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마누라와 자식까지 다 바꾸자

박하늘 2023. 11.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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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산업의 위기 상황이 심상치 않다.

더 절망적인 것은 최근 질병 상황이다.

무관세가 아닌 지금도 미국산 쇠고기는 올들어 9월까지 21만t이나 수입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당장 눈앞의 경락값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무관세 쇠고기가 쏟아질 상황에 대비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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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산업의 위기 상황이 심상치 않다. 백척간두·누란지위·풍전등화…. 어떤 사자성어를 끌어다 쓰더라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공급과잉에 대한 경고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지속돼왔지만 결국 현실화하고 말았다. 공급량이 많다보니 올들어 한우 경락값은 지난해보다 15% 이상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미 한우농가는 비육우 1마리를 팔 때마다 69만원씩 순손실을 봤다. 최근 전국한우협회 조사에 따르면 이 순손실 폭은 더욱 커져 올해는 비육우 1마리당 200만원씩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절망적인 것은 최근 질병 상황이다. 올해 5월 구제역 발생을 시작으로 10월 럼피스킨병까지 제1종 가축전염병이 연달아 발생하며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질병 발생국 지위가 유지되는 건 한우고기 수출을 힘들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제2종 가축전염병이자 후진국형 질병으로 불리는 브루셀라병과 결핵병이 확산하는 것도 농장 수익성과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혼란한 국제정세와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고곡물값·고환율 등이 이어져 사료값 부담도 만만치 않다. 불과 2년여 뒤인 2026년부터는 미국산 쇠고기가 무관세로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 무관세가 아닌 지금도 미국산 쇠고기는 올들어 9월까지 21만t이나 수입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유럽연합(EU, 2027년)·호주(2028년) 무관세 쇠고기 수입까지 현실화하면 국내 쇠고기 자급률은 더욱 떨어지게 되고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크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던 어느 기업인의 명언을 뛰어넘어, 필요시 ‘마누라·자식도 다 바꾸겠다’는 각오로 농가 스스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 럼피스킨병 사태를 떠나서 그간 농가마다 큰 고민거리였던 농장 내 파리와 모기·새·쥐 출입을 막을 획기적인 방안도 이참에 함께 고민해야 한다. 백신을 제대로 접종하지 않았던 농가들이 있다면 이제는 산업 전체를 위해 변해야 한다. 정부·농협·협회가 추진하는 수급조절책에도 이젠 적극 협조해야 한다. 뻥 뚫려 있다시피 한 농장에 더는 외부인의 차량 등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방역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당장 눈앞의 경락값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무관세 쇠고기가 쏟아질 상황에 대비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고급화 전략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부담없이 한우고기를 찾도록 중등급 고기 생산 확대와 레시피 보급도 병행해야 한다. 기존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생산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사양방식 개발에도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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