이 어두운 상황에 보행자가 지나가면 보행자 쪽으로 격자 모양의 빛을 쏘는 방식이다. 상향등을 키는 등의 방식은 너무 밝은 빛을 보행자에게 쏴서 오히려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게 된다. 보행자가 지나갈 때 빠르게 불이 깜박거리는 듯한 느낌을 부여해 스스로 안전을 신경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혼다 관계자가 보행자 안전을 위한 패턴라이팅 속을 지나가고 있다.(혼다코리아 제공)

멀티 에이전트 VR 트래픽 시뮬레이터 기술도 놀라웠다. 도쿄의 오다이바 지역을 통채로 본따서 만든 시뮬레이션 안에는 실제 교통 상황도 그대로 재현됐다. 시뮬레이터 안에서는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 운전자들도 빨간색 또는 노란색 운전자로 표현됐는데, 해당 운전자들의 행동 역시 반영돼 시뮬레이션이 움직였다. 혼다의 모터싸이클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운전자가 직접 시스템 안으로도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쌓은 빅데이터로 교통사고 예측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행자 안전을 위한 혼다의 패턴라이팅 기술. 보행자가 지나가면 마치 불이 깜박이는 듯하게 비쳐진다.

이날 혼다 R&D 센터에서는 혼다e에 각종 안전 기술을 집약한 ESV(Enhanced Safety Vehicle)을 탑승해볼 수도 있었다. 차량 내에서는 운전자의 시선과 호흡, 손 바닥 상태와 심박수까지 체크하면서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운전자가 졸리거나 화가 났거나 하는 등 운전에 부적합한 상태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혼다의 멀티에이전트 VR 트래픽 시뮬레이터를 관계자가 시연하는 모습. ⓒ News1 이형진 기자

직원이 운전하는 ESV를 동승한 채 센터 내 코스를 돌았다. 우회전을 하려던 순간 전방에 멈춰있던 박스카 뒤로 모터사이클 하나가 튀어나왔다. 모터사이클이 튀어나오기도 전에 CCTV와 빅데이터 등으로 종합된 예측 시스템이 안전벨트와 대시보드 라이트를 통해 주의가 필요함을 알렸다. 모터사이클이 지나간 후 다시 보행자가 나타난 것까지 알려줬다. 보조석에 앉아 나름 멀리까지 봤다고 했는데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보행자였다.

혼다의 안전 추구는 비단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센터 방문 이틀 전인 26일에는 혼다가 운영하는 모빌리티 리조트 모테기를 찾았다. R&D 센터와 같은 도치기현, 하가군에 위치한 모빌리티 리조트에서는 일본의 자국내 레이스를 운영하는 트랙과 관광객을 위한 리조트도 갖춰져 있지만, 교통 안전 교육도 진행됐다.

실제 방문 당시에도 일본자동차연맹 소속의 젊은 직원들이 연수를 받고 있었다. 우천·블랙아이스 노면 등을 표현한 코스에서 주행해보면서 해당 상황을 대처하는 요령 등을 교육했다. 혼다에서 운영하지만 시설명에 '혼다'라는 이름을 제외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안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도요타, 닛산 등 일본 내 다른 브랜드 직원들도 해당 시설에서 안전 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26일 혼다 모빌리티 리조트 모테기에서 일본자동차연맹 직원들이 교통안전 연수를 받고 있다. ⓒ News1 이형진 기자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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