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일식의 특색은 짠맛
나는 도쿄에 거주하며, 한국인에게 일본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 내가 한국인한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일식은 짜다”였다. 한국 음식은 매워서 못 먹겠다고 하는 일본인이 있듯, 일본 음식은 짜서 못 먹겠다는 한국인이 의외로 많다.
‘일본 라멘통’을 자처하고, 한국의 라멘 맛집을 섭렵한 한국 친구는 막상 일본 현지에선 라멘 맛이 너무 진해서 국물을 못 먹었다고 했다. 국물에 물을 넣어 먹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한국에선 모츠나베(곱창전골)가 인기라는데, 나는 후쿠오카 모츠나베 맛집에서 한국인 손님이 “너무 짜다”면서 남기는 걸 몇 번이나 봤다.
일본 야키니쿠(고기구이)는 생고기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양념에 절인 고기를 구웠다가 또 타레(양념)에 찍어 먹는다. 야키니쿠는 원래 흰밥과 같이 먹기 때문에 그렇게 맛을 낸다.
예로부터 일식은 고춧가루 등 매운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는 대신, 소금을 많이 써왔다. 동북 지방에서는 음식을 염장하고, 짜게 먹어 체온을 유지했다. 도쿄에선 소량의 반찬으로 밥을 많이 먹을 수 있도록, 반찬을 짜게 만들던 시기가 있었다. 동북 지방이나 도쿄에 비하면 오사카나 교토는 맛이 싱거운 편이지만, 남부 지방인 규슈에선 진한 돈코츠라멘이 보편적이다.
한식은 간을 맞추는 법이 일식과 꽤 다르다. 삼계탕이나 설렁탕은 손님이 소금을 넣어 취향에 맞게 간을 조절한다.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짜지 않게 먹을 수 있다. 여담이지만 일본인은 이럴 때 ‘응? 싱겁다’ 싶어 소금을 왕창 넣을 수도 있다. 한 일본인 친구는 콩국수에 소금을 많이 넣다가 직원한테 주의를 받기도 했다.
처음부터 간이 센 일식은, 한국인이 먹기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라멘이나 모츠나베 같은 경우는 간을 조절할 수 있다. 주문할 때 ‘아지 우스메(味薄め·맛 연하게)’라고 부탁하면 된다. 그러면 직원이 염분이 없는 육수를 넣어 준다. 맛을 보다가 중간에 부탁해도 된다. 그냥 물을 부어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나라가 달라지면 맛도 달라진다. 미리 이런 지식을 알아둔다면 현지에서 뜻밖의 맛에 당황하거나 실망하지 않을 수 있고, 식사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11월 일사일언은 에노모토 야스타카씨를 포함해 박혜진 민음사 편집자·문학평론가, 김지선 국립정동극장 제작기획PD, 한동훈 서체디자이너, 최진아 부산대 중문과 교수가 번갈아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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