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드론·골프 수업… 멀리서도 전학 옵니다
지난 27일 오후 경북 구미 원당초등학교. 5교시 수업을 마친 1~2학년 학생 20여 명이 ‘드론 조종’ 방과 후 학교 수업이 열리는 과학실로 우르르 몰려갔다. 아이들은 각자 리모컨을 들고 날개가 4개 달린 미니 드론을 조종하는 연습을 했다. “돌아서 착륙해야 돼!” “조금 더 천천히!” 붕붕 날아다니는 드론의 세세한 움직임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2부 수업에선 드론 조립 실습이 이어졌다. 원당초교는 늘봄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로 일주일에 한 번씩 ‘드론 수업’을 진행한다. 늘봄학교는 학생들이 방과 후에 학원에 가는 대신 학교에 머물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 맞벌이 부부와 자녀들이 ‘돌봄 절벽’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다.
같은 시간 ‘스크린 골프’ 교실에선 1~2학년 학생 5명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골프 스윙을 연습하고 있었다. 방송 댄스실에선 학생 30여 명이 신나는 아이돌 그룹 노래에 맞춰 율동을 했다. 전교생이 560명인 이 학교는 방과 후 학교 수업으로 원어민 영어와, 피아노, 요리 등 24과목을 운영하는데, 한두 개씩 듣는 학생이 많아 전체 신청자 수가 900여 명에 달한다.
교육부가 지난 3월 시범 학교를 운영하며 시작한 늘봄학교가 시행 8개월을 지나며 초등학생들의 ‘학원 뺑뺑이’를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기존 돌봄교실, 방과 후 프로그램을 확대한 늘봄학교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다양한 체험과 학습 활동을 도와 맞벌이 부부의 경력 단절을 막고, 사교육비도 줄이고 있다. 현재 교육청 8곳이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한다. 도입한 학교는 지난 1학기 214곳에서 2학기에는 459곳으로 2배 이상이 됐다. 내년 2학기엔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원당초교는 등교 전(오전 7시 30분~8시 30분) 아침 돌봄교실을 연다. 수업이 끝난 뒤 오후 5시까지는 방과 후 수업을 운영하고, 8시까지 저녁 늘봄학교가 이어진다.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대부분은 학생과 학부모 설문을 거쳐 만들었다. 사설 학원 대신 방과 후 학교를 보내는 학부모가 늘어나면서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작년 12만3000원에서 올해 11만4000원으로 7% 줄었다고 한다. 정부가 늘봄 예산을 지원해 방과후학교 한 달 수강료는 작년보다 1만원 저렴한 1만5000원(주 2회 수업 기준)이다.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원당초교에는 올 들어 6명이 전학 왔다. 인근 지역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 온 학생도 있다. 남편이 직장을 옮겨 경기도에서 이사 왔다는 박효정(42)씨는 “자동차로 등하교해야 하는 거리지만,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보고 학교를 선택했다”며 “피아노와 미술, 컴퓨터 등 다양한 과목을 배울 수 있어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좋아한다”고 했다.
/구미=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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