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청조체"에 가려진 전청조 사태의 본질[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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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청조씨(27)는 일주일 새 한국 사회 거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회 국정감사도, 이선균(48)과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5)의 마약 의혹도,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참상도 전청조라는 블랙홀이 집어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청조라는 블랙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전청조 사태의 '넥스트타임'은 우리 사회에 무엇으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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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증 이상의 의미로 남으려면 사기 피해 빈틈 메워야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전청조씨(27)는 일주일 새 한국 사회 거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회 국정감사도, 이선균(48)과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5)의 마약 의혹도,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참상도 전청조라는 블랙홀이 집어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펜싱 국가대표 선수였던 남현희씨(42)의 재혼 상대였던 그는 지난달 31일 체포돼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상태다.
그러나 온오프라인 공간은 이미 '전청조 유니버스'처럼 자리매김했다. 너도나도 'I am 청조체'를 사용하고 있다. 청초체는 그가 쓰던 표현을 희화화한 신조어다. '밈'(meme·인터넷 유행어)이 된 전씨는 기업들의 마케팅으로 활용됐고 이는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15세 연하 재벌 3세'라는 사기극과 모호한 성별, 다수의 전과 등 전청조 사태에는 선정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전씨의 '싸함'은 전 국민의 안테나를 곤두세웠고 각종 의혹 제기로 이어졌다.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은 물론 전씨와 남씨의 관계에 대한 관음증적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어떻게 저런 사람에게 속았냐"는 것이다.
국민적 공분과 관심이 집중된 사건은 사회에 무언가를 남긴다.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말이다. 전청조라는 블랙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중요한 것은 '사기'라는 전씨 사건의 본질이다. 전씨는 과거 수차례 사기 전력에도 재벌 3세와 시그니엘, 경호원이라는 허황된 재력 과시로 재차 사기를 저질렀거나 저지르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소액 사기에 대한 사회적 빈틈이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1억원 미만의 경우 상습범이더라도 최대 형량은 2년6개월에 그친다. 반면, 돈을 찾을 길은 요원하다.
경찰서와 법원을 취재하다 보면 절박한 사기 피해자들을 자주 만난다. 그 피해자 수만큼 범죄를 저지른 사기범들도 재판장에서 만난다.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혐의 사건을 놓고 수천만원을 잃은 피해자는 "설마했는데 당했다"며 기자에게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액 사기라는 이유로 쉽게 구제 절차를 밟지 못하거나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짊어지지 않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6월까지 5년간 사기 범죄 피해액은 121조원에 달하지만 회수된 금액은 5.3% 수준인 6조5043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일주일간 쏟아진 국민적 관심이 '밈' 이상의 무언가로 남으려면 반복되는 소액 사기 문제를 바로잡을 '골든타임'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전청조 사태의 '넥스트타임'은 우리 사회에 무엇으로 남을까.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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