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재건축 싫어" 목동7단지, 주민단체 2곳 대립해 혼란

정영희 기자 2023. 11. 1. 0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비사업에서 조합 아닌 신탁 방식을 선택하는 소유주들이 늘어남에 따라 의견 불일치로 인한 갈등도 커지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중 대장주로 불리는 목동7단지는 최근 재건축을 두고 결성된 두 추진준비위원회 사이 정비사업 방식에 대한 주장이 갈리면서 예비 신탁사 선정을 두고 혼란을 겪었다./사진=머니투데이
신탁 방식을 택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지가 늘고 있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목표로 신탁 방식을 택하는 단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표하면서다. 정비사업을 신탁으로 진행하면 속도감 있는 추진과 투명한 사업 운영이 가능하지만 표준계약서가 없어 신탁사마다 계약 조건이 상이하고 선정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소유주 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목동7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지난 25일 입장문을 통해 정비사업 진행 방식을 정한 바 없으며 소유주들과 사업방식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코람코자산신탁은 목동7단지 예비 신탁사로 지정됐다고 밝혀 이에 대한 반박문이었다.

목동7단지는 34개동, 총 2550가구로 올해 입주 37년차다. 가구 수가 많아 목동 신시가지 가운데 재건축 대장주로 꼽힌다. 해당 단지 재건축을 목표로 모인 소유주 단체는 준비위 외에 정비사업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있다. 준비위는 2018년 2월 재건축을 논의하기 위해 결성됐다. 950여명의 소유주가 모인 카카오톡 메시지 그룹과 재건축 상황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추진위는 동대표와 준비위원장 겸임을 원인으로 지난 6월 해임된 전 준비위원장 A씨를 주축으로 결성됐다. '서울시 관리규약 준칙'에 따르면 동대표(배우자·직계존비속 포함)는 단지 재건축 관련 준비·추진위원회 등의 임직원이 될 수 없다. 이해관계가 발생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한 개입을 사전 차단해 동대표로서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추진위는 소유주를 대상으로 지난 9월 18~27일 정비사업 방식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에 참여한 소유주의 신탁방식 선호도는 86.8%다. 정확한 참여 인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은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10월 6~10일 조달청 누리장터에 신탁사 입찰 공고를 게재했다. 입찰 공고는 사업자등록번호를 보유하면 누구나 게시할 수 있다. 이 과정에 코람코가 입찰에 참여해 예비 신탁사로 선정됐다.

준비위는 추진위 대표 A씨가 동대표라는 지위를 이용, 관리사무소에서 불법으로 소유주 전화번호를 취득해 투표 진행 독려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A씨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수사의뢰한 상태다.

A씨는 "앞서 입주자대표회의가 추진위의 각종 활동을 지원하기로 의결해 위법 사항은 없다"고 해명했다. 추진위 또한 준비위 관계자를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추진위가 단지 게시판에 붙인 공지문 위에 준비위의 안내문을 부착해 공지 내용을 가렸다는 것. 다만 추진위가 코람코와 예비 신탁사 선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되진 않는다.

예비 신탁사는 정비사업에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MOU는 소유주 전원에게 효력을 미치는 계약이 아니어서 추진위의 예비 신탁사 선정 과정의 세부 내용에 관계 없이 준비위가 법적 조치를 취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무협약의 세부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예비 신탁사로 지정된 업체가 있으면 신탁방식으로의 진행이 확정될 때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수 있다. 신탁 방식을 선택했다고 해서 예비 신탁사가 법적 신탁사로 정해지는 건 아니다. 소유주 동의를 따로 받아야 한다. 신탁사 입장에선 재건축 추진을 위한 소유주 단체에 일정 금액의 사업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시행자 선정을 위한 일종의 투자를 하는 셈이다.

정비사업을 신탁 방식으로 진행하려면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75% 이상 동의 ▲동별 소유자 50% 이상 동의 ▲전체 토지면적의 3분의 1 이상 신탁등기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예비적 지위 규정은 없다. 조합 설립 전 예비 시행자 지위인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로 법적 승인을 받으려면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것과 상반된다.

이권 다툼이 있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선 유사한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 3월 경기 남양주 퇴계원1구역 재개발정비사업에선 기존 '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와 가칭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각각 다른 기업을 예비 신탁사로 선정하는 일이 발생하며 주민 혼란이 가중됐다. 두 위원회는 자신들이 예비 신탁사를 선정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며 각자 다른 신탁사를 선정한 상황이다.

지난 8월 2390여가구 서초삼풍아파트도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두 곳이 양립해 갈등을 벌였다. 2021년 12월 설립해, 예비안전진단 통과를 이끈 '삼풍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올 8월 소유주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해 99% 이상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에 지난 5월 새로 설립된 '삼풍 통합재건축 준비위원회'가 해당 투표 전체 응답자는 소유주의 8분의 1 정도인 330여명이므로 신탁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은 서초구청에 중재요청을 제기, 구청 측은 상호 협력과 주민 의견 수렴 후 결정과 화해를 제안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