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구둣방 어디에…"직장인도 운동화" 공치는 날 수두룩[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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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출근 시간에 가게 문은 열지만 허송세월하죠. 예전엔 구두 닦는 사람, 수거하는 사람, 배달하는 사람 다 따로 있었는데 모두 옛일이 됐어요."
3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을지로3가의 한 구둣방(구두 수선대). 20년 가까이 구둣방을 운영 중인 60대 김종주씨는 별다른 소득 없이 가게를 지키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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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출근 시간에 가게 문은 열지만 허송세월하죠. 예전엔 구두 닦는 사람, 수거하는 사람, 배달하는 사람 다 따로 있었는데 모두 옛일이 됐어요."
3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을지로3가의 한 구둣방(구두 수선대). 20년 가까이 구둣방을 운영 중인 60대 김종주씨는 별다른 소득 없이 가게를 지키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이 근처 건물 4~5개를 돌아도 구두 수선이나 광택을 맡기는 사람이 1명 있을까 말까 한다"며 "길거리를 보면 정장 입은 사람이 많지 않을뿐더러 정장을 입더라도 구두가 아닌 운동화를 신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구둣방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시내 구두 수선대는 총 813개소로 집계됐다. 2011년 1266개소에서 2021년 882개소로 10년 동안 30% 넘게 감소했다. 지난 2년 동안에만도 8% 가까이 줄었다.
조직 문화 개선 일환으로 복장 자율화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종로 일대 거리에는 정장 차림에 구두를 갖춰 신은 직장인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박모씨(27)는 "보통 비즈니스 캐주얼에 운동화 차림으로 출근한다"며 "회사에서도 자유로운 복장을 권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와 같이 사내 복장 문화가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곳도 '캐주얼 데이' 등을 도입해 점차 편안한 차림새가 보편화하고 있다. 을지로의 한 증권사 직원 40대 박모씨는 "직군 특성상 1주일에 한 번 캐주얼 데이가 있고 나머지는 정장과 구두 차림"이라며 "그래도 요즘 타이는 매지 않는다"고 했다.
직장인 복장 변화에 기울어가던 구둣방은 코로나19(COVID-19)로 치명타를 맞았다고 한다. 이 기간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 구두를 수선하던 이들의 일감이 급감했다.
을지로3가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는 유모씨(70)는"종로2가부터 을지로3가 일대에 구둣방이 7개 있었는데 지금은 우리 가게 포함 2곳밖에 남지 않았다"며 "그나마도 다른 1곳은 장사가 안돼 요즘 문을 안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초반만 해도 1주일에 300켤레는 닦았는데 이제 10분의 1 수준인 30켤레로 줄었다"며 "하루에 2만원 벌 때도 있고 아예 공칠 때도 있다. 근처 단체 손님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고 했다.
을지로3가 삼일대로 앞에서 구두 수선대를 운영하는 김모씨(70)는 "10년 전에는 (구두 수선대) 박스에 직원이 2~3명 있었고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내내 구두를 닦았다"며 "지난 1주일 동안은 고정적으로 구두를 맡기는 영업직 임원 손님 7명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구둣방 수입도 크게 줄었다. 김씨는 "코로나19 전에는 적어도 매달 120만~130만원은 벌었는데 이후에는 100만원도 손에 못 쥐는 달이 많다"며 "연휴가 많은 9월과 10월에는 수입이 더 적었다"고 했다.
김씨는 구두 수선업을 그만둘 생각에 경비원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자리가 있다면 연금 나오는 경비원으로 일하고 싶다"며 "나이가 들어 할 일이 없으니 그저 평생 해 온 구두 닦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구두는 다른 신발에 비해 디자인이 우수하지도 않고 발만 아픈 선택지"라며 "기업이 자율 복장을 꾀하면 더 이상 구두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구두, 옷, 가방 수선점 중 구두 수선점이 가장 빨리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천현정 기자 1000chyunj@mt.co.kr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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