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사망하고 아파트 붕괴했는데도 ESG 점수는 'A'
순살아파트·근로자 사망 잇따른 곳도 A등급
"기업 ESG 보고서 발간 등 성과 참작" 했다지만
"평가 기준 의문, 기업 실태 왜곡" 비판 제기
명확한 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을뿐더러 결과도 납득하기 어려워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순살아파트·근로자 사망 잇따라도 ESG 'A'등급 평가
CBS노컷뉴스가 ESG기준원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3 기업 ESG 평가 및 등급 공표'를 분석한 결과 GS건설과 DL이앤씨는 예년에 이어 올해도 종합 A(우수) 등급 평가를 유지했다.
GS건설은 지난 5월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낸 건설사이다. 아파트 기둥과 슬라브의 전단보강근 미설치,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이 원인이 된 붕괴 사고로 10개월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이런 회사에 A등급을 준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e편한세상' 브랜드의 DL이앤씨도 A등급을 받았다. DL이앤씨가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7번째 사망 사고가 일어난 최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이고 올해 3분기만 해도 세 명의 노동자가 건설 사고로 숨진 곳이라는 사실을 알면 ESG A등급에 동의할 수 있을까.
이처럼 올 3분기 사망사고가 발생한 14곳의 시공사 가운데 5곳이 A등급 평가를 받았다. GS건설, DL이앤씨 외에 두산에너빌리티, 한화, 현대건설 등이다.
ESG 중 'S'는 사회공헌, 안전보건 등을 평가한다. GS건설과 DL이앤씨 모두 사회(S) 부분에서B+(양호)로 각각 두 단계, 한 단계 하향 조정됐다. 하지만 환경과 지배구조를 종합한 결과로는 A 등급 평가를 받았다.
두산에너빌리티(사망자 1명), 한화(1명), 현대건설(2명) 등 세 곳은 등급 조정조차 없었다.
사망사고보다 '기업 ESG 보고서 유무'가 우선 판단 기준?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에 대한 배점(비중)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지배구조의 비중이 항상 높고 환경 평가, 사회 평가 등의 순으로 중요도를 둔다"고 말했다.
ESG기준원의 평가 절차는 기본 평가와 심화 평가 두 가지로 나뉜다. 이 관계자는 "기본 평가는 기업들이 성과를 쌓아 올린 것에 대한 득점 방식이고 심화 평가에서는 사망사고, 부실공사 등 이슈가 발생했는지 평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DL이앤씨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도 발간하고 있고, 홈페이지에 정보 공개도 잘해 놓은 기업"이라는 평가 결과를 전했다. 결국 보고서 잘 만들고 홈페이지 잘 관리하면 상위 등급을 받는데 유리하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가중 평균을 내는 이유와 배점 기준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DL이앤씨의 경우 올해만 세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기업 우수(A등급) 평가를 받는 게 말이 되냐"며 "ESG 평가 기준에 의문이 든다. 안전조치에 미흡한 건설사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SG기준원의 평가가 기업의 실태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 실장은 "ESG A등급을 받았으면 시민들은 '이 건설사가 지었다면 튼튼하고 안전하겠다'고 생각할 텐데 기업의 실상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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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류효림 인턴기자 nocutnew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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