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최고는 메시… 8번째 발롱도르

이영빈 기자 2023. 11. 1.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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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다시 받아… 홀란 2위
미소도, 실력도 15년간 그대로 - 리오넬 메시가 31일 통산 8번째 발롱도르를 품었다. 외신은 지금까지 메시가 발롱도르를 탔을 때 모습을 합성해 화보처럼 만들었다. 위 왼쪽부터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사진이 이어지고, 아래 왼쪽부터는 그 이후 2015년, 2019년, 2021년, 2023년 사진이다. 메시는 이날 2020년 세상을 떠난 선배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를 기리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AFP 연합뉴스

단상 앞 좌석에 앉아 있던 킬리안 음바페(25·프랑스), 엘링 홀란(23·노르웨이)이 일어나 한 남자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브루누 페르난드스(29), 후벵 디아스(26·이상 포르투갈) 등 또 다른 축구계 톱 스타들도 함께 기립 박수를 쳤다. 경쟁자끼리 참석하는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기립 박수가 나오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31일 트로피를 받아든 리오넬 메시(36·아르헨티나)에겐 아낌없는 존경의 박수가 쏟아졌다.

발롱도르(Ballon d’or·황금 공이란 뜻의 프랑스어)는 한 시즌 동안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프랑스 매체 프랑스풋볼이 외부 전문가, 기자 등과 논의를 거쳐 선정한다. 1956년 창설됐고 세계 축구계 최고 권위를 지닌 것으로 통한다. 메시는 지금까지 이 상을 8번(2009·10·11·12·15·19·21·23년) 받았다. 5회 받은 2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포르투갈)와 큰 격차로 역대 최다다.

그럼에도 메시에겐 이번 발롱도르가 각별하다. 지난 7번 발롱도르는 전부 소속 프로팀 스페인 FC바르셀로나에서 활약만으로 따낸 것이었다. 메시는 첫 프로 무대를 밟은 2004년부터 2021년까지 바르셀로나에서만 35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선 그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2006 독일 월드컵부터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4번이나 월드컵에 나섰지만 무관이었다. 남미 국가 대항 선수권인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탓에 메시는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대표팀에선 몸을 사린다’부터 ‘A매치에서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는다’는 의구심마저 받았다. 메시가 13세 어린 나이에 스페인으로 이민을 가 시민권을 따낸 배경도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발롱도르를 받을 때마다 ‘강팀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덕분’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이런 시선에 괴로워하던 메시는 2016년(29세)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그러다 34세였던 2021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컵을 들면서 불운이 물러가는 모습을 보였다. 공교롭게 소속 팀에선 이전만큼 화려한 성과를 내지 못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선 묵은 갈증을 씻어내렸다. 한풀이 무대 같았다. 매 경기 놀라운 활약과 함께 7골 3도움으로 4전 5기 끝에 월드컵 트로피를 조국에 안겼다. 그리고 메시는 여덟 번째 발롱도르를 대표팀 활약만으로 수상하면서 그 빛나는 경력 마지막 ‘화룡점정’을 했다. 발롱도르를 비(非)유럽 구단 소속 선수가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메시는 지난 시즌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에서 부상과 팀 내 불화 등에 시달리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지난 7월부터는 미국 인터 마이애미로 옮겨 뛰고 있다. 메시는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게 해준 모든 사람과 이 상을 나누고 싶다. 대표팀에서 수많은 힘든 순간과 코파 아메리카,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때가 함께 떠오른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으로 디에고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담담하게 운을 뗐다. 시상식이 열린 날은 메시의 정신적 지주인 고 디에고 마라도나(1960~2020)의 생일이었다. 메시는 비난받을 때마다 마라도나에게 “모든 책임을 메시가 질 필요는 없다”며 공개적인 지지를 받았다. 메시도 마라도나를 아버지처럼 따랐다. 메시는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그의 생일입니다. 나는 최고의 선수들과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한 이 자리에서 디에고를 떠올리고 싶습니다. 당신이 어딨든, 이 상엔 분명 당신 몫도 있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디에고.”

그래픽=백형선

아시아 수비수로는 처음으로 발롱도르 후보로 오른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는 이날 공개된 결과에서 최종 순위 22위에 자리했다. 아시아 역대 공동 2위 기록이다. 손흥민(31·토트넘)이 지난해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인 11위에 올랐고, 2019년엔 올해 김민재와 같은 22위에 있었다. 메시에게 밀려 2위로 아쉽게 발롱도르를 놓친 엘링 홀란은 ‘게르트 뮐러 상(시즌 최다 골)’을 받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홀란은 2022-2023시즌 소속팀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에서 52골, 노르웨이 대표팀에서 4골을 넣어 총 56골을 기록했다. 발롱도르 여자 부문은 올해 여자월드컵에서 스페인 우승을 이끈 아이타나 본마티(25)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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