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전쟁을 통해 기억해야 할 것

관리자 2023. 11.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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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감독 아리 폴만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사진)은 애니메이션이라는 필터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영혼을 잠식하는 전쟁의 참혹상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이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한다면 중동은 더 큰 전쟁의 화염에 휩싸일 수도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영화 '뮌헨'에서 복수와 전쟁의 덧없음을 얘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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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감독 아리 폴만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사진)은 애니메이션이라는 필터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영혼을 잠식하는 전쟁의 참혹상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애니메이션으로 연출된 장면이 실제 기록 영상으로 바뀌면서 길거리 곳곳에 쌓인 시체들과 그 시체 더미 앞에서 울부짖는 여인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 비극을 똑똑히 바라봐야 하지만, 어린이나 노약자에게는 차마 이 영화를 권할 수가 없다.

‘바시르와 왈츠를’은 1982년 9월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내전 개입과 사브라-샤틸라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다. 영화의 화자인 아리 폴만 감독은, 26마리의 성난 개들에게 쫓기는 악몽을 반복해서 꾸는 친구를 만난다. 이스라엘 병사로 레바논 베이루트 진격 작전에 투입됐던 친구는 이 악몽이 당시의 기억과 연관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러면서 친구는 감독에게 묻는다. “레바논에 대해 기억나는 것 없어? 사브라-샤틸라 학살에 대해 기억나는 것은?” 감독은 자신의 기억이 마치 칼로 도려낸 듯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그는 잃어버린 기억을 복구하기 위해 함께 참전했던 친구들을 만나며 자신이 목격 혹은 방조 혹은 가담한 죽음에 대한 기억의 퍼즐 조각을 찾기 시작한다.

사브라-샤틸라 학살은 이스라엘의 비호 아래 레바논 기독교 민병대인 팔랑헤가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소의 민간인을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레바논에는 수많은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있었고,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또한 레바논을 거점으로 활동 중이었다. 이스라엘의 명분은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청산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난민촌의 민간인들이 대량 학살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레바논에서 반이스라엘 투쟁 세력들이 결속해 헤즈볼라가 탄생하게 된다.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했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이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한다면 중동은 더 큰 전쟁의 화염에 휩싸일 수도 있다. ‘바시르와 왈츠를’은 결국 어떤 전쟁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증오가 증오를, 복수가 복수를 부른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영화 ‘뮌헨’에서 복수와 전쟁의 덧없음을 얘기한 바 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살해하자 이스라엘이 비밀정보기관 모사드를 통해 보복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바시르와 왈츠를’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기억은 살아 움직인다.” 인간은 망각의 존재지만 또한 기억하기를 멈추지 않는 존재다. 기억의 조작과 망각이 아닌,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아닐까. 평화가 간절한 때다.

이주현 씨네21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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