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서 고개 숙인 윤 대통령, 국민 위한 변화의 시작 돼야
윤석열 대통령의 31일 국회 시정연설은 지난 두 차례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연설 때도 이 대표를 가장 먼저 호명했다. 예산안 편성을 두고 야당에 “부탁드린다”라는 말을 다섯 번 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도 없었다. 연설 후 여야 원내대표 및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오찬까지 했다. 윤 대통령은 “의원님들과 많은 얘기를 해 취임 후 가장 기쁜 날”이라고 했고, 민주당 원내대표 발언 때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헤어지면서는 “여러분 말씀 다 기억했다가 최대한 국정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 일부는 국회에 들어서는 윤 대통령을 향해 피켓 시위를 하고, 일부는 대통령의 악수를 거부한 채 “이제 그만 두시라”는 상식 밖 말까지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참고 넘겼다.
그동안 많은 국민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식과 태도에 대해선 문제점을 느껴온 것이 사실이다. 취임 초부터 도어스테핑 중단, 이준석 전 대표 징계, 전당대회 ‘윤심 논란’ 등을 거치며 ‘고압적’ ‘불통’ 지적을 받았다. 인사·정책 등 국정 운영에서도 일방 통행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대통령 스스로 조금씩 변화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국민이 원하는 것을 읽고 받아들여 실천하는 것은 소통의 시작이자 끝이다.
윤 대통령의 한미 동맹 강화, 한일 관계 개선, 노동·교육 개혁 추진 등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동의한다. 대통령이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대하고 진심으로 소통한다면 앞으로 국정 운영은 지금과 달리 탄력을 받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안보·경제 복합 위기 상황에 처했다. 여야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를 극복할 길을 찾아야 하고 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이 놀랄 정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직도 대통령과 주변에 대해 문제 의식을 느끼는 국민이 적지 않다. 대부분 대통령 본인과 참모들이 알고 있는 문제다. 더 과감하고 용기 있는 변화를 바란다. 그게 대통령이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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