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중소기업은 지방서 인재 구하기 어려운가?

최윤화 제엠제코 대표이사 2023. 11. 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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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반도체 단지 부산 미래, 인력 문제로 밝지만은 않아
좋은기업 유치하고 싶다면 정주환경 조성부터 챙겨야
최윤화 제엠제코 대표이사

필자가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고 2022년 10월 전력반도체 제조회사 신공장 준공을 했으니 부산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2년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작업환경이 좋은 반도체 제조 공장도 이럴진대 다른 지방 중소기업들은 언론에 나오는 말처럼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실감 난다.

지난 7월 전력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로 부산이 지정됐다. 부산 입장에서는 미래 먹거리로 첨단사업을 펼칠 수 있는 반도체, 그것도 전기차나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이 되는 전력반도체의 소부장 특화 단지로 지정됐으니 많은 첨단기업이 부산 특화 단지로 이주 혹은 창업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을 제외한 부산으로 이전한, 혹은 이전할 중소기업들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일 수 있다. 새로 공장을 건설하고 장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부산에서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경기 부천에서 부산으로 공장을 이전할 때 전체 인원의 3분의 1은 부산으로 오지 않았다. 필자는 부산에서 인력을 구할 계획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하지만 막상 인력을 구하려고 하니 대학 졸업생들은 수도권 취업을 1순위로 두었고 생산직은 반도체 특화단지가 기장군에 위치함으로써 교통·정주 여건 등이 부족해 차량이 없는 사람들은 쉽게 오려고 하지 않았다. 필자의 회사도 공장 건설 전부터 구인 광고를 내고 지하철 안내 광고도 해서 겨우 필요 인력을 모았지만 지금도 개발 연구원이나 생산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현실은 결코 필자 회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필자 회사보다 규모가 큰 주변의 중견그룹도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한다. 복지나 급여 수준이 필자의 회사보다 훨씬 좋은 대기업도 부산에 위치한다는 것과 공장의 위치가 해운대 센텀이 아니라는 이유로 뽑고 싶은 인재가 기피를 한다고 하니 향후 미래 먹거리인 첨단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에 입주할 많은 회사들의 미래가 인재 유치 때문에 결코 밝지만은 않다고 걱정해 본다.

현 정부 들어와 반도체 인력이 부족해 인력양성 15만 명을 목표로 전국의 대학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하지만 양성한 반도체 인력 중 얼마가 부산에 정주할 수 있을까? 부산 거점대학에서 양성한 인력도 수도권으로 가려고 하는데 수도권 대학에서 양성한 인력은 과연 얼마나 부산으로 내려올까? 필자도 부산시의 전력반도체 인력 양성 프로그램의 하나인 공유대학이나 타 대학의 인력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해 좋은 인재를 데려오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필자의 노력이나 타 중소기업의 노력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지방거점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이나 수도권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이 부산에 남고 부산으로 오게 하려면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이미 부산시나 타 지자체도 청년인구 소멸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여러 가지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청년인구의 이동을 막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필자는 전력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이 부산의 청년 인력 증가를 가져오는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지난 25일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 추진단 출범식이 열렸다. 부산시가 지·산·학 유대 관계를 극대화시켜 특화단지에 입주하는 전력반도체 관련 기업들을 지원함으로써 20년 동안 허물어졌던 전력반도체 생태계 복원 및 기업 간 클러스터를 형성해 지역 거점대학의 인재 및 지방 생산 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첨단 산업을 키우기 위해 기업체를 먼저 유치할 것이냐 아니면 기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인력 양성을 먼저 할 것이냐 등의 문제로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이제 부산은 전력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됐고 크고 작은 전력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부산으로 이전했거나 새로운 공장을 부산에 만들려고 계획한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인력들이 편하게 안주할 수 있는 정주 여건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 필자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와 이야기해 보면 직원들의 정주 여건이 가장 큰 문제다.

필자는 부산시가 반도체 특화단지의 활성화를 위한 터닝포인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감한 정주 여건 조성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업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부산이 추구하는 미래 먹거리인 전력반도체 및 관련 클러스터 조성 꿈이 깨질 수도 있다.


이제는 지·산·학이 다 같이 움직일 때다. 지자체와 기업체, 학교가 다 같이 노력한다면 지역청년 유출을 막고 타지역 청년의 부산 이전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러한 인재를 바탕으로 기업이 번창하고 이를 바라본 지역거점 고교 인재가 수도권 대신 부산 거점 대학에 진학하면 부산은 지방인구소멸이 아닌 지방인구 증가의 미래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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