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CCTV, 20초만에 폭행 자동포착… 일반형은 육안으로 36초

이소정 기자 2023. 11. 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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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CCTV 치안 천차만별]

갈길 먼 지능형 CCTV… 서울 3개區 설치율 ‘0%’

정부는 올 1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교훈 삼아 국가안전 시스템을 개편하겠다”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모든 공공 폐쇄회로(CC)TV를 2027년까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지능형 CCTV로 바꾸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31일 동아일보가 서울시의회 김태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으로 서울 자치구 25곳 중 4곳(마포·노원·강북·중구)은 지능형 CCTV가 한 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중구는 올 10월에야 지능형 CCTV 50대를 설치했다.
또 서울 자치구 중 지능형 CCTV 비율이 5%에도 못 미치는 곳이 절반에 가까운 11곳에 달했다. 반면 종로구(100%), 양천구(90%), 성북구(80%) 등은 대부분이 지능형이었다. CCTV의 ‘양’뿐 아니라 ‘질’에서도 격차가 큰 것이다.

정부 목표는 올 1월 기준으로 전국 CCTV 53만 대 중 24%인 지능형 비율을 2027년까지 100%로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10월 말 현재 지능형 도입 비율은 31%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2027년에도 전환율은 절반 안팎에 불과할 전망이다.

일반 CCTV는 관제요원이 자리에 앉아 일일이 눈으로 화면을 지켜보면서 이상징후를 포착한다. 반면 지능형 CCTV는 AI를 활용해 촬영된 영상을 분석하고 이상징후가 감지될 경우 그 장소를 사각형으로 표시해 ‘폭력’, ‘칼부림’, ‘쓰러짐’ 등의 문구와 함께 표시해 준다.

효율성을 크게 높여줄 수 있음에도 확산이 더딘 것은 전환에 적잖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CCTV 1곳을 구축하는 데 2500만 원가량이 들지만 지능형은 3000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 AI 분석 기능을 탑재하는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야 하고 이를 관리하는 고성능 서버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200만 화소 이하인 노후 CCTV 카메라는 지능형 전환이 불가능하다.

최근 강력범죄가 이어지면서 다시 지능형 CCTV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한 광역자치단체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세수가 줄어든 데다 세수 펑크로 정부 교부금까지 줄어 CCTV 전환에 예산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며 “정부 차원의 획기적 지원이 없으면 지능형 전면 전환은 요원한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오후 경기 오산시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

오산시에 설치된 CCTV 2366대를 총괄 운영하는 이곳에선 관제요원 4명이 각자 컴퓨터 모니터 4개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달 12일 경기 오산시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에서 담당 직원이 CCTV 화면을 감시하고 있다. 오산=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CCTV가 사람을 인식한 경우 모니터에 붉은 사각형이 나타나고 ‘사람’, ‘여성’, ‘짧은 소매’, ‘긴바지’ 등 관찰 대상의 특징이 문자로 떴다.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붉은 사각형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AI가 현장에서 포착된 상황을 관제요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해 주는 모습이었다.

●지능형으로 이상징후 포착 시간 45% 줄여

이날 동아일보는 지난해 6월 관내 모든 CCTV를 지능형으로 바꾼 오산시에서 지능형 CCTV 성능 실험을 진행했다. 거리에서 두 명이 싸우는 포즈를 취하도록 하고 이를 얼마나 빨리 포착하는지 테스트한 것이다.

지능형 CCTV는 실험이 시작된 지 약 20초 만에 싸우는 두 명의 영상을 포착했다. 관제센터 화면에 붉은 사각형이 나타났고 ‘폭력’이란 문구가 뜨며 관제요원의 주의를 끌었다. 싸우는 이들이 붙었다가 떨어질 때마다 사각형의 크기도 달라지며 급박한 상황임을 알 수 있게 했다.

반면 관제요원이 일반 CCTV에서 싸우는 사람들을 포착하는 데는 35.9초가 걸렸다. 지능형이 45%가량 시간을 절감하게 해준 것이다. 오산시 관계자는 “관제요원 한 명이 약 500개의 CCTV 화면을 감시한다”며 “지능형은 위기 징후를 자동으로 감지해 알려주니 놓치는 경우가 일반 CCTV 때보다 훨씬 줄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강력 범죄와 인파 사고 등을 막기 위해선 지능형 CCTV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능형 CCTV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폭력’, ‘칼부림’, ‘경계선 이탈’ 등 범죄 상황은 물론 ‘연기’, ‘쓰러짐’ 등 재난 상황도 감지해 알려준다. 성별과 연령뿐 아니라 인상착의 등까지 파악해 범죄 피의자의 동선이나 치매 노인 등 실종자를 찾을 때도 활용도가 높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반 CCTV로 치매 어르신을 찾으려면 종일 찍힌 영상을 돌려가며 찾아야 하지만 지능형의 경우 키워드 검색을 통해 간단하게 찾을 수 있다”고 했다.

● 라이선스 등 구축 비용이 문제

일반 CCTV를 지능형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AI 소프트웨어가 포함된 단말기를 CCTV 설치 장소마다 부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CCTV 영상을 전송받은 관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AI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분석하는 것이다.

이달 12일 경기 오산시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에서 감시하는 카메라에 폭력 상황을 연출하는 장면이 CCTV에 촬영됐다. 영상이 판독된 직후부터 화면에 찍힌 사람들의 인상착의를 분석하는 지능형CCTV 화면. 오산=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어느 경우든 CCTV당 100만 원가량인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구입해야 한다. 현재 지능형으로 전환되지 않은 37만 대를 모두 전환하려면 라이선스 비용만 3700억 원가량이 든다. 여기에 관제센터에서 서버를 관리할 경우 전송된 영상을 저장하고 분석하는 고성능 서버도 구축해야 한다. 오산시 관계자는 “서버 구축에만 CCTV 100대당 4000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며 “여기에 서버 유지 보수 비용과 노후 CCTV 교체 비용은 별도”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은 지능형 CCTV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능형 CCTV가 한 대도 없는 노원구 관계자는 “예산이 제한돼 있다 보니 올 12월에야 지능형 17대를 설치할 예정”이라며 “일반 CCTV를 먼저 확충하고 이후 여력이 되는 대로 지능형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추진 중”이라고 했다. 노원구는 서울 지자체 25곳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다.

역시 지능형 CCTV 설치 실적이 없는 강북구 관계자도 “아직 가격이 비싸고 성능도 제한적이어서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의 경우에도 예산 등의 문제로 내년부터 지능형 CCTV 도입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능형 CCTV 보급 확대를 위한 중앙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정부의 CCTV 관련 예산은 지능형 표준모델 개발 등 연구개발(R&D) 분야에 치우쳐 있었고, 도입은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도선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예산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가 우범지대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공모 또는 부처 지원 등의 방식으로 지능형 CCTV를 확대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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