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고발때 무조건 오너 포함은 反헌법적 조치”

류정 기자 2023. 11.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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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6단체, 공정위에 강력 반발

31일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의·경총·무협·중견련·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 단체 6곳이 “공정위의 고발 지침 변경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 공정위가 지난 19일 일감 몰아주기 혐의가 있는 기업을 고발할 때 특수관계인(오너)도 원칙적으로 함께 고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행정 예고를 발표하자, 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한 경제 단체 관계자는 “사익 편취 고발 때 무조건 오너를 포함시키겠다는 건 반헌법적 조치”라고 말했다.

경제 단체가 ‘재계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공정위를 이처럼 강한 톤으로 비판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경제 6단체는 전날(30일)엔 국회를 겨냥해 계류 중인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안 등 규제 혁신 관련 법안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재계는 최근 잇따라 공동회견이나 공동성명을 통해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입법 중단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촉구하는 등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과거 정치권과 권력 기관 눈치를 보느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경제 단체들이 이번 정부 들어 “할 말은 하는”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그래픽=정다운

◇공정위의 무리한 ‘오너 원칙 고발 지침’

재계 단체들이 최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기업을 옥죄는 무리한 정책과 법들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대기업 오너 일가의 지분이 20% 넘는 회사에 그룹 계열사들이 계약을 몰아주는 행위를 말한다. 공정위가 최근 예고한 고발 지침 개정안에는 “사익 편취 행위(일감 몰아주기)를 한 기업을 고발하는 경우, 특수관계인(오너)도 원칙적으로 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존 지침에는 기업 오너의 경우 중대한 법 위반 행위가 있어야 고발할 수 있었다.

이 개정안의 문제는 고발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현행 지침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로 누적된 벌점이 1.8점 이상인 기업만 일감 몰아주기로 고발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벌점 1.8점이 넘지 않는 기업도 ‘사회적 파급 효과가 현저한 경우’ ‘국가 재정·중소기업에 현저한 영향을 끼친 경우’ 등엔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반대로 “1.8점이 넘는 기업이라도, 자진 시정·조사 협조 등을 종합 고려해 고발을 안 할 수도 있다”는 예외 규정도 신설했다. 경우에 따라선 공정위의 재량대로 여론이 안 좋으면 기업과 오너를 고발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공정위가 이처럼 고발 지침을 변경한 배경에도 재계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제도의 필요성보다 ‘전속 고발권’을 둘러싼 검찰과의 갈등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데, 검찰은 그동안 전속 고발권 폐지를 주장해 왔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전속 고발권을 지키려고 오너 고발 권한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 개혁 절박” 목소리 내는 경제계

경제계가 최근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공동 행동에 잇따라 나서는 것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킬러 규제’들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 6단체는 작년 말 노란봉투법 입법을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7차례에 걸쳐 공동 목소리를 냈다. 노란봉투법은 개별 노조원의 불법 파업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사실상 불법 파업을 방치하는 법안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화평법·화관법은 과잉 규제로 범법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점점 악화하는 상황에서 국회의 입법 폭주를 막아 달라는 절박한 호소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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