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사망하고 아파트 붕괴했는데도 ESG 점수는 'A'

CBS노컷뉴스 류효림 인턴기자 2023. 11. 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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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한국ESG기준원 '2023 기업 ESG 평가'
순살아파트·근로자 사망 잇따른 곳도 A등급
"기업 ESG 보고서 발간 등 성과 참작" 했다지만
"평가 기준 의문, 기업 실태 왜곡" 비판 제기
연합뉴스
매년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수준을 평가해 공표하는 한국ESG기준원이 근로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아파트 붕괴 사고를 시공한 건설사들을 상대로 A등급을 줬다.

명확한 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을뿐더러 결과도 납득하기 어려워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순살아파트·근로자 사망 잇따라도 ESG 'A'등급 평가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부실 공사 시공사인 GS건설과 근로자 사망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DL 이앤씨가 ESG 종합 'A' 평가를 받았다.
비영리사단법인 한국ESG기준원(KCGS)은 매년 국내 기업의 ESG 수준을 평가해 등급(S, A+, A, B+, B, C, D)을 공표한다.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하도록 유도하고, 자본시장 참여자들에게는 투자하는 기업의 ESG 수준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CBS노컷뉴스가 ESG기준원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3 기업 ESG 평가 및 등급 공표'를 분석한 결과 GS건설과 DL이앤씨는 예년에 이어 올해도 종합 A(우수) 등급 평가를 유지했다.

GS건설은 지난 5월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낸 건설사이다. 아파트 기둥과 슬라브의 전단보강근 미설치,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이 원인이 된 붕괴 사고로 10개월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이런 회사에 A등급을 준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e편한세상' 브랜드의 DL이앤씨도 A등급을 받았다. DL이앤씨가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7번째 사망 사고가 일어난 최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이고 올해 3분기만 해도 세 명의 노동자가 건설 사고로 숨진 곳이라는 사실을 알면 ESG A등급에 동의할 수 있을까.

사망사고가 발생한 시공사 14곳 가운데 4곳이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A등급 평가를 받았다. 국토교통부

이처럼 올 3분기 사망사고가 발생한 14곳의 시공사 가운데 5곳이 A등급 평가를 받았다. GS건설, DL이앤씨 외에 두산에너빌리티, 한화, 현대건설 등이다.

ESG 중 'S'는 사회공헌, 안전보건 등을 평가한다. GS건설과 DL이앤씨 모두 사회(S) 부분에서B+(양호)로 각각 두 단계, 한 단계 하향 조정됐다. 하지만 환경과 지배구조를 종합한 결과로는 A 등급 평가를 받았다.

두산에너빌리티(사망자 1명), 한화(1명), 현대건설(2명) 등 세 곳은 등급 조정조차 없었다.

사망사고보다 '기업 ESG 보고서 유무'가 우선 판단 기준?

한국ESG기준원의 기업 평가 절차
근로자가 사망하고 아파트 붕괴 사고가 일어나도 ESG 우수 기업일 수 있는 것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세 가지 평가 기준을 중요도에 따라 가중 평균을 냈기 때문이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에 대한 배점(비중)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지배구조의 비중이 항상 높고 환경 평가, 사회 평가 등의 순으로 중요도를 둔다"고 말했다.

ESG기준원의 평가 절차는 기본 평가와 심화 평가 두 가지로 나뉜다. 이 관계자는 "기본 평가는 기업들이 성과를 쌓아 올린 것에 대한 득점 방식이고 심화 평가에서는 사망사고, 부실공사 등 이슈가 발생했는지 평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DL이앤씨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도 발간하고 있고, 홈페이지에 정보 공개도 잘해 놓은 기업"이라는 평가 결과를 전했다. 결국 보고서 잘 만들고 홈페이지 잘 관리하면 상위 등급을 받는데 유리하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가중 평균을 내는 이유와 배점 기준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DL이앤씨의 경우 올해만 세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기업 우수(A등급) 평가를 받는 게 말이 되냐"며 "ESG 평가 기준에 의문이 든다. 안전조치에 미흡한 건설사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SG기준원의 평가가 기업의 실태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 실장은 "ESG A등급을 받았으면 시민들은 '이 건설사가 지었다면 튼튼하고 안전하겠다'고 생각할 텐데 기업의 실상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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