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지원금 8천억원 탕감, 총선용 표심잡기?
'소상공인 지원금 건전성' 강조하던 중기부도 탕감 찬성
올해 축소했던 소상공인 지원 기금도 총선 앞두고 다시 늘려…'도덕적 해이' ;포퓰리즘' 우려 나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소상공인 코로나 재난지원금이 전날 국회를 통과하자 중소벤처기업부는 곧바로 지급에 들어갔다. 신청 안내와 언론 설명이 나간지 불과 2시간만에 실제로 지급 절차에 들어가는 등 '속도전'을 펼쳤다.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6차례 지급했던 문재인 정부가 사전 안내와 실제 지급 사이에 적어도 하루 이상의 시차를 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속도였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당시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신속하게 지급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기부가 지급 시점을 공개하기도 전에 당시 여당 지도부가 먼저 지급 시점을 확정적으로 언급했고 실제로 지급은 그날부터 이뤄졌다. 2022년 5월 30일이었고, 이틀 뒤 '6.1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최근 정부 여당이 환수해야 할 소상공인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환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환수 면제 규모는 무려 8천여억원으로 소상공인 57만여명이 '탕감' 혜택을 받게 됐다.
면제된 재난지원금은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1, 2차 지원금 가운데 일부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면서 음식점 등에 대한 영업금지와 사적 모임 금지가 잇따르던 2020년 9월과 2021년 1월에 지급된 것이다.
당시 영업금지와 영업제한 업종 외에도 일반업종 가운데 2019년보다 2020년 매출이 하락한 소상공인에게는 1백만원씩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다.
다만 매출이 주기적으로 파악되지 않는 간이과세자들의 경우 재난지원금을 먼저 지급하고 부가가치세 신고 때 매출 증가가 확인되면 지원금을 환수하기로 사전에 약속한 '선지급 후정산' 방식이었다.
2021년 2월 부가세 확정 신고로 간이과세자들의 2020년 매출이 확인돼 정부가 마땅히 환수에 나서야 했지만 코로나 위기는 여전히 진행중이었다. 수도권의 경우 그해 11월까지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이 금지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강력하게 시행되면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이어지고 있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환수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했고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어 2022년 4월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해제됐지만 윤 정부 역시 1년 6개월 동안 재난지원금 환수에 대해 고민만 해왔었다.
그러다 지난달 29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정부 관계자들이 고위 당정대 회의를 열어 8천억원 재난지원금 환수 전액 면제를 전격 결정했다.
그동안 주무부처인 중기부는 전액 면제와 부분 면제, 전액 환수 등 3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을 거듭해 왔지만 애초부터 중기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현행 보조금법 상 반드시 환수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전액 환수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탕감하려면 법을 바꿔야만해서 결정은 정부가 아닌 국회의 몫이었다
결국 국민의힘이 나섰다. 이철규 전 사무총장 등 국민의힘 의원 13명이 지난달 27일 환수 면제 특례 조항을 넣은 '소상공인 지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
이들은 " 재난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를 환수할 경우, 과도한 행정력과 비용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이 수반되고, 정부의 적극 행정으로 발생한 부담을 환수 대상 소상공인에 전가할 우려가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계속되는 고물가와 고금리 등 경영여건을 고려할 때 소상공인에게 감당키 어려운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돼" 개정 법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탕감 조치를 담은 법률 개정안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탕감 대상 지원금이 모두 민주당이 여당이던 문재인 정부 시절 지급된 것이고 민주당도 환수 책임의 일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수금 전액 탕감 결정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우선 재정적 부담이다. 세수 부족으로 내년도 정부 주요 예산이 줄줄이 삭감되는 마당에 8천여억원에 이르는 환수금을 탕감한다면 정부 재정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 회계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 관계자는 "환수하겠다고 소상공인들에게 개별 통지한 것도 없는만큼 면제 금액도 정부 회계상 처리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숫자로 잡히는 것은 없지만 당연히 들어와야 할 수입이 빠지는만큼 정부 씀씀이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번에 탕감되는 환수금은 내년도 중기부 R&D(연구개발) 예산 축소분 4500억원의 두배와 맞먹는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환수금을 탕감하지 않는다면 내년도 중기부 R&D 예산을 줄일 필요도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더 쓸 수 있는 셈이다.
환수금 탕감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도 우려된다. 이번 사례를 전례 삼아 사후 정산을 조건으로 선 지급하는 정부 지원금마다 탕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 불보듯 뻔할 것이라는 우려다.
더 나아가 '포퓰리즘'도 경계 대상이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중기부는 소상공인 지원금과 관련해 '건전성'을 우려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중기부 국감에서 "코로나 기간 중 중기부의 자금 지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인원도 늘었다"며 "코로나 정책 자금이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있는만큼 건전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힌 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 대한 자체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또 지난해 9월 2023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코로나 예산의 정상화'를 내세우며 소상공인 지원 기금(소진기금) 규모도 6조 5천여억원에서 4조 1천억원으로 대폭 줄이는 등 재정 건건성에 무게를 두었다.
하지만 이같은 모습은 1년이 지나 크게 바뀌었다. 건전성을 우려하던 소상공인 지원금은 대규모 탕감을 결정했고, 정상화하겠다며 축소했던 소진기금은 내년도에는 4조 9천억원으로 다시 늘려 잡았다.
그 사이 바뀐 것은 별로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고물가 현상은 지난해나 올해 모두 마찬가지고 고금리, 고유가 현상도 2년째 내리 이어지고 있다.
다만 바뀐 것은 총선이 훌쩍 다가왔다는 것이다. 22대 총선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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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기범 기자 hop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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